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아마도 많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의 근원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녀의 교묘한 관계를 재미있게 이끌어나가는 재미가 언제 봐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여러번 영화와 또는 드라마화 되었었다. 아마도 가장 유명했던 것은 지금의 콜린 퍼스를 있게 한 BBC의 미니 시리즈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런 작품을 '노팅 힐'과 '러브 액츄얼리'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했으니 기본은 하겠지? 아니다. 기본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상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원작의 힘과 워킹 타이틀이 기획성이 더해져 오랜만에 보는 기분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탄생하였다. 키어라 나이틀리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다아씨의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200년도 지난 이야기가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면 사랑은 정말 인간의 영원한 테마인가보다.

이제 앞으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어떻게 볼까...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피터 잭슨의 꿈의 프로젝트 '킹콩'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스토리는 거의 알고 있는 이 영화를 그가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좀 의아한 느낌도 들었다. 과연 어떻게 새로운 '킹콩'을 보여줄 수가 있을까... 결과는 대성공이다. 이런 결과는 아마도 현재의 영화제작 기술이 얼마나 발전되었는지도 보여 주는 것일 것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도 골룸을 연기했던 앤디 서키스가 이번엔 영화에 출연도 하지만 역시 킹콩을 연기했다. 특히 CG로 탄생한 킹콩의 모습은 영화의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사실감을 가지고 있으며 복잡한 감정을 얼굴 표정 하나 하나로 잘 표현하고 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감이다.

인류에게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건 인간간의 전쟁이 아니라 인간과 외계인과의 전쟁이 될지도 모르겠다. 외계인과의 전쟁이라... 지금에도 과연 일어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벌써 100년도 전인 1898년에 '우주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썼으니 H.G. 웰즈는 정말 천재였던 것 같다. 아시모프와 함께 가장 유명한 SF 소설가 중 한명인 그의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기고 있으면서 영화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우주 전쟁'은 이미 50년대에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 고전 중 하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까지 이 작품에 관심을 보여 영화로 만들어졌으니 많은 영화팬들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하지만 기대는 단지 기대일 뿐이다.

스필버그의 '우주 전쟁'은 외계인이 왜, 어떻게 지구를 침략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엄청난 위력을 보이던 외계인들이 갑자기 무기력하게 된 것도 모건 프리먼의 단 몇마디 나레이션으로 알려준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인간과 외계인과의 전쟁이 아니라 한 가족의 유대관계의 회복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혼하여 혼자 살고 있는 존재감이 상실되어버린 가장 레이에게 아들과 딸이 맡겨진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니 인류에게 닥치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 시작된다. 엄청난 제작비에 걸맞는 화려한 볼거리와 특수효과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런 대재앙속에서 레이는 그의 아들과 딸을 보호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그리고 결국은 가장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확인시키고 그의 두 자식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이미 언급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원작에서의 외계인에 대한 과학적인 탐구나 인간들의 필사적인 대항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외계인의 침공에서 외계인들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의 모습도 보여진다. 이런 과정에서 스필버그 감독은 이야기 전개의 당위성이나 치밀한 구성보다는 파괴되어가는 지구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결말의 허무함은 피할 수 없어보인다. 사실 스필버그의 최근 영화들이 예전에 비해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보이곤 한다. 벌어놓은 일을 수습하지 못하고 대충 마무리한다고나 할까... 또한 번뜩이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보다는 기존 작품이나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아진 듯 하다. 이젠 그의 창조적인 상상력에도 한계가 온 것인지.

개인적으로 이런 비슷한 류의 재난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딥 임팩트'이다. 이 영화에는 인류에게 닥친 재앙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있고, 또 너무 감상적일 수도 있지만 그 재앙속에서 다시금 피어나는 사람들간의 유대감과 인류애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주전쟁'을 보고 나니 과연 한 가장의 존재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서 그렇게 엄청난 전쟁을 보여줬어야 했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난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없었다. '조스', '인디아나 존스', '칼라 퍼플', '태양의 제국'같은 영화들을 만들때의 스필버그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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