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남자 배우가 2명 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있는 황정민과 바로 정재영. '아는 여자'에서의 그의 모습도 좋았지만 속되게 말해 그에게 뻑간 것은 '귀여워'의 첫장면이었다. 팬티 하나 달랑 걸친채로 담배를 피워대는 그의 모습은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었다.
아무튼 이 영화에서 역시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아는 여자'에서의 동치성과는 비슷하면서 또 다른 만택의 모습을 통해서 각박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잊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 내내 크고 작은 웃음을 주고 있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농촌 총각들의 현실에 대한 실날한 풍자도 은근히 내재되어 있다. 그래 맞다. 영화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뜬금없이 '수퍼스타 감사용'이 생각이 난다. 영화는 정말 좋았지만 관객은 많이 들지 않았던... '광식이 동생 광태'에 묻혀 그리 흥행은 되지 못했지만 정말 맛갈스런 감칠맛이 나는 그런 영화였다.
다 자빠트려!

각박한 현실에서 떠나 어느 깊은 산골 마을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살고 싶어하는 건 아마도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그 현실이 전쟁상황이라면 더욱 더 하겠지.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 당시 우연히 강원도 깊은 산속에 있는 동막골이라는 부락에 도착하게 된 국군, 인민, 연합군과 부락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다. 원래는 이 작품은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상연되었던 장진 감독이 연출했던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박광현 감독은 첫 장편 영화 연출이긴 하지만 매우 안정적이고 세련되게 연극적이며 환타지적인 원작의 요소들을 스크린 화면으로 옮겨 놓았다. 전쟁이라는 배경 속에서 너무 심각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원작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환타지 형식으로 매우 밝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요소는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지만 영화 곳곳에 적절하게 사용된 CG효과가 큰 몫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비극적인 결말 조차도 뜨거운 눈물과 따뜻한 미소를 함께 짓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두명의 주연배우들이 부각되기 보다는 출연하고 있는 모든 배우들이 서로 잘 어우러져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도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화제가 되었던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음악 자체로는 훌륭했지만 기대에 비해서는 일부 장면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무료, 유료 시사회로 개봉 전에 23만이나 이 영화를 봤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만큼 제작사에서도 이 영화에 대해 자신이 있기에 입소문을 믿는 듯 하다. 과연 그 입소문은 믿을만 한 것이었고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 좋은 영화를 본 것 같다. 영화 관람시 받은 OST를 들으며 다시 한번 감동에 빠져 볼까?

2002년에 이미 영화는 완성되었었지만 계속해서 개봉은 미루어지다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 공개된 후 일반 관객들에게도 개봉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반응은 정말 썰~렁.
왜일까?
난 재미있기만 했는데...
우리나라 영화계의 현 시점에 비해서 너무나 앞서간 영화이기 때문일까?
아니 어쩌면 웃기고 야한 영화로 포장된 홍보의 문제일 수도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매우 풍자적이고 심각한 내용일 수 있는데...

이 영화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으로 보이질 않는다.
이제는 재개발되고 있는 황학동을 배경으로 보여지는 그들의 삶의 모습은 어쩌면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뷰를 한 김수현 감독은 기존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튀는 연출력으로 매우 신선한 화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과 환타지를 넘나들며 순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네 남자의 속내를 매우 톡특한 방법으로 그려낸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뭐시기' 역의 정재영은 개인적으로는 그의 영화들 중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장선우 감독의 어설픈 연기도 의외로 영화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고 왠지 백치미가 느껴지는 순이역의 예지원도 매력적이였다.

명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정체불명의 환타지 영화였다.
김수현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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