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칼레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9시간정도 걸려서 괴레메에 아침 일찍 도착했다. 터키의 도시간 이동은 기차가 발달되어 있지 않은 탓인지 버스가 많이 이용되는 듯 했다. 우리나라 버스보다 훨씬 좋은데 운전사와 승무원(?)도 있어서 간단한 과자나 음료를 제공해 주시기도 한다. 휴게소에는 서너번정도 들리는 것 같다. 우리나라 휴게소보다는 작은 규모였다. 간단한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게 대부분이다. 터키의 공용화장실은 대부분 유료이다. 보통 1리라를 받는다. 여행자들은 10시간정도 걸리는 이동 시간때문에 야간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숙박비도 줄이고 낮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으니... 나도 이번 일정 중에서 2번의 야간버스를 이용했는데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면 괜찮을 듯 하다. 하지만 그 다음날의 피로는 어느정도 감안해야 한다.

괴레메 지역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는 곳으로 터키의 카파도키아 지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다. 마치 외계의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기이한 풍경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원래 바다였던 이 지역이 융기하게 된 후 다시 화산 활동으로 인하여 오랜시간에 걸쳐 화산재들이 덮여져서 응회암을 이루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응회암은 그리 단단하지가 않아 가공이 쉬워서 동굴을 뚫어서 사람들이 살기도 했고 성당도 지어졌으며 심지어 지하도시까지 만들어졌었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비둘기들을 위해 파놓은 구멍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는 점. 수도사들이 비둘기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비둘기의 알에서 성화를 채색하는데 필요한 염료를 얻었다고 한다. 괴레메에 도착했을 때의 첫 느낌은 규모가 작은 그랜드 캐년이었다. 하지만 그랜드 캐년이 웅장하고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면 괴레메는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괴레메의 숙소는 한국사람들에게 인기있는 Ishtar Cave Pension에 미리 메일로 예약을 해 놓았다. 아침 일찍 괴레메 터미널에 도착해서 Information에 호텔 위치를 물어보니 그냥 전화를 해 준다. 몇분 후에 마음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차를 몰고 마중나와 주셨다. 카페에서 사진을 봤던 그 할아버지다. 숙소에 도착하니 역시나 여러 한국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정말 한국여행자들의 사랑방같은 분위기의 숙소였다.


예약 사실을 말씀 드리니 현재 싱글룸은 다 차서 트리플룸밖에 남은게 없는데 그거 그냥 쓰라고 한다. 다행이 방이 비어 있어서 곧바로 짐을 풀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좀 쉬다가 터미널 근처로 다시 나갔다. 괴레메 시내는 워낙 작아 숙소에서 터미널까지 걸어서 5분정도밖에 안 된다. 파묵칼레에서는 칼레 호텔에서 계속 식사를 해서 아직 제대로 된 터키 음식을 못 먹어본 터라 카페에서 본 Firin Express를 찾아 갔다. 내가 시킨 음식은 Beef Shish Kebab. 원래 Shish는 꼬치 요리인데 그냥 나왔다. 보기보다 양이 꽤 많았다. 빵도 많이 먹어서 그랬나? 아무튼 가격도 저렴했고 (10리라였던 것 같다) 맛도 있었다.


함께 곁들인 차이 (Cay). 역시 터키에서는 차이를 마셔야지. 식사와 같이 시키니까 차이는 무료였다.


식사를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잠깐 낮잠을 잤다. 야간버스에서 잠을 잘 못잤더니 피곤하기도 했고 또 오후에 로즈밸리 투어(Rose Valley Tour)를 예약해 놓았었기 때문에 시간이 좀 남았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거의 4시가 다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 요즘 비수기라 투어 신청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투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다. 더구나 투어를 진행하시는 할아버지가 네브쉬히르(Nevsehir)에 볼일이 있어서 가셨다나 뭐라나... 아무튼 한참 여기 저기 전화해 보더니 다행이 2명의 신청자가 더 있어 투어를 진행하기로 했고 할아버지께서도 시간 맞춰 오신단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로즈밸리 투어를 가게 되었다.

로즈밸리 투어는 해가 질때쯤 괴레메 지역의 멋진 석양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투어이다. 석양에 비친 주변 바위들이 장미빛으로 변한다고 해서 로즈밸리라고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투어가 해가 지면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Ishtar에서 직접 하는 로즈밸리 투어는 석양 뿐 아니라 밤하늘의 별들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계속되며 모닥불도 피워 감자도 구워 먹고 할아버지가 준비하신 와인과 맥주, 과일도 즐길 수 있다. 다른 숙소에 묵고 있더라도 로즈밸리 투어는 Ishtar에서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겨울에는 날씨도 추워지고 눈이 오기도 해서 로즈밸리 투어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성수기에는 거의 매일 하지만 비수기때는 신청하는 사람의 수가 어느정도 되어야 진행하는 듯 했다. 3명이 아마도 거의 최소 수준인 듯.






이곳도 해가 짧아서 6시정도가 되니 깜깜해졌다. 밝게 떠 있는 달과 멀리 보이는 괴레메 시내가 운치를 더해 줬다. 물론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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