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BIFAN를 방문했습니다. 관람했던 11편의 영화들 줄세우기해 봅니다. 심야상영에 포함되어 있던 '더 비지터'외에는 모두 평균 이상하는 작품들이었습니다.
1. 비버 대소동 (Hundreds of Beavers)
무성영화 형식으로 만든 아주 유쾌한 영화입니다.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작품들이 생각나는 화면에, 동화같은 이야기를 놀라운 상상력으로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만한 작품이지만 저에게는 극호였습니다. 이런 작품은 영화제 아니면 보기 힘들 것 같네요.
2. 배드 액터 (Un Actor Malo)
영화 촬영장에서 여배우가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치밀한 대사와 편집으로 상영시간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킵니다. 미투 관련하여 여러가지 요소들을 잘 담아내었고 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3.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The Last Stop in Yuma County)
외딴 정류소에 기름이 떨어져, 몇명의 사람들이 카페에서 유조차를 기다리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Jim Cummings가 출연해서 보게 되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4. 아버지의 이름으로 (以父亲之名)
유학 중인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전직 경찰인 아버지가 미국을 방문하여, 해당 살인 사건을 파헤치면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짜임새 있게 아주 잘 만든 범죄 스릴러물입니다.
5. 오디티 (Oddity)
쌍둥이 자매 중 한명이 살해되고 1년 후, 시각장애인이자 심령술사인 남은 한명이 그녀가 살던 집에 다시 방문하면서 그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게 됩니다. 예상 가능한 결말이긴 하지만, 화면와 소리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힘이 대단합니다.
6. 데블스 배스 (Des Teufels Bad)
18세기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죄에 대한 구원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과연 그 시대의 죄는 무엇인지, 종교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개는 느리지만 이야기와 화면의 흡입력은 있습니다.
7. 해피 땡스기빙 (Thanksgiving)
'그라인드하우스'의 가짜 예고편 중 하나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플롯은 전형적인 살인마의 복수를 다루고 있지만, 일라이 로스 답게 잔인한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8. 펠리칸 블루 (Kék Pelikan)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헝가리의 90년대 배경으로 벌어졌던 기차표 위조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엄연한 범죄였던 사건인데,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면죄부를 주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나의 집은 어디인가'처럼 등장인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9. 버드이터 (Birdeater)
결혼을 앞둔 커플의 총각파티에서, 그 커플의 어두운 과거가 밝혀지게 되고, 분위기는 점점 난폭하게 바뀝니다.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다크한 버전 같기도 합니다.
10. 사유리 (さゆり)
동명 만화를 영화화 했다고 하는데, 전반부는 전형적인 일본 하우스 호러이고, 후반부는 장르가 완전히 바뀝니다. 이 변화가 취향에 맞는다면 즐겁게 보겠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된 연기와 묘사가 저에게는 좀 안 맞더라구요.
11. 비지터 (The Visitor)
'엽기좀비 오토', 'LA 좀비'등의 작품이 BIFAN에서 상영되었던 브루스 라브루스 감독의 작품입니다. 파졸리니의 '테오레마'에서 가져온 설정은 흥미롭긴 했는데, 뭔가 메세지를 넣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이 과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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