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아마도 많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의 근원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녀의 교묘한 관계를 재미있게 이끌어나가는 재미가 언제 봐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여러번 영화와 또는 드라마화 되었었다. 아마도 가장 유명했던 것은 지금의 콜린 퍼스를 있게 한 BBC의 미니 시리즈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런 작품을 '노팅 힐'과 '러브 액츄얼리'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했으니 기본은 하겠지? 아니다. 기본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상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원작의 힘과 워킹 타이틀이 기획성이 더해져 오랜만에 보는 기분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탄생하였다. 키어라 나이틀리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다아씨의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200년도 지난 이야기가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면 사랑은 정말 인간의 영원한 테마인가보다.

외딴 산속에서 여름동안 양을 치던 두 남자. 그들은 환경때문이었건 그동안 묻어두었던 본능때문이었건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4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그들은 격정적인 키스와 함께 힘든 사랑을 시작한다.

히스 레져의 모습은 '기사 윌리엄'이나 '그림 형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니스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있으며 제이크 길렌할 또한 잭 트위스트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 주었다. 또한 알마 역의 미셀 윌리암스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다.

'결혼 피로연'에 이어 두번째로 동성애 소재의 영화를 만들면서 이안 감독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남성적인 이미지의 상징인 카우보이와 동성애의 접합이라... 물론 단편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게다가 영화의 스타일은 큰 감정의 기복없이 장엄한 대자연과 두 남자의 사랑을 조심스레 교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가 많이 연상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배경음악이 이런 느낌에 큰 몫을 한 듯 하다.

이안 감독은 이 영화를 퀴어영화가 아닌 사랑이야기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두 남자가 아니라 두 남자가 나누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현실에서 인정받기 힘들고 숨어서만 할 수 있었던 사랑이라 더욱 애틋하고 애절했을 것이다. 보수적인 일부 영화 평론가들마저도 이 영화에 대해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것을 보면 과연 이안 감독의 표현은 정확한 것이리라...

에니스는 만난지 1년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20년간을 사랑했지만 함께 살 수 없었던 잭에게 미안하고 또 자신들의 숨겨진 사랑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식에 못 갈 것 같다는 말에 실망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예전 잭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일을 그만 두더라도 결혼식에 가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잭이 보관하던 자신의 자켓과 브로크백 산의 엽서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에니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는 잭에게 마치 결혼 서약을 하듯 맹세했을 것이다... Jack... I Swear...

벌써 몇년 전에 김윤진이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 것이라고 해서 더 화제가 되었던 영화. 하지만 결국 김윤진은 그 역을 고사했고 TV드라마 '로스트'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으며 스필버그도 제작만 하고 감독은 '시카고'의 롭 마샬이 맡게 되었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영화 자체보다 그 외의 가십들이 더 화제가 된 듯 하다. 중국계 배우들이 게이샤 역으로 캐스팅 되었던 것도 그렇고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상영 금지까지 되었다는데...

그럼 영화는 어땠을까... 개인적으론 좀 지루했다. 홍콩 배우들의 게이샤 연기도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고 또 게이샤에 대한 단편적인 묘사도 좀 아쉬웠다. 공리나 장지이, 양자경 같이 멋진 배우들이 기모노를 입고 영어로 연기하는 모습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하기야 뭐 미국 사람들이 그들이 중국계 배우인지 일본계 배우인지 따질리도 만무하고 또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것을 생각하니 좀 착잡하기까지 했다. 그들에겐 중국계든 일본계든 한국계든 모두 아시아인일 뿐일테니까...

이 시리즈도 앞으로 남은 시리즈를 기대해 봐야 할까... 첫 작품은 많이 지루했다... 또 많이 유치했다... 너무나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의식한 듯... 그런데 7편 모두 만들어지기나 할까...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기대감이 떨어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작품에 대한 만족감은 더 높아지는 흔치 않은 시리즈인 것 같다. 사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볼때만 해도 많이 지루했었는데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 1,2편을 제외하고 계속 감독이 바뀌고 있는데 다음편의 데이빗 예이츠는 어떤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여줄까...

인류에게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건 인간간의 전쟁이 아니라 인간과 외계인과의 전쟁이 될지도 모르겠다. 외계인과의 전쟁이라... 지금에도 과연 일어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벌써 100년도 전인 1898년에 '우주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썼으니 H.G. 웰즈는 정말 천재였던 것 같다. 아시모프와 함께 가장 유명한 SF 소설가 중 한명인 그의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기고 있으면서 영화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우주 전쟁'은 이미 50년대에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 고전 중 하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까지 이 작품에 관심을 보여 영화로 만들어졌으니 많은 영화팬들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하지만 기대는 단지 기대일 뿐이다.

스필버그의 '우주 전쟁'은 외계인이 왜, 어떻게 지구를 침략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엄청난 위력을 보이던 외계인들이 갑자기 무기력하게 된 것도 모건 프리먼의 단 몇마디 나레이션으로 알려준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인간과 외계인과의 전쟁이 아니라 한 가족의 유대관계의 회복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혼하여 혼자 살고 있는 존재감이 상실되어버린 가장 레이에게 아들과 딸이 맡겨진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니 인류에게 닥치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 시작된다. 엄청난 제작비에 걸맞는 화려한 볼거리와 특수효과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런 대재앙속에서 레이는 그의 아들과 딸을 보호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그리고 결국은 가장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확인시키고 그의 두 자식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이미 언급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원작에서의 외계인에 대한 과학적인 탐구나 인간들의 필사적인 대항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외계인의 침공에서 외계인들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의 모습도 보여진다. 이런 과정에서 스필버그 감독은 이야기 전개의 당위성이나 치밀한 구성보다는 파괴되어가는 지구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결말의 허무함은 피할 수 없어보인다. 사실 스필버그의 최근 영화들이 예전에 비해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보이곤 한다. 벌어놓은 일을 수습하지 못하고 대충 마무리한다고나 할까... 또한 번뜩이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보다는 기존 작품이나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아진 듯 하다. 이젠 그의 창조적인 상상력에도 한계가 온 것인지.

개인적으로 이런 비슷한 류의 재난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딥 임팩트'이다. 이 영화에는 인류에게 닥친 재앙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있고, 또 너무 감상적일 수도 있지만 그 재앙속에서 다시금 피어나는 사람들간의 유대감과 인류애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주전쟁'을 보고 나니 과연 한 가장의 존재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서 그렇게 엄청난 전쟁을 보여줬어야 했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난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없었다. '조스', '인디아나 존스', '칼라 퍼플', '태양의 제국'같은 영화들을 만들때의 스필버그가 그립다.

고등학생 때였을까...
전 어찌하다 생긴 공짜 영화표를 가지고 당시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극장 중 하나였던 허리우드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티켓에 써 있었던 영화의 제목은 '썸머 스토리'였죠.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단지 공짜라는 이유때문에 영화를 보러 갔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엔 정말로 돈을 주고라도 몇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고 싶지만 자료도 별로 없고 또 제 기억력도 한계가 있는지라... 기억나는대로 알려드리자면 이 영화는 제임스 아이보리의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좀 더 섬세하고 잔잔한 면이 있는 듯 합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존 갈스워시의 '사과 나무'라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영화처럼 아름답고도 슬픈 그런 작품이리라 생각됩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애쉬턴이란 의대생이 어느 시골에 머물다가 그 곳에서 만난 메간이란 처녀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죠. 그들은 금방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둘은 함께 시골을 떠날 약속을 합니다. 하지만 애쉬턴은 약속장소에 나가지 못하게 되고 메간은 홀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먼 훗날 애쉬턴은 노인이 되고 예전 그 마을을 다시 방문하게 되고 저 멀리서 자신의 젊었을때의 모습과 너무나 닮은 한 청년의 모습을 보게 되죠.

영화 중간 중간에서도 그랬지만 전 마지막 장면에서 참고 있었던 감정이 폭발해 버리듯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죠. 아직도 그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모리스'에서도 볼 수 있었던 애쉬턴 역의 제임스 윌비와 메간 역의 이모진 스텁스의 모습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들의 슬픈 사랑 또한 너무나 애처로웠죠.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후 당시 AFKN에서도 몇번 방영을 해 줘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봤었죠. 그런데 요즘은 정말 보기 힘든 영화 중에 하나가 되어 버렸습니다. 비디오 대여점에도 거의 없는 것 같구요.

혹시 비디오 가지고 계시거나 근처 대여점에서 보신 분 저한테 복사 하나만 해 주세요. ^^;;

움직이는 성? 미야자키 하야오?
그의 신작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천공의 성 라퓨타'의 속편이라도 만드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원래 이 작품은 영국의 다이애나 윈 존스라는 작가의 소설이란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오즈의 마법사'도 연상이 되었었다.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해서 정확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하야오의 작품을 통해 본다면 그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작품인 듯 하다.
충분히 환타지적이고, 또 충분히 교훈적이고...
거기에 하야오 특유의 하늘, 자연과 메카닉에 대한 동경, 반전까지 가미된다면 멋진 작품이 되지 않을까?
물론 이 작품은 멋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었다.
물론 OST라는 것도 멋진 화면과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지금까지처럼 히사이시 조는 다시 한번 멋진 음악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왈츠풍의 음악은 작품의 배경인 유럽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소피의 테마의 멜로디는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아쉬웠을까?
이미 많은 관객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스토리 전개가 좀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중간 중간에 무언가 잘려져 나가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또한 해외의 배급을 맞고 디즈니쪽에서 맡고 있어서인지 결말의 해피엔딩 부분은 왠지 디즈니 작품의 느낌도 나고...
등장인물들의 특징도 기존 작품들에 비해서 그리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애매모호하게도 느껴진다.
이는 아마도 위에 언급했듯이 스토리 전개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다.
그건 어쩌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본은 한다고 할까.
거기다 어느날 갑자기 할머니가 된 소녀와 정체가 불분명한 꽃미남 마법사 하울의 이야기.
충분히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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