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의 '마지막 전투'를 보고
21세기에 흑백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쩌면 커다란 모험일 수도 있습니다.
화려한 색감과 박진감 넘치는 편집에 익숙해진 덕분에 지루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작품에 따라서 틀리겠죠.

이제는 헐리우드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뤽 베송의 첫 장편 영화 '마지막 전투'는 흑백 화면과 단 두 단어의 대사('봉 쥬르')를 가지고 우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초기 작품 답게 지금의 뤽 베송 작품 보다는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을 많이 느낄 수 있죠.
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SF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흑백으로 찍을 생각을 했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게다가 대사도 거의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대사가 없다고 해도 관객들은 화면을 통해서 이야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묵시록 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분위기는 그리 무겁지 않죠.
오히려 밝고 유머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역시 가장 중요한 사랑이 담겨 있죠.
뤽 베송 작품 특유의 재미도 주고 있구요.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 합니다.
대사가 없으니 표정과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죠.
재미있는 것은 뤽 베송의 많은 영화에 출연했던 장 르노의 예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와 별루 다른 것 같지 않군요.
워낙에 수염도 많고 주름도 많아서 그런가...
음악도 빼어놓을 수 없습니다.
뤽 베송의 모든 영화에 참여한 에릭 세라가 음울하면서도 유머스러운 영화의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뤽 베송의 상업적인 작품을 보아왔던 분들에게는 그의 초기 작품의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러나 저러나 '아틀란티스'는 언제 개봉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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