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부터 팝음악을 들어오긴 했지만 사실 Johnny Cash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물론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컨트리 뮤직쪽에는 그다시 관심이 없었던지라 일부 컨트리가수 외에는 그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그래도 귀여운 리즈가 나오고 또 이번에 아카데미 상까지 탔으니 안 볼 수가 있나!

처음으로 리즈 위더스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일렉션'이란 영화였다. 물론 그 전에 '플레전트빌'도 있었고, 더 히트했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도 있었지만 '일렉션'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앙코르'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개인적으론 그녀의 최고의 연기는 '일렉션'에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그녀는 그 후 '금발이 너무해'로 일약 톱스타로 등극했고 요즘은 여배우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거기다 연기까지 인정받았으니 라이언 필립은 여자 보는 눈이 참 대단했었던 것 같다. 부러워라... -_-;;

영화는 꽤 만족스러웠다. 물론 쟈니 캐쉬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흥겨운 컨트리 음악과 그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잘 연결되어 드라마적인 면에서도 흥미롭게 보았다. 40번째 프로포즈에 성공했다니... 리즈는 물론이고 와킨 피닉스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괜히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2004년에 '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2005년 세상을 떠난 레이 찰스에 대한 영화였다. 난 '앙코르'를 보면서 '레이'가 교차되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미국의 흑백인종간의 보이지 않는 묘한 경쟁 심리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이클 잭슨과 브루스 스프링스틴, MC 해머와 바닐라 아이스, 그리고 레이와 앙코르까지... 물론 내가 너무 크게 확대해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걸 어떻해...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은 꼬리동... -_-;;

2004년 미국 음악계에서는 커다란 별 하나를 잃었다. 바로 소울음악의 대부 레이 찰스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그는 그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 이 영화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미국의 흑인음악을 논하면서 그의 이름을 제외한다면 어쩌면 그 어떤 얘기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현재의 흑인음악 아니 미국 팝음악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런 그의 일생을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영화화하기로 했었고 그의 최고의 영화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작품으로 선보였다.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사관과 신사', '어게인스트', '백야' 등을 통해서 영화 속 음악에 대한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주었었다. 그의 능력은 이 영화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음악인의 전기 영화 답게 영화 전편에 그의 음악들이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맹인이며 흑인으로서 넘어야 했던 한계들도 잘 표현해 주었다.

이 영화를 말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제이미 폭스의 연기이다. 그의 모습은 실제 레이 찰스보다도 더 레이 찰스답다. 이 영화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과연 덴젤 워싱턴의 뒤를 이을만한 멋진 배우인 듯 하다.

P.S :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레이 찰스의 앨범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1990년작 'Would You Believe?'이다. 이 앨범을 샀던 이유는 단 하나 'Elly, My Love'. 물론 Southern All Stars의 원곡도 좋지만 난 레이 찰스의 곡을 더 좋아한다. 뽀얀 먼지가 쌓인 그 앨범을 다시 꺼내 봐야 겠다.

난 하워드 휴즈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단지 이번 아카데미상에서 가장 많은 후보에 올랐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많은 부분을 수상했지만 주요부문은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사실 이 영화가 이번 아카데미 주요부문들을 수상했었다면 난 참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그만큼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나 할까...

영화는 한마디로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멋진 연기력을 보여주는 여러 배우들과 그들을 조화롭게 보여주는 감독이 있으니 글의 이름만으로도 기본은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의 3시간이 되는 상영시간도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적당한 감동도 주며, 주인공에 대한 연민도 느끼게 하며, 기존 마틴 스콜세지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블록버스터한 화면들도 제공한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것은 감독의 색깔보다는 배우의 성격이 너무 강하게 나타난 듯하기 때문이다. 제작에까지 참여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멋진 연기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의 이 영화에 대한 영향력이 너무 컸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문인지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라는 느낌이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잘 만들어진 너무나 전형적인 한 인물의 자전적인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어쩌면 내가 하워드 휴즈에 대해서 잘 모르고 또 그리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마틴 스콜세지는 다음 작품으로 '무간도'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판을 준비하고 있다. 홍콩 느와르의 부활을 보여준 작품을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스타일로 바꿀지 기대가 된다.

20세의 나이에 왕이 되어 그리스에서 인도까지 대제국을 건설했던 대왕.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일찍부터 그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1999년 '애니 기븐 선데이'이후 정말 오랜만의 극영화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알렉산더 대왕을 인간적인 면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물론 그의 의도는 영화 곧곧에 잘 나타나고 있다. 아버지인 필립대왕과의 갈등과 그에 대한 동경, 어머니인 올림피아스에 대한 애증, 친구이며 동시에 연인이기도 했던 헤파이션(헤파이스티온)에 대한 사랑... 이런 것들이 영화에서 중요시하게 다루어 지고 있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넓은 제국을 건설했다는 사실 보다는 그 자신의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일단 올리버 스톤 감독이 알렉산서 대왕의 인간적인 면을 촛점으로 맞춘 것 자체는 어느정도 알 수 있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그 표현이 어중간하다. 그런 사실들을 보여주기만 하고 부곽시키고 있지는 않다. 어쩌면 이런 점은 역사적인 사실을 영화화하기에 과장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다지 큰 감정 변화 없이 3시간의 상영시간을 지내기엔 좀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더구나 극 전개에서 매우 어색하게 느껴지는 대사나 장면들도 눈에 띈다.

알렉산더 역으로 열연을 한 콜린 패럴의 모습도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애처롭게 보인다. 그의 카리스마로는 알렉산더의 모습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 하다.

또 한가지 이 영화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알렉산더의 동성애에 대한 묘사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동성애자라기 보다는 양성애자라는 편이 나을 듯 하다. 영화에서는 친구인 헤파이션에 대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는 매우 동성애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그 동성애 묘사 장면 조차도 어찌나 어색하고 쌩뚱맞게 느껴지는지...

결론적으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 같다. 이 3시간의 대역사극에서 1시간은 줄여 2시간짜리로 가장 중요한 요점만을 간결하고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로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2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영화가 국내에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을만한 영화인가...(중간에 몇장면 화면이 좀 튄다). 또한 '글래디에이터'는 정말 멋진 영화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알렉산더를 기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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