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Once Upon a Time, 2007)
- 감독 : 정용기
- 출연 : 박용우, 이보영, 김응수, 김수현, 안길강

원스 어폰 어 타임 포스터 1 원스 어폰 어 타임 포스터 2

국내영화중에서 어드벤처물을 찾아보기가 그리 쉬운건 아니다. 대충 기억나는게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과 '아 유 레디'정도... 두편 모두 흥행이나 비평이나 실패작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은 재미있게 봤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적어도 흥행면에서는 성공적인 듯 하다. 뭐 사실 어드벤처적인 면 보다는 그냥 코믹 액션물에 더 가깝긴 하지만... 어쨌든 작정하고 한국판 '내셔널 트레져'를 만들려고 한듯한 스토리 전개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해방을 맞이하게 되는 시대적인 배경을 잘 조합하여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던 영화였다. 한국영화가 다양한 장르로 제작이 되는 것은 반길 일이긴 하지만 과연 얼마나 지속적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 하다.

원스 어폰 어 타임 포스터 1


보고 나면 너무나도 뻔한 얘기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영화들이 있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하거나 인간 승리 또는 성취감을 그린 것들이 많다. 여기에 이런 또 하나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 감동을 준다.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잘나가는 피아니스트인 동창을 둔 동네 피아노 교실 선생님,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 거기에 피아노 선생님에게 필이 꽂힌 아래층 피자가게 총각. 뭐 이렇게 등장인물만 봐도 스토리가 그려진다.

이렇게 예상 가능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마도 과하지 않은 감정의 절제에 있는 듯 하다. 감독의 연출은 관객들에게 억지 감정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엄정화의 연기는 그에 어울리게 오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주인공인 지수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이입된다. 이런 단조로운 스토리에 양념같은 광호(박용우 분)의 캐릭터는 극의 재미를 한층 살려주고 있다. '달콤, 살벌한 연인'에 이어 제격인 캐릭터를 만난듯 한 박용우의 연기는 앞으로 그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음악영화답게 이병우 음악감독의 음악도 좋았다.

'샤인', '빌리 엘리어트' 등 비슷한 소재나 내용의 많은 영화들이 연상되긴 하지만 그래도 국내영화중에서 음악적인 소재로 이렇게 잘 만든 영화를 찾기는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2000년 부천영화제때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 중 '너무 많이 본 사나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제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 중 하나였다. 이 블로그에 예전에 이 영화를 본 후 쓴 글도 있다.

아무튼 그 영화를 본 후 손재곤 감독이라는 이름은 한동안 내 기억에서 지워졌었다. 그러다 '재밌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소식을 들었었고 또 다시 잊고 있다가 이 영화의 홍보물을 보고 '앗 그 감독이다!'하며 다시 기억이 나게 되었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에서와 마찬가지로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여러가지 장르가 복합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 범죄 등등... 그러면서도 적절히 각각의 장르가 혼합되면서 지금껏 한국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선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예전에 봤었던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라는 영화도 생각이 난다. 박용우는 '혈의 누'에 이어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굳힐 수 있을 듯 하다. 최강희도 톡톡 튀는 그녀만의 매력을 보여준다. 다만 영화 자체에서 미나라는 캐릭터가 좀 더 강렬하게 그려졌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약간 남는다.

본격적인 장편상업영화를 만들면서 '너무 많이 본 사나이'의 신선함이 조금은 상쇄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던 기존의 한국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차별화로서 관객들의 기억에 많이 남을 수 있을 듯 하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가 다시 보고 싶다. DVD 출시때에 포함 되었으면...

2001년 특이한 이름의 영화 하나가 개봉했다.
번지 점프를 하다...
영화에 대한 별다른 정보도 없이 시사회에서 본 이 영화는 당시로선 나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결국은 사랑이라는 진부한 주제였지만 매우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소재로 이렇게 감각적이고 신선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표현해 내었던 감독의 연출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김대승 감독은 전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영화로 다시 관객들에게 돌아왔다.

사실 개봉이 되기 전부터 난 이 영화에 대한 은근한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감독을 믿었기에...

감독은 국내영화에서는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은 사극을 택했다. 더구나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테리 스릴러 형식과 외국의 슬래쉬 영화에서나 봄직한 유혈이 낭자하는 충격적인 장면들도 보여진다. 하지만 역시 전작처럼 이 영화에서도 사랑이란 주제는 빠지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인간은 재물에 대한 욕망 앞에서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나를 진저리치게 깨닷게 된다. 또한 영화의 배경인 후기 조선시대의 신분계급간의 갈등도 엿볼 수 있다.

걱정을 했었던 차승원의 연기는 기존의 코믹한 캐릭터를 극복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하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동안 그리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박용우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올가미'에서 보여주었던 마마보이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잠깐 등장했던 오현경씨의 강렬한 연기도 잊을 수 없다.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여지는 역사 고증과 배경 세트는 이 영화에 대한 믿음감을 더욱 갖게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재미를 기대한다면 긴장감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스포일러가 한동안 인터넷에서 퍼져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물론 범인이 누구냐라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한 흥미를 극대화시키는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어쩌면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해답을 몰라도 감독이 말하고 하던 인간의 잔혹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까... 또한 이 영화의 진정한 반전은 어쩌면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원규의 행동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사람들이 살고있던 조용한 섬을 피비가 내리는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인간의 탐욕, 이기심과 잔혹성. 이것을 느꼈다면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 것이리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