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산속에서 여름동안 양을 치던 두 남자. 그들은 환경때문이었건 그동안 묻어두었던 본능때문이었건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4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그들은 격정적인 키스와 함께 힘든 사랑을 시작한다.

히스 레져의 모습은 '기사 윌리엄'이나 '그림 형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니스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있으며 제이크 길렌할 또한 잭 트위스트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 주었다. 또한 알마 역의 미셀 윌리암스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다.

'결혼 피로연'에 이어 두번째로 동성애 소재의 영화를 만들면서 이안 감독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남성적인 이미지의 상징인 카우보이와 동성애의 접합이라... 물론 단편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게다가 영화의 스타일은 큰 감정의 기복없이 장엄한 대자연과 두 남자의 사랑을 조심스레 교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가 많이 연상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배경음악이 이런 느낌에 큰 몫을 한 듯 하다.

이안 감독은 이 영화를 퀴어영화가 아닌 사랑이야기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두 남자가 아니라 두 남자가 나누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현실에서 인정받기 힘들고 숨어서만 할 수 있었던 사랑이라 더욱 애틋하고 애절했을 것이다. 보수적인 일부 영화 평론가들마저도 이 영화에 대해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것을 보면 과연 이안 감독의 표현은 정확한 것이리라...

에니스는 만난지 1년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20년간을 사랑했지만 함께 살 수 없었던 잭에게 미안하고 또 자신들의 숨겨진 사랑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식에 못 갈 것 같다는 말에 실망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예전 잭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일을 그만 두더라도 결혼식에 가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잭이 보관하던 자신의 자켓과 브로크백 산의 엽서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에니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는 잭에게 마치 결혼 서약을 하듯 맹세했을 것이다... Jack... I S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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