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레메에서 버스를 타고 11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스탄불.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터키 버스는 특정구간의 표를 구매해도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나는 데니즐리에서 갈아 탔었는데 그때 버스 승무원에게 이스탄불 가는 짐은 다 옮겨졌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해서 그냥 갈아 탔었는데 이스탄불에 도착해 보니 내 가방이 없다. 내 가방은 옮겨지지 않았었고 그 승무원은 아무래도 영어를 잘 못했었던 듯. 다행이 오토갈에서 우연히 영어를 잘 하는 젊은 터키인을 만났었는데 그는 버스에서 내게 과자를 나누어 주었던 할아버지의 아들이었다. 아버지 마중 나왔다가 내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본 것. 그 사람이 버스회사에 전화해 보더니 내 가방은 이즈미르로 간 듯하고 이스탄불 오토갈로 그날 저녁때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기면 자기에게 연락하라며 명함을 준다. 변호사였다. 아무튼 그날 저녁 우여곡절 끝에 그 변호사 덕분에 내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터키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이나 오지랍이 넓은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었다.

아무튼 오토갈에서 이스탄불 교통카드(Istanbulkart, 보증금 6리라)를 구입해서 메트로를 타고 Aksaray역에서 트램으로 갈아타고 숙소가 있는 Gulhane역까지 이동했다. 나중에 가방 찾으러 다시 오토갈에 갈때 보니까 Aksaray역보다 Yusufpasa역이 메트로로 갈아타는데 좀 더 가까웠다. 메트로에서 트램으로 갈아 탈때는 우리나라처럼 역이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개찰구를 나와서 좀 걸어가야 한다. 이스탄불의 교통운임은 기본 2리라이고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1.75이다. 교통카드 사용시 환승 할인 혜택이 있다. 환승시에 1리라, 0.9리라 이렇게 조금씩 더 할인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Tripadvisor 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호텔 중에서 저렴하면서도 관광지의 접근성이 좋았던 Minel Hotel이었다. 싱글룸이 하루 40유로였는데 다행이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 방이 비어 있어서 곧바로 체크인을 했다. 방을 가 보니 더블베드와 싱글베드가 함께 있는 3명이 묵을 수 있는 방이었다. 아마도 비수기가 시작되어 방이 좀 여유가 있어서 이 방을 준 것 같다. 올 5월에 오픈했다는데 그래서인지 깨끗하고 방이 좀 작긴 하지만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실용적이며 흰색과 파란색을 주로 사용한 인테리어가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스탭들도 너무 친절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밖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차를 권하고 케이크도 제공해 주었다. 무선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부페식 아침 식사도 만족스러웠다. 빵, 소시지, 치즈, 잼, 과일 등 기본적인 메뉴에 금방 만든 계란 부침과 괴즐레메 (부침개와 비슷)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체크아웃 후에 짐도 보관해 준다. 이곳에서 2박을 했는데 대만족이다. 다음에 이스탄불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않고 이 곳에 다시 묵을 것이다. 한국사람들도 그동안 꽤 다녀갔다고 한다. 책장에 한국어로 된 터키 여행 서적도 보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역시 평가가 좋은 튤립게스트하우스와 비니지스 파트너라고 한다. 홈페이지는 http://www.minelhotel.com/





11시간을 야간 버스로 이동한 후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이 버스에서 잠은 잘 잔 편이라 그리 피곤하진 않았다. 그래도 짐을 풀고 호텔에서 좀 쉬다가 주변을 간단히 돌아보려고 나갔다. 아야 소피야가 있는 곳까지 걸어서 5분정도의 거리였다. 아침부터 관광객들의 줄이 꽤나 길다. 오후에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위해 오전에는 방문할 곳들의 위치만 파악하고 그 주면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날씨가 계속 우중충하더니 비가 내린다 그래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좀 쉬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비가 조금 그치는 듯 싶어서 다시 찾아간 아야 소피아 (Aya Sofya). 아까보다는 줄이 많이 줄어 있어서 얼른 그 뒤에 섰다. 아마도 오전 시간에는 단체 관람객들이 많은 듯 했다. 그래서 아예 일찍가지 않고 어중간하게 오전에 가면 긴 줄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입장료는 20리라 (12,500원정도).



입구를 들어서면 높다란 돔 내부와 길게 느리워져 있는 샹들리에들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아야 소피아는 비잔틴 건축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 카톨릭과 이슬람의 묘한 조화가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원래는 기독교 성당으로 지어졌지만 오스만 시대를 거치면서 이슬람교의 사원으로 변경되었다. 천장과 2층에는 기독교 성화들이 복원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 길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복원된 기독교 성화들.






창문사이로 블루 모스크가 보인다.


이렇게 이슬람 양식의 무늬가 공존하고 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사진을 찍다보니 샹들리에의 불빛이 눈에 띄였다. 그래서 샹들리에들을 중심으로 몇장의 사진들을 더 찍었다. 






아야 소피아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블루 모스크로 이동하는 길. 


블루 모스크의 원래 명칭은 술탄 아흐멧 자미 (Sultan Ahmet Camii) 이다. 하지만 이슬람 건축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푸른 무늬의 타일이 내부 장식에 사용되었다고 해서 블루 모스크로 많이 불리운다. 이곳은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기도시간에는 관광객들의 관람이 제한된다.


사원에 들어서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서 푸른 빛이 은은하게 비춰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블루 모스크의 바로 옆에는 히포드롬 (Hippodrome) 광장이 있다. 고대 로마시대에 마차 경주가 주로 열리던 곳이다. 이 곳에는 3개의 오벨리스크를 볼 수 있는데, 기원전 15세기 이집트에서 만들었다는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 479년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가져온 뱀머리의 오벨리스크, 940년 콘스탄티누스 7세가 만든 콘스탄티누플 오벨리스크가 그것들이다.



히포드롬 광장 입구에 있는 독일 분수 (German Fountain).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의 선물로 독일에서 만들어져서 이스탄불로 옮겨졌다고 한다.




다음 방문지는 예레바탄 사라이 (Yerebatan Sarayi)이다. 6세기경에 지어진 지하 궁전으로 원래 황실에 수도를 공급할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이 곳이 유명한 것은 동로마 제국의 저수지 규모 중 최고이며, 기둥머리로 쓰였던 메두사 머리의 조각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알려졌다. 입장료는 10리라.



이곳에는 두개의 메두사 머리 조각상이 있는데 하나는 거꾸로 하나는 옆으로 뉘어져 있다.





이 날의 마지막 방문지는 톱카프 궁전 (Topkapı Sarayi)이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오스만 제국 시대의 건축 양식과 각종 귀금속, 유물 등의 전시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의 일부 구역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그냥 보는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입장료는 20리라. 궁전 안의 하렘은 별도의 입장료 10리라가 필요하다.




특유의 파란 무늬의 타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개를 사용한 문양도 눈에 띈다.


궁전 안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던 중 비가 내린다. 그런 와중에 보스포러스 해협쪽을 보니 무지개가 아름답게 떠 있다. 정말 멋진 광경이었다. 톱카프 궁전은 언덕에 있어서 이스탄불의 멋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비가 더 많이 오기 시작해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궁전을 나오니 비가 거의 그쳤다.



이스탄불 구시가지 특히 술탄아흐멧 주변의 관광명소들은 한 곳에 모여 있어서 이동이 편했고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아마도 날씨 관계로 궁전을 제대로 둘러보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숙소로 다시 돌아가서 좀 쉬다가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분실했던 가방을 찾으러 오토갈에 갔다 오니 금방 밤이 깊어졌다. 이렇게 이스탄불에서의 첫날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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