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그의 음악을 들었던 것은 아마도 1995년쯤 라디오에서 'One Last Cry'였을 것이다. 이 곡이 히트한건 1993년이었지만 그땐 군대에 있었으니 제대 후에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그의 인기가 그리 높지는 않았다. 솔로곡보다 바네사 윌리암스와 불렀던 'Love Is'가 더 유명했었으니까. 'One Last Cry'도 'Love Is'가 히트하면서 뒤늦게 빛을 본 경우였다. 당시 국내에는 라이센스도 나오지 않았었다. 그래서 명동 신세계 백화점의 지하에 있었던 파워스테이션에서 겨우 수입음반으로 구해서 들었었다. 그 후 4집 'Back At One'이 전세계적인 히트를 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들이 생겨났고 여러 가수들도 자신의 가창력을 인정받기 위해 앞다투어 그의 곡들을 부르기도 했다. 사실 그의 인기는 'Back At One'때 정점을 달렸고 그 이후에는 조금씩 하락세이긴 하지만 이제는 고정팬들이 꽤 많아진 듯 하다.


그는 여러번 방한했는데 내한공연은 2002년 처음 이루어졌다. 그 후 작년에 두번째에 이어 11월 26일 세번째 공연이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얼마전 발매한 'Just Me'앨범 이후 진행되고 있는 Just Me Tour 순회공연의 일환으로 열린 공연이었는데 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와 일본만 하는 듯 하다. 이번 순회공연은 'Acoustic Show'와 'Band Show' 두가지 포맷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한공연은 'Acoustic Show'였는데 밴드 없이 피아노와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하는 공연이었다. 이번 앨범인 'Just Me'의 두번째 라이브 디스크를 들어보면 아마도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번 내한공연도 거의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되었다.



8시에 시작된 오프닝은 비보이 공연과 임정희가 나왔다. 요즘 '불후의 명곡 2'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임정희는 골든 레이디, 시계 태엽 그리고 데뷰곡이었던 Music Is My Life를 시원한 가창력으로 불러주었다.



임정희의 공연이 끝나고 잠시 뜸을 좀 들이다가 무대 중앙이 조명이 밝혀지며 그가 나타났다. 3층에서 찍은 사진이라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_-;;
 


그리고 한시간 반정도의 시간동안 Back At One, One Last Cry, Crazy Love, Still, Never Felt This Way, Anytime, The Only One For Me, 6,8,12, Love Of My Life, Shoulda Woulda Coulda, Still In Love, My Kind Of Girl 등 대부분의 히트곡과 이번 Just Me 앨범에서 Fall 5.0을 불러 줬다. 또한 When I Fall In Love (Nat King Cole), On The Wings Of Love (Jeffrey Osborne), Overjoyed (Stevie Wonder), Rock With You (Michael Jackson) 같은 다른 존경하는 가수들의 곡들도 그들을 흉내내며 불러 줬는데 스티비 원더의 작년 내한 공연때 빠졌던 Overjoyed를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목소리로 들으며 아쉬움을 만회했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불러 줄때는 가슴이 찡해지기도 했다.




여성팬들이 많은 그는 여성 관객 중 한명을 무대로 초대해서 노래를 불러 주기도 했다.







이번 앨범인 'Just Me'에는 템포가 빠른 곡들이 예전 앨범들에 비해서 좀 많은 편인데 그 중 'Fall 5.0'을 부를 때는 리듬에 맞추어 간단한 춤을 추기도 했다.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수 중 한명이었지만 공연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악기 하나와 목소리로 어떻게 이런 멋진 음악을 들려주는지...  공연 중 몇번이나 전율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 멋진 목소리와 작곡 능력을 가진 것 같다.

몇가지 아쉬웠던 것은 위에도 썼지만 'Just Me' 음반의 두번째 디스크 포맷하고 너무 비슷해서 미리 감상했던 나에겐 신선함이 좀 떨어졌다는 것. 그리고 진행상의 아쉬움도 있었는데 브라이언이 공연중 하는 얘기들을 스크린에 번역해서 보여주는 것이 너무 타이밍이 늦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났었던 것 같다.

아무튼 좋아하는 가수의 좋아하는 음악들을 라이브로 듣고 또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의 공연을 본 후 그의 앨범들을 꺼내어 다시 듣고 있다. 그는 신보 소식이 들리면 주저없이 음반을 구매하는 아티스트 중의 하나이다.


아래의 2장은 그의 곡때문에 구매한 음반인데 Beverly Hills 90210는 유명한 Vanessa Williams와의 듀엣곡 'Love Is'가 수록되어 있고 디즈니의 'Music From The Park'에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Remember The Magic'이란 곡이 포함되어 있다.


조규찬의 7집 리패키지에 포함된 'Thank You (For Saving My Life)'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원래 Justin Timberlake와의 듀엣곡 'My Kind Of Girl'을 박진영과 다시 불러 국내에서 발매된 베스트 앨범 'From There to Here: 1989-2002'에 수록하기도 했다.



이스탄불에서 4시간정도 걸려서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모스크바에서의 공항 대기 시간이 15시간정도라 미리 러시아 비자를 받고 시내에 나갔다 올 계획을 세웠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러시아만을 여행 목적지로 삼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이번이 모스크바을 방문할 정말 좋은 기회였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이 몇가지가 있는데 가장 빠른 방법은 Aeroexpress라는 열차를 타면 35분정도가 걸리며 요금은 320루블(12,000원정도)이다. 저렴한 방법은 버스를 타고 메트로 역으로 가는 방법이다. 851, 949번 버스는 Rechnoy vokzal역으로, 817, 948번은 Planernaya역으로 간다. 요금은 28루블. 나의 목적지는 붉은 광장. Rechnoy vokzal역에서 타면 갈아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난 851번 버스를 탔다. 일요일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거의 막히지 않아 공항에서 역까지 30분정도 걸린 것 같다. Rechnoy vokzal역에 도착해보니 영하 9도라는 표시가 보인다. 정말 춥긴 추웠다. 붉은 광장 (Krasnaya Ploshchad)에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2호선을 타고 Teatralnaya역까지 가면 된다.


붉은 광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그 앞에 있는 맥도날드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아침을 먹기 위해서... 하지만 메뉴판을 보니 죄다 러시아어밖에 없다. 다행이 따로 준비되어 있는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했다. 맥모닝 메뉴 중 자주 먹었던 베이컨 에그 맥머핀을 시켰는데 모스크바 맥도날드에는 맥모닝 세트 같은게 없었다. 그래서 커피와 같이 시키니 한화로 4,400원정도 나왔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시다 보니 컵 옆에 뭔가 떼어낼 수 있게 되어 있다. 자세히 보니 아마도 6잔을 마시면 7번째 잔은 무료 뭐 그런건가 보다. 아무튼 붉은 광장 앞의 맥도날드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아마도 추운 날씨에 주변에 그 시간에 마땅히 갈 만한 곳도 없고 화장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찾아간 붉은 광장 (Krasnaya Ploshchad). 크레믈린 궁 (Kremlin), 레닌 묘 (Lenin's Mausoleum), 국립 역사 박물관 (State Historical Museum), 굼 (Gum) 백화점으로 둘러쌓인 전경.


유명한 성 바실리 성당 (St. Basil's Cathedral)은 해를 등지고 서 있다.


역사 박물관 옆에 있는 카잔 성당 (Kazan Cathedral).


붉은 광장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주코프 (Georgy Konstantinovich Zhukov) 원수의 동상.


붉은 광장 앞에 있는 마네쉬 쇼핑 센터 옆에 있는 분수대인 듯 한데 추워서인지 물은 다 빠져 있었다.


점심은 마네쉬 쇼핑 센터에 있는 푸드 코트에서 먹었다. 커다란 감자의 속을 치즈와 함께 섞은 다음 원하는 토핑을 2가지 얹어주는데 난 햄과 치킨이 주가 된 토핑을 선택했다. 보기보다 양도 많고 맛도 있다. 좀 느끼하긴 했는데 콜라와 함께 먹었더니 먹을 만 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찾은 붉은 광장. 내가 방문한 바로 다음날이 1941년 붉은 광장 군사 퍼레이드를 재현하는 기념 행사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준비가 한창이었다.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다리(Bolshoy Moskvoretsky Bridge)로 가는 길에 찍은 성 바실리 성당.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다리(Bolshoy Moskvoretsky Bridge)에서 찍은 주변 풍경들.



저 멀리 크레믈린 궁 (Kremlin)도 보인다.



다시 성 바실리 성당으로 돌아와 좀 더 가까이에서 여러 각도로 찍은 사진들.









붉은 광장 옆에는 굼 백화점이 있는데 매우 고급스러우며 웅장한 내부 장식과 시설을 갖춘 국영 백화점이다. 많은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었다.





해가 져가면 백화점 외벽에 불이 밝혀진다.


다시 찾아간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다리에서 찍은 석양.



해가 지면서 붉은 광장 주변에도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다.








원래는 붉은 광장 외에 다른 곳들도 몇군데 더 가보려고 했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붉은 광장과 마네쉬 쇼핑센터, 굼 백화점을 돌면서 그 주변에만 있었다. 이곳의 야경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붉은 광장의 야경을 찍고 난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했다. 아침에 붉은 광장에 올 때 1시간 정도 걸려서 차가 막혀도 1시간 30분정도 걸리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려 2시간정도 소요되었다. 아마도 일요일 저녁시간이라 그랬었던 것 같다. 비행기 출발시간 50분 전에 도착했는데 보딩패스는 이미 받아 놓은 상태여서 제시간에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일주일간의 짧은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날. 밤 비행기로 모스크바로 가는 스케줄이라 일단 아침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 하기 전에 로쿰을 사오기로 했다. 로쿰 (Lokum)은 Turkish Delight 라고도 하는데 이스탄불 거리를 다니다 보면 로쿰을 파는 상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로쿰은 터키의 전통 과자인데 정말 많은 종류의 것들이 있다. 전분과 설탕이 기본이 되고 거기에 과일이나 견과류가 추가되어 다양한 맛을 낸다. 과일맛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매우 달게 느껴지고, 견과류, 그중에서도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로쿰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는 편이다. 젤리와 같이 쫄깃한 느낌에 각종 견과류의 씹는 맛이 더해져 독특한 맛이 난다. 내가 산 곳은 Hafiz Mustafa라는 곳으로 호텔 스탭이 추천해 준 곳이다. 시르케지(Sirkeci)역 바로 옆에 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홈페이지도 있다. http://www.hafizmustafa.com/ 이곳에서는 꽤나 유명한가보다. 그래서인지 가격은 꽤나 비싸다. 이집션 바자 근처에도 로쿰 파는 가게들을 많이 봤는데 거기 가격의 몇배는 되는 듯 했다. 난 피스타치오로 만든 2가지 로쿰을 500g씩 총 1kg를 샀는데 45리라였다. 내가 산 로쿰이 좀 비싼 종류였다. 점원의 얘기를 들어보니 종류에 따라 1kg에 10~70리라정도 한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과일맛이 저렴한 편이고 견과류가 들어간 것들이 비쌌다. 공항으로 가져갈꺼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비닐 진공포장까지 해 주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체인점인 Koska도 돌아다니다 보면 볼 수 있다. 사기전에 맛을 볼 수도 있다.


짐 정리를 하고 체크아웃 하고 가방은 호텔에 맡기고 그랜드 바자 (Kapali Carsi)를 향했다. 사실 첫날 오전에 좀 돌아봐서 이날은 대충 돌아보며 사진만 몇장 찍었다.









그랜드 바자를 빠져 나와 뒷골목으로 나와 계속 가면 많은 도매상들이 있다. 아마도 여기가 가격은 좀 더 저렴한 것 같다. 그 길을 계속 따라 가면 이집션 바자 (Misir Carsisi)가 나온다.


이집션 바자는 주로 향신료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많다. 전체적인 규모는 그랜드 바자에 비하면 많이 작다. 





이스탄불에는 한곳의 바자가 더 있는데 블루 모스크 근처에 있는 아라스타 바자 (Arasta Bazaar)이다. 규모는 작다. 사진에 보이는 길 하나가 거의 다다.


이집션 바자를 나오면 에미노뉴 선착장으로 향한다. 그 전에 예니 모스크 (Yeni Camii)를 잠깐 들렀다.






에미노뉴 선착장에 있는 지하 보도.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꽉 차있다. 여행 비수기가 시작되는 지금도 이런데 성수기때의 주말은 어떨까. 날씨도 더울텐데... 상상이 안간다.


터키 사람들은 단 것을 많이 좋아하나 보다. 로콤도 혀가 얼얼할 정도도 단 것들도 많았는데 길거리 음식들도 단것들이 꽤 있다. 사진의 아저씨가 들고 있는 저 쟁반을 가지고 배달하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특히 그랜드 바자에서는 저 쟁반으로 차이를 배달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에미노뉴 선착장에서 본 갈라타 탑.


내가 가려고 한 곳은 페네 (Pener) 지구. 아직까지 남아있는 터키의 전통마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은 재개발도 제한한다고 한다.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혼잡한 시내를 벗어나 조용하게 언덕을 오르며 주변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에미노뉴 선착장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99A번 버스를 타고 4정거장정도 가면 된다. 걸어가면 40~50분정도 걸린다.


언덕 위로 올라가다 보면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거대한 건물이 있는데 사립 그리스 고등학교라고 한다. 고등학교 건물 치고는 너무 좋고 크다.



사진을 찍는 날 보고 포즈를 취하는 또다른 관광객들도 있다.






페네 지구를 돌아보고 내려와서 찍은 보스포러스 해협 사진 한장. 카메라에 있는 파노라마 기능이 참 유용하게 사용된다.


다시 술탄아흐멧 지역으로 돌아와서 점심 식사를 했다. 치킨 라이스 케밥과 아이란.


식당의 3층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며 술탄아흐멧역 주변 거리의 풍경도 찍어봤다. 트램이 들어오고 있다.


식사를 하고 호텔 근처에 있는 귈하네 공원(Gulhane Parki)에 들렀다. 날씨가 쌀쌀해서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여름에는 정말 좋은 쉼터가 될 것 같다. 



여기 저기 놓여있는 벤치에는 커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다정하게 앉아 있었다.



공원 안에 보스포러스 해협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도 자리잡고 있는데 야외 카페라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이곳도 여름에는 꽤나 인기있을 것 같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 애플티 한잔 마시고 좀 쉬다가 마지막으로 이스탄불의 야경을 몇장 찍으러 나왔다.










이렇게 술탄아흐멧에서 탁심까지 천천히 걸으며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 다시 짐 정리를 하고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러 아타튀르크 공항 (Ataturk Havalimami Airport)로 향했다. 술탄아흐멧 지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셔틀 버스가 하루에 너다섯회 운행하는 것 같은데 시간표를 보니 마지막 운행 시간이 8시 30분정도였다. 여행사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요금은 5유로정도 했다. 하지만 내가 탈 비행기는 1시 40분 비행기였기 때문에 마지막 셔틀버스도 좀 이른 것 같아서 10시 30분쯤 호텔을 나와 트램과 메트로를 이용해서 이동했다. 1시간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렇게 짧은 여행을 하면 항상 느끼는거지만 좀 익숙해지고 적응이 되어갈때쯤 그곳을 떠나야 한다. 그게 너무나 아쉽다. 어쩌면 그런 아쉬움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이스탄불에서의 두번째 날. 내가 처음 찾은 곳은 돌마바흐체 궁전 (Dolmabahce Sarayi)이었다. 정보를 찾아 보니 가이드가 있어야 내부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이 안 맞으면 오래 기다려야할 수도 있다고 해서 일단 일찍 갔다. 다행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관람할 수 있었다. 이곳은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입장료는 Selamlik 30리라, Harem 20리라, 두곳 모두하면 40리라였다. 가기 전에 찾아봤던 금액에 비해서 좀 높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최근에 이스탄불의 많은 공공 요금이 오른 듯 했다. 원래 교통비도 1.75에서 2리라로 최근에 인상되었다고 한다. 트램의 종착역인 Kabatas역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된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참고해서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프랑스식의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의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원은 베르사이유 궁전의 그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중세 양식이나 화려하고 호화로운 장식들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할만 하지만 개인적으론 입장료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베르사이유 궁전에 가 봤던 기억이 있어서 더 그랬나 보다. 오히려 다음에 간 루멜리 히사르가 내 취향에 더 맞았다.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다시 Kabatas역쪽으로 오다 보면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그 곳에서 22, 22RE, 25E 버스를 타고 20분정도 (차가 안 막힐 때) 가면 루멜리 히사르가 나온다. 정류장에서 노선 지도도 확인할 수 있다. 내릴 곳을 잘 모르겠으면 현지인에게 물어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고 아니면 보스포러스 제1대교를 지나 왼쪽으로 늘어선 카페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내리면 된다. 보스포러스 제2대교 근처에 있다. 입장료는 3리라.

루멜리 히사르 (Rumeli Hisari)는 콘스탄티노플로의 원조 공급로를 차단하기 위해서 1452년 술탄 마흐멧 2세에 의해 아시아 대륙쪽의 아나돌루 히사르 (Anadolu Hisari)의 반대쪽에 단 4개월만에 세워진 요새이다.




요새에 오르면 보스포러스 제2대교와 아시아 대륙쪽의 이스탄불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래쪽에는 작은 규모의 원형 극장도 있는데 이곳은 여름에 콘서트 장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입구 근처에 당시 사용되었었던 대포들도 전시되어 있다.




루멜리 히사르를 나와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쭉 걸었다. 낚시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물에는 엄청나게 많은 해파리들이 있다.


베벡 (Bebek)까지 주변 풍경을 즐기며 걸어서 이동한 후 버스를 타고 탁심(Taksim)광장으로 이동했다. 케밥과 아이란 (Ayran, 터키식 마시는 요구르트인데 단맛보다는 약간 짭짜름한 맛)으로 허기를 채우고 이스티크랄 거리로 향했다.



이스티크랄(Istiklal) 거리는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여러 상점들과 식당들, 거리의 악사들도 눈에 띈다.



이스티크랄 거리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데 그 대신 노스탤지어 트램(Nostalgia Tram)이라 부르는 오래된 빨란 트램이 거리를 왕복한다. 노스탤지어 트램은 이스탄불에 2개가 있다고 한다. 유럽쪽에는 튜넬(Tunel)에서 탁심(Taksim)까지, 아시아쪽에는 카디쿄이(Kadikoy)에서 모다(Moda)까지 운행한다.





이스티크랄 거리따라 걷다보면 갈라타 탑 (Galata Kulesi)에 도착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유럽쪽 이스탄불의 전경을 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곳 중 하나다. 난 전망대에 오르진 않았다.


갈라타 탑을 지나 좀 더 내려오면 갈라타 다리가 나온다. 역시나 여기에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그런데 물고기들이 은근히 많이 잡히는 것 같다. 잡힌 물고기를 파는 모습들도 많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 에미노뉴 선착장(Eminonu Iskelesi)에 다다르면 예니 모스크 (Yeni Camii)가 눈에 띈다.


에미노뉴 선착장에서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선을 탈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크루즈는 Tur Yol에서 운영하는 것인데 이곳에서 하는 크루즈 외에도 몇개의 크루즈선을 볼 수 있었다. 가격은 다른 곳이 약간 더 저렴했다. 난 Tur Yol 크루즈를 선택했다. 시즌과 요일에 따라 운행시간표가 약간씩 변동이 있는 듯 했는데 난 마지막 운행인 5시를 선택했다. 석양과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요금은 12리라.


드디어 배가 출발한다. 벌써 해가 질려고 한다. 다리 밑의 식당들도 이미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저 멀리 톱카프 궁전과 아야 소피야, 블루 모스크가 보인다. 아침 저녁으론 날씨가 꽤나 쌀쌀한데다가 바다바람까지 불어 배 위는 꽤 추웠다.







보스포러스 제1대교를 지날 무렵 해가 지고 금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해가 진 후. 흔들리는 배 위에서 야경을 찍는건 너무나 힘들다. 건진 사진이 별로 없다. -_-;;


오전에 갔었던 루멜리 히사르가 보인다. 보스포러스 크루즈는 에미뇨누 선착장을 출발해서 몇군데의 선착장을 지나 보스포러스 제2대교 근처에서 다시 에미노뉴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시간은 1시간 30분정도 걸린 것 같다.






크루즈를 마치고 돌아온 에미노뉴 선착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물건을 파는 상인들, 주변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이런 저런 먹거리들. 이곳에서 유명한건 바로 고등어 케밥. 선착장 옆에 배를 띄워놓고 한사람은 계속 고등어를 굽고 한사람은 구어진 고등어와 채를 썬 양파를 빵사이에 채워 케밥을 만든다. 개당 5리라였었는데 내가 워낙 고등어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닭고기가 들어간 케밥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이스탄불에서의 2번째 날이 지나갔다. 8시가 넘어가니 대부분의 가게들도 문을 닫고 또 날씨도 추워져서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밤비행기로 모스크바로 가는 일정이라 오전에 체크아웃을 해야 했다. 그래서 짐 정리도 좀 하고 메일도 확인하고 이런 저런 정리하면서 2번째 밤을 보냈다.


괴레메에서 버스를 타고 11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스탄불.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터키 버스는 특정구간의 표를 구매해도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나는 데니즐리에서 갈아 탔었는데 그때 버스 승무원에게 이스탄불 가는 짐은 다 옮겨졌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해서 그냥 갈아 탔었는데 이스탄불에 도착해 보니 내 가방이 없다. 내 가방은 옮겨지지 않았었고 그 승무원은 아무래도 영어를 잘 못했었던 듯. 다행이 오토갈에서 우연히 영어를 잘 하는 젊은 터키인을 만났었는데 그는 버스에서 내게 과자를 나누어 주었던 할아버지의 아들이었다. 아버지 마중 나왔다가 내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본 것. 그 사람이 버스회사에 전화해 보더니 내 가방은 이즈미르로 간 듯하고 이스탄불 오토갈로 그날 저녁때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기면 자기에게 연락하라며 명함을 준다. 변호사였다. 아무튼 그날 저녁 우여곡절 끝에 그 변호사 덕분에 내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터키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이나 오지랍이 넓은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었다.

아무튼 오토갈에서 이스탄불 교통카드(Istanbulkart, 보증금 6리라)를 구입해서 메트로를 타고 Aksaray역에서 트램으로 갈아타고 숙소가 있는 Gulhane역까지 이동했다. 나중에 가방 찾으러 다시 오토갈에 갈때 보니까 Aksaray역보다 Yusufpasa역이 메트로로 갈아타는데 좀 더 가까웠다. 메트로에서 트램으로 갈아 탈때는 우리나라처럼 역이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개찰구를 나와서 좀 걸어가야 한다. 이스탄불의 교통운임은 기본 2리라이고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1.75이다. 교통카드 사용시 환승 할인 혜택이 있다. 환승시에 1리라, 0.9리라 이렇게 조금씩 더 할인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Tripadvisor 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호텔 중에서 저렴하면서도 관광지의 접근성이 좋았던 Minel Hotel이었다. 싱글룸이 하루 40유로였는데 다행이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 방이 비어 있어서 곧바로 체크인을 했다. 방을 가 보니 더블베드와 싱글베드가 함께 있는 3명이 묵을 수 있는 방이었다. 아마도 비수기가 시작되어 방이 좀 여유가 있어서 이 방을 준 것 같다. 올 5월에 오픈했다는데 그래서인지 깨끗하고 방이 좀 작긴 하지만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실용적이며 흰색과 파란색을 주로 사용한 인테리어가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스탭들도 너무 친절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밖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차를 권하고 케이크도 제공해 주었다. 무선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부페식 아침 식사도 만족스러웠다. 빵, 소시지, 치즈, 잼, 과일 등 기본적인 메뉴에 금방 만든 계란 부침과 괴즐레메 (부침개와 비슷)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체크아웃 후에 짐도 보관해 준다. 이곳에서 2박을 했는데 대만족이다. 다음에 이스탄불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않고 이 곳에 다시 묵을 것이다. 한국사람들도 그동안 꽤 다녀갔다고 한다. 책장에 한국어로 된 터키 여행 서적도 보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역시 평가가 좋은 튤립게스트하우스와 비니지스 파트너라고 한다. 홈페이지는 http://www.minelhotel.com/





11시간을 야간 버스로 이동한 후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이 버스에서 잠은 잘 잔 편이라 그리 피곤하진 않았다. 그래도 짐을 풀고 호텔에서 좀 쉬다가 주변을 간단히 돌아보려고 나갔다. 아야 소피야가 있는 곳까지 걸어서 5분정도의 거리였다. 아침부터 관광객들의 줄이 꽤나 길다. 오후에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위해 오전에는 방문할 곳들의 위치만 파악하고 그 주면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날씨가 계속 우중충하더니 비가 내린다 그래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좀 쉬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비가 조금 그치는 듯 싶어서 다시 찾아간 아야 소피아 (Aya Sofya). 아까보다는 줄이 많이 줄어 있어서 얼른 그 뒤에 섰다. 아마도 오전 시간에는 단체 관람객들이 많은 듯 했다. 그래서 아예 일찍가지 않고 어중간하게 오전에 가면 긴 줄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입장료는 20리라 (12,500원정도).



입구를 들어서면 높다란 돔 내부와 길게 느리워져 있는 샹들리에들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아야 소피아는 비잔틴 건축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 카톨릭과 이슬람의 묘한 조화가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원래는 기독교 성당으로 지어졌지만 오스만 시대를 거치면서 이슬람교의 사원으로 변경되었다. 천장과 2층에는 기독교 성화들이 복원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 길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복원된 기독교 성화들.






창문사이로 블루 모스크가 보인다.


이렇게 이슬람 양식의 무늬가 공존하고 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사진을 찍다보니 샹들리에의 불빛이 눈에 띄였다. 그래서 샹들리에들을 중심으로 몇장의 사진들을 더 찍었다. 






아야 소피아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블루 모스크로 이동하는 길. 


블루 모스크의 원래 명칭은 술탄 아흐멧 자미 (Sultan Ahmet Camii) 이다. 하지만 이슬람 건축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푸른 무늬의 타일이 내부 장식에 사용되었다고 해서 블루 모스크로 많이 불리운다. 이곳은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기도시간에는 관광객들의 관람이 제한된다.


사원에 들어서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서 푸른 빛이 은은하게 비춰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블루 모스크의 바로 옆에는 히포드롬 (Hippodrome) 광장이 있다. 고대 로마시대에 마차 경주가 주로 열리던 곳이다. 이 곳에는 3개의 오벨리스크를 볼 수 있는데, 기원전 15세기 이집트에서 만들었다는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 479년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가져온 뱀머리의 오벨리스크, 940년 콘스탄티누스 7세가 만든 콘스탄티누플 오벨리스크가 그것들이다.



히포드롬 광장 입구에 있는 독일 분수 (German Fountain).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의 선물로 독일에서 만들어져서 이스탄불로 옮겨졌다고 한다.




다음 방문지는 예레바탄 사라이 (Yerebatan Sarayi)이다. 6세기경에 지어진 지하 궁전으로 원래 황실에 수도를 공급할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이 곳이 유명한 것은 동로마 제국의 저수지 규모 중 최고이며, 기둥머리로 쓰였던 메두사 머리의 조각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알려졌다. 입장료는 10리라.



이곳에는 두개의 메두사 머리 조각상이 있는데 하나는 거꾸로 하나는 옆으로 뉘어져 있다.





이 날의 마지막 방문지는 톱카프 궁전 (Topkapı Sarayi)이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오스만 제국 시대의 건축 양식과 각종 귀금속, 유물 등의 전시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의 일부 구역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그냥 보는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입장료는 20리라. 궁전 안의 하렘은 별도의 입장료 10리라가 필요하다.




특유의 파란 무늬의 타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개를 사용한 문양도 눈에 띈다.


궁전 안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던 중 비가 내린다. 그런 와중에 보스포러스 해협쪽을 보니 무지개가 아름답게 떠 있다. 정말 멋진 광경이었다. 톱카프 궁전은 언덕에 있어서 이스탄불의 멋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비가 더 많이 오기 시작해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궁전을 나오니 비가 거의 그쳤다.



이스탄불 구시가지 특히 술탄아흐멧 주변의 관광명소들은 한 곳에 모여 있어서 이동이 편했고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아마도 날씨 관계로 궁전을 제대로 둘러보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숙소로 다시 돌아가서 좀 쉬다가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분실했던 가방을 찾으러 오토갈에 갔다 오니 금방 밤이 깊어졌다. 이렇게 이스탄불에서의 첫날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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