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카피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더이상 먹히질 않나보다. 하기야 뭐 너무 늦게 개봉한 탓도 있겠지...

이 영화는 미국내의 인종 차별에 대해서 매우 진지하고 심각하게 접근하고 있다. 여러 캐릭터가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하며 서로서로 연관된 관계들 속에서 인종 차별에 대해서 때로는 가해자가 되고 또 때로는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또한 처음에는 인종에 대한 편견이 가장 없어보이던 캐릭터가 결국엔 자신만의 편견에 빠지는 불행을 겪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미국의 메이저영화답게 서로 화해하고 갈등이 해소되는 어느정도 해피 엔딩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열쇠 수리공 다니엘과 그의 딸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부녀의 모습은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로 쓰이기도 했다. 결국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둘씩 편견이 생기게 되는 것인지...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에 데해서 불만이 있지는 않다. 그만큼 잘 만들어졌고 진지한 문제제기와 현실 비판을 담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전형적인 스타일의 스토리 전개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결말이 좀 아쉽다. 난 개인적으로 '브로크백 마운틴'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중학생 시절부터 팝음악을 들어오긴 했지만 사실 Johnny Cash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물론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컨트리 뮤직쪽에는 그다시 관심이 없었던지라 일부 컨트리가수 외에는 그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그래도 귀여운 리즈가 나오고 또 이번에 아카데미 상까지 탔으니 안 볼 수가 있나!

처음으로 리즈 위더스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일렉션'이란 영화였다. 물론 그 전에 '플레전트빌'도 있었고, 더 히트했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도 있었지만 '일렉션'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앙코르'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개인적으론 그녀의 최고의 연기는 '일렉션'에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그녀는 그 후 '금발이 너무해'로 일약 톱스타로 등극했고 요즘은 여배우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거기다 연기까지 인정받았으니 라이언 필립은 여자 보는 눈이 참 대단했었던 것 같다. 부러워라... -_-;;

영화는 꽤 만족스러웠다. 물론 쟈니 캐쉬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흥겨운 컨트리 음악과 그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잘 연결되어 드라마적인 면에서도 흥미롭게 보았다. 40번째 프로포즈에 성공했다니... 리즈는 물론이고 와킨 피닉스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괜히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2004년에 '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2005년 세상을 떠난 레이 찰스에 대한 영화였다. 난 '앙코르'를 보면서 '레이'가 교차되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미국의 흑백인종간의 보이지 않는 묘한 경쟁 심리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이클 잭슨과 브루스 스프링스틴, MC 해머와 바닐라 아이스, 그리고 레이와 앙코르까지... 물론 내가 너무 크게 확대해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걸 어떻해...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은 꼬리동... -_-;;

외딴 산속에서 여름동안 양을 치던 두 남자. 그들은 환경때문이었건 그동안 묻어두었던 본능때문이었건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4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그들은 격정적인 키스와 함께 힘든 사랑을 시작한다.

히스 레져의 모습은 '기사 윌리엄'이나 '그림 형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니스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있으며 제이크 길렌할 또한 잭 트위스트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 주었다. 또한 알마 역의 미셀 윌리암스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다.

'결혼 피로연'에 이어 두번째로 동성애 소재의 영화를 만들면서 이안 감독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남성적인 이미지의 상징인 카우보이와 동성애의 접합이라... 물론 단편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게다가 영화의 스타일은 큰 감정의 기복없이 장엄한 대자연과 두 남자의 사랑을 조심스레 교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가 많이 연상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배경음악이 이런 느낌에 큰 몫을 한 듯 하다.

이안 감독은 이 영화를 퀴어영화가 아닌 사랑이야기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두 남자가 아니라 두 남자가 나누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현실에서 인정받기 힘들고 숨어서만 할 수 있었던 사랑이라 더욱 애틋하고 애절했을 것이다. 보수적인 일부 영화 평론가들마저도 이 영화에 대해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것을 보면 과연 이안 감독의 표현은 정확한 것이리라...

에니스는 만난지 1년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20년간을 사랑했지만 함께 살 수 없었던 잭에게 미안하고 또 자신들의 숨겨진 사랑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식에 못 갈 것 같다는 말에 실망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예전 잭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일을 그만 두더라도 결혼식에 가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잭이 보관하던 자신의 자켓과 브로크백 산의 엽서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에니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는 잭에게 마치 결혼 서약을 하듯 맹세했을 것이다... Jack... I Swear...

2004년 미국 음악계에서는 커다란 별 하나를 잃었다. 바로 소울음악의 대부 레이 찰스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그는 그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 이 영화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미국의 흑인음악을 논하면서 그의 이름을 제외한다면 어쩌면 그 어떤 얘기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현재의 흑인음악 아니 미국 팝음악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런 그의 일생을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영화화하기로 했었고 그의 최고의 영화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작품으로 선보였다.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사관과 신사', '어게인스트', '백야' 등을 통해서 영화 속 음악에 대한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주었었다. 그의 능력은 이 영화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음악인의 전기 영화 답게 영화 전편에 그의 음악들이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맹인이며 흑인으로서 넘어야 했던 한계들도 잘 표현해 주었다.

이 영화를 말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제이미 폭스의 연기이다. 그의 모습은 실제 레이 찰스보다도 더 레이 찰스답다. 이 영화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과연 덴젤 워싱턴의 뒤를 이을만한 멋진 배우인 듯 하다.

P.S :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레이 찰스의 앨범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1990년작 'Would You Believe?'이다. 이 앨범을 샀던 이유는 단 하나 'Elly, My Love'. 물론 Southern All Stars의 원곡도 좋지만 난 레이 찰스의 곡을 더 좋아한다. 뽀얀 먼지가 쌓인 그 앨범을 다시 꺼내 봐야 겠다.

난 하워드 휴즈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단지 이번 아카데미상에서 가장 많은 후보에 올랐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많은 부분을 수상했지만 주요부문은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사실 이 영화가 이번 아카데미 주요부문들을 수상했었다면 난 참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그만큼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나 할까...

영화는 한마디로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멋진 연기력을 보여주는 여러 배우들과 그들을 조화롭게 보여주는 감독이 있으니 글의 이름만으로도 기본은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의 3시간이 되는 상영시간도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적당한 감동도 주며, 주인공에 대한 연민도 느끼게 하며, 기존 마틴 스콜세지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블록버스터한 화면들도 제공한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것은 감독의 색깔보다는 배우의 성격이 너무 강하게 나타난 듯하기 때문이다. 제작에까지 참여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멋진 연기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의 이 영화에 대한 영향력이 너무 컸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문인지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라는 느낌이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잘 만들어진 너무나 전형적인 한 인물의 자전적인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어쩌면 내가 하워드 휴즈에 대해서 잘 모르고 또 그리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마틴 스콜세지는 다음 작품으로 '무간도'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판을 준비하고 있다. 홍콩 느와르의 부활을 보여준 작품을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스타일로 바꿀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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