20세의 나이에 왕이 되어 그리스에서 인도까지 대제국을 건설했던 대왕.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일찍부터 그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1999년 '애니 기븐 선데이'이후 정말 오랜만의 극영화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알렉산더 대왕을 인간적인 면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물론 그의 의도는 영화 곧곧에 잘 나타나고 있다. 아버지인 필립대왕과의 갈등과 그에 대한 동경, 어머니인 올림피아스에 대한 애증, 친구이며 동시에 연인이기도 했던 헤파이션(헤파이스티온)에 대한 사랑... 이런 것들이 영화에서 중요시하게 다루어 지고 있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넓은 제국을 건설했다는 사실 보다는 그 자신의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일단 올리버 스톤 감독이 알렉산서 대왕의 인간적인 면을 촛점으로 맞춘 것 자체는 어느정도 알 수 있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그 표현이 어중간하다. 그런 사실들을 보여주기만 하고 부곽시키고 있지는 않다. 어쩌면 이런 점은 역사적인 사실을 영화화하기에 과장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다지 큰 감정 변화 없이 3시간의 상영시간을 지내기엔 좀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더구나 극 전개에서 매우 어색하게 느껴지는 대사나 장면들도 눈에 띈다.

알렉산더 역으로 열연을 한 콜린 패럴의 모습도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애처롭게 보인다. 그의 카리스마로는 알렉산더의 모습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 하다.

또 한가지 이 영화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알렉산더의 동성애에 대한 묘사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동성애자라기 보다는 양성애자라는 편이 나을 듯 하다. 영화에서는 친구인 헤파이션에 대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는 매우 동성애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그 동성애 묘사 장면 조차도 어찌나 어색하고 쌩뚱맞게 느껴지는지...

결론적으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 같다. 이 3시간의 대역사극에서 1시간은 줄여 2시간짜리로 가장 중요한 요점만을 간결하고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로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2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영화가 국내에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을만한 영화인가...(중간에 몇장면 화면이 좀 튄다). 또한 '글래디에이터'는 정말 멋진 영화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알렉산더를 기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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