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Sweeney Todd :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 감독 : Tim Burton
- 출연 : Johnny Depp, Helena Bonham Carter, Alan Rickman
스위니 토드 포스터 1 스위니 토드 포스터 2

'스위니 토드'는 원래 소설로 알려졌다가 흑백영화시절 영화화된 후 1979년에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로까지 공연됐다. 팀 버튼은 이 뮤지컬을 다시 영화화했다. 아마도 뮤지컬 사상 이렇게 공포스러운 얘기는 없을 듯. 그런 작품을 팀 버튼이 영화화했다는 것이 그리 의외는 아니다. 그는 이미 '크리스마스의 악몽'같은 작품을 통해서 비슷한 장르에 대한 애정을 보여 왔으니까...
스위니 토드 스틸 1

화목했던 자신의 가정을 파탄내게 한 자에 대한 복수로 고향에 다시 돌아온 이발사 스위니 토드의 잔인한 살인행각이 여과없는 화면과 함께 보여진다. 면도칼로 목이 갈라지며 시체는 파이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팔린다. 이렇게 엽기적인 화면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뮤지컬의 아름다운 선율들이 흐르고 있다.
스위니 토드 스틸 2

팀 버튼의 페르소나인 조니 뎁은 이 영화속에서도 그 특유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더구나 기대 이상의 노래솜씨도 들려준다. 팀 버튼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헬렌 본햄 카터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흠뻑 풍겨준다.
스위니 토드 스틸 3

팀 버튼은 원작 뮤지컬에 충실하기 위해서 주로 같이 작업했던 음악감독인 대니 엘프먼 대신 뮤지컬의 원작자인 스티븐 손드하임과 함께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말 뮤지컬의 느낌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놓은 듯 하다.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나 '델리카트슨'같은 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까로의 작품들이 연상되는 고딕풍의 19세기 런던의 배경도 이런 분위기를 더해 준다. 러빗 부인이 상상하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팀 버튼 특유의 판타지적인 화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위니 토드 스틸 5
스위니 토드 스틸 4
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 2008)
- 감독 : 권칠인
- 출연 : 이미숙, 김민희, 안소희, 김성수, 윤희석, 김흥수, 김범
뜨거운 것이 좋아 포스터 1 뜨거운 것이 좋아 포스터 2

2003년 29살 싱글 여성들의 이야기를 남자감독으로서 여자보다 더 여자를 잘 이해하는 듯한 관점으로 잘 표현했던 '싱글즈' 이후 권칠인 감독은 5년만에 40대, 20대, 10대의 보다 넓어진 세대폭의 여성들의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돌아왔다.
뜨거운 것이 좋아 스틸 1

이 영화에서의 주된 스토리 전개는 20대 여성인 '아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캐릭터는 너무나도 '싱글즈'의 두 여성 캐릭터와 닮아 있다. 거기에 40대인 '영미'의 이야기는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10대 '강애'의 스토리 역시 판타스틱하다. 전작인 '싱글즈'에 비해 좀 공감이 가기가 어려웠다고나 할까... 결국은 남자때문에 울고 웃는 기존의 여성 캐릭터와 다른게 뭔지...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잘 못 느끼는건가?
뜨거운 것이 좋아 스틸 2

스토리나 연출은 평이한 느낌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그래도 '건졌다'고 할 수 있었던건 김민희의 모습이었다. 사실 '굿바이 솔로'전에는 전혀 그녀에게 관심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굿바이 솔로'에서 그녀의 모습은 정말 그 전의 그녀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고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 한번 그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연기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져가고 있다고나 할까.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주목된다.
뜨거운 것이 좋아 스틸 3

미스트 (The Mist, 2007)
- 감독 : Frank Darabont
- 출연 : Thomas Jane, Marcia Gay Harden, Laurie Holden, Andre Braugher, William Sadler

미스트 포스터 미스트 티저 포스터

필립 짐바르도라는 심리학자는 사람들을 간수와 죄수의 두 집단으로 나누고 그들의 행동을 교도소에서 관찰하는 이른바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일주일도 안되어 참가자들의 폭력과 정신쇠약 증세로 인하여 중단되었다. 그 후 필립 짐바르도는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을 통해서 인간에게 처해진 환경이 그 대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그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스탠포드 교도소의 실험이 연상되었다.
미스트 스틸 1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광고처럼 단순히 정체모를 괴물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로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정신적인 나약함과 폭력성, 악함에 대한 심리 스릴러라는 느낌을 받았다.
미스트 스틸 2

정체모를 안개에 의해서 대형 마트라는 한정된 공간에 사람들이 고립된다. 그리고 안개속 괴물들의 공격을 받게 되고 그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의심, 폭력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진다. 스티븐 킹은 이 작품에서도 공포 자체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그로 인한 인간들의 심리적인 변화와 공포적인 상황보다 더 공포스러운 인간들의 광기어린 모습에 좀 더 촛점을 맞추고 있다.
미스트 스틸 3

'쇼생크 탈출'과 '그린 마일'에 이어서 3번째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스티븐 킹과 상의를 통하여 결말을 제외하고 많은 부문 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화면에 옮긴 듯 하다. 괴물들에 대한 표현이 좀 아쉬움이 남지만 그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눈에 많이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딥 블루 씨', '퍼니셔'같은 액션 영화에 많이 출연했던 토마스 제인은 이제 조금은 연기다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고, 다라본트 감독의 스티븐 킹 소설 영화 3편에 모두 출연하게 된 윌리엄 새들러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샤 게이 하든의 연기는 이 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매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자기 최면에 빠진 듯 한 광신도의 모습을 그녀보다 더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배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미스트 스틸 4

영화가 공개된 후 원작과 다른 결말이 좀 논란이 되고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영화의 결말이 원작의 그것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관객들은 허무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갑자기 닥친 환경의 변화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약하며 무모하고 오만한가를 실랄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어쩌면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치며 노력해도 결국 모든 것은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운명론적인 세계관은 심리적인 공포감을 더해 주고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Forever the Moment, 2008)
- 감독 : 임순례
- 출연 :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조은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포스터 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포스터 2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여자 핸드볼 결승전 경기를 아직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그 경기는 극적이었고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는 어쩌면 비인기종목이라는 설움을 이겨낸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이 더욱 더 각인이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4년이 지나고 다시 올림픽이 열리게 될 2008년, 지난 대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개봉되었다. 사실 국내영화중에서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어느정도 인기를 얻었던 영화라고 해야 '슈퍼스타 감사용'정도밖에 기억에 나질 않는다. 이렇게 국내에서는 낯선 소재중의 하나인 스포츠 더구나 비인기종목인 핸드볼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의아하기도 하지만 지난 2004년의 감동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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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감독은 정말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을 공개하며 여전히 비주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이 영화의 중심은 결승전 그 자체보다도 어쩌면 영화화되면서 가상으로 만들어진 등장인물들의 드라마가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배우들의 땀흘린 노력의 댓가인 듯 하다. 조금은 밝고 명랑해진 문소리, 이제 로맨틱 코미디의 딱지를 떼어버리고 연기로서 승부할 수 있게 된 김정은, 거기에 이제 어느덧 아줌마의 파워들 보여주기 시작한 김지영까지... 물론 조은지나 엄태웅 같은 배우들도 있었지만 조은지는 기존 영화들에서의 캐릭터와 다른 모습이 거의 없었고 엄태웅의 모습도 연기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캐릭터 자체가 정리되지 않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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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 넘치는 경기장면들도 이 영화의 사실감과 재미를 더해 준다. 특히나 3달 이상의 트레이닝 받고 대역 없이 직접 경기 장면을 보여준 배우들의 노력이 화면에 그대로 보여졌다. 또한 영화 전반에서 김지영, 조은지, 성지루가 보여주는 감초연기 덕에 잔재미 또한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의 실제 감독과 선수들의 당시 인터뷰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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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점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언급했던 각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좀 더 부각이 되었었으면 하는 점이다. 사실 경기 결과야 대부분 다 아는 내용이므로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갈등들이 해소되고 융화되어가는 과정이 좀 더 다루어지지 못한 듯 하다. 미숙의 이야기는 어느정도 보여 주었지만 그에 비해 혜경과 정란의 이야기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또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그들 최고의 순간을 엄태웅의 대사를 통해 전하는 것 보다는 화면 자체로서 보여줄 수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올림픽 후 실제 감독들과 선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때의 반짝 인기 후 다시 비인기종목으로 전락한 핸드볼의 이번 올림픽과 미래는 어떻게 될까?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 2007)
- 감독 : Kevin Lima
- 출연 : Amy Adams, James Marsden, Susan Sarandon, Patrick Dempsey, Julie Andrews (Narrator)

마법에 걸린 사랑 포스터 1 마법에 걸린 사랑 포스터 2
한동안 침체되었었던 디즈니의 셀애니메이션을 다시 사람들의 관심속으로 끌어드린 작품은 바로 '인어공주'였다. 그 후 디즈니는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의 작품들을 계속해서 히트시키며 뮤지컬 형식의 셀애니메이션 작품들로 큰 호황을 누렸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은 점점 화려한 화면의 CG로 만들어진 3D 애니메이션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변화속에서 만들어진 디즈니의 새로운 전략적 작품이 바로 '마법에 걸린 사랑'이 아닐까?

1989년 '인어공주'로 부활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주로 관람했었던 연령층들은 이제 2,30대의 영화의 주 관객층이 되어 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이 관객층들의 향수를 정확하게 자극하고 있으며 그들의 자녀들까지도 관객층으로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마법에 걸린 사랑 스틸 1

영화의 시작부터 '인어공주'의 화면을 연상케 하는 셀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과거의 추억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함과 동시에 앞으로 보여질 영화 자체의 눈높이를 성인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으로 낮추어 준다. 애니메이션 느낌이 그대로 실사화된, 어찌보면 정말 유치한 영화의 내용과 화면들을 오히려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거기에 이 영화의 성공의 최대 공헌자라 할 수 있는 알랜 멘켄의 음악은 정말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며 관객들의 추억을 되살려준다.
마법에 걸린 사랑 스틸 2

또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은 이 영화가 드림웍스의 작품들처럼 기존의 디즈니 자체의 이미지들을 패러디하고 변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애니메이션이 실사가 되는 영화의 형식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더욱 관객들에게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아무리 디즈니 영화라지만 기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한 실사속의 주인공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을테니...
마법에 걸린 사랑 스틸 3

지젤역의 에이미 아담스는 캐릭터에 비해 나이가 좀 많아보이긴 하지만 적당히 오버하며 만화속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 주었다. 특히 'That's How You Know'를 부를 때의 그녀의 모습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에드워드 왕자 역의 제임스 마스덴은 '헤어스프레이'에서의 그의 보습을 연상케 하며 느끼하고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왕자 자체의 모습이었다. 이제 그는 더이상 '엑스맨'의 싸이클롭스가 아니다. 거기에 패트릭 뎀시와 수잔 서랜든, 줄리 앤드류스(나레이션) 같은 중견 배우들이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의 중심을 잡아 준다. 그런데 '그레이 아나토미'에서의 패트릭 뎀시 캐릭터를 생각해 보니 제임스 마스덴과 역할이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마법에 걸린 사랑 스틸 4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영화인 '마네킨'이 생각이 났다. 구성도 비슷하고 스토리도 어찌보면 유사한 점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더욱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마네킨 포스터

1.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 A Space Odyssey, 1968)
- 감독 : 스탠리 큐브릭
- 출연 : 케어 덜레어, 게리 록우드, 더글라스 레인, 윌리엄 실베스터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비디오나 DVD로는 느낄 수 없었던 감흥이 새로왔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느낌과 경외심마저 드는 화면이 역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우주여행을 하기 전에 만들었던 영화가 이렇게 실제과 같을 수 있을까? 큐브릭이니까 가능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개봉 이후 많은 영화인 심지어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까지 영향을 주었다. 이 영화 이상의 비쥬얼과 심오한 철학이 담긴 SF영화가 과연 앞으로 나올 수 있을까?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포스터 1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포스터 2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포스터 3

2. 샤이닝 (The Shining, 1980)
- 감독 : 스탠리 큐브릭
- 출연 : 잭 니콜슨, 셸리 듀발, 앤 잭슨, 대니 로이드
그 어떤 영화보다도 섬뜩한 느낌을 주었던 공포영화. 그렇다고 유혈이 낭자하거나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눈덮인 산속의 고립감과 심리적인 불안감을 주는 여러 요소들, 거기에 최초로 시도되었던 스테디 캠의 촬영, 정말로 귀신이 씌인듯 한 잭 니콜슨의 광기어린 모습인 이 영화를 최고의 공포영화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샤이닝 포스터 1 샤이닝 포스터 2

3.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Dr. Strangelove or : How I Learn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1964)
- 감독 : 스탠리 큐브릭
- 출연 : 피터 셀러스, 조지 C. 스코트, 스털링 헤이든, 제임스 얼 존스
전쟁에 대한 실랄한 풍자를 이처럼 대담하게 그려낸 작품이 흔하지 않다. 더구나 역사적으로 길이 이름이 남을 배우들의 명연도 인상적이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의 역설적인 배경음악은 이 영화의 풍자적인 요소를 더욱 극대화한다. 그러고 보니 큐브릭 감독은 전쟁에 대한 영화를 꽤 많이 만들었다. '영광의 길', '스팔타커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풀 메탈 자켓'까지... 그가 아직 살아있었으면 더 많은 명화들을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닥터 스트레이지러브 포스터

4. 매드 맥스 2 : 로드 워리어 (Mad Max 2 : The Road Warrior, 1981)
- 감독 : 조지 밀러
- 출연 : 멜 깁슨, 팀 번스, 버지니아 헤이, 윌리엄 자파
이 영화는 심한 폭력성으로 국내 수입이 금지되기도 했었다. 하기야 그 시설 영화 검열이 문제가 많았지... 물론 지금도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먼 것 같다. 아무튼 이 영화는 영화사상 최고의 추격장면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말이지 영화관에서 본 이 영화의 추격장면은 최근의 어떤 영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박진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만 영화속의 멜 깁슨은 정말 멋졌다.

매드 맥스 2 포스터 1 매드 맥스 2 포스터 2 매드 맥스 2 포스터 3

5. 서스페리아 (Suspiria, 1977)
- 감독 : 다리오 아르젠토
- 출연 : 제시카 하퍼, 조안 베네트, 스테파니아 카시니
만들어진지 20년이 지난 후 다시 보니 상당히 유치한 장면들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이 영화는 공포스럽다. 원색의 강력한 화면과 고딕풍의 음흉스러운 배경, 거기에 계속해서 귀를 자극하는 고블린의 전자음악은 이 영화가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전세계적인 성공 이후에 한동안 여대생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공포영화가 유행하기도 했다. 공포영화 팬들이라면 필견의 영화 중 한편. 특히 영화관에서 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서스페리아 포스터 1 서스페리아 포스터 2

1. 라따뚜이 (Ratatouille, 2007)
- 감독 : 브래드 버드
- 더빙 : 패튼 오스왈트, 이안 홀름, 루 로마노, 피터 오툴, 브래드 가렛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3D를 보여주고 있지만 역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드라마였던 것 같다. '아이언 자이언트'와 '인크레더블'을 거쳐 '라따뚜이'까지. 브래드 버드는 존 래세터와 함께 현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세상 최고의 음식은 진수성찬이 아니라 정성이 깃든 어머니의 손맛!

라따뚜이 포스터 1라따뚜이 포스터 2

2.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 2007)
- 감독 : 폴 그린그라스
- 출연 : 맷 데이먼, 줄리아 스타일스, 조안 알렌
본 3부작의 깔끔한 마무리. 2편과 연관지여 보면 더욱 더 재미있었던 영화. 화려한 CG를 앞세웠던 2007년의 블록버스터 영화들 속에서 '다이 하드 4.0'과 함께 정통 액션영화의 건재함을 보여 주었다. 이렇게까지 성공했으니 후속편이 또 나올 수도 있을 듯...

본 얼티메이텀 포스터 1본 얼티메이텀 포스터 2

3. 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 2007)
- 감독 : 리들리 스콧
- 출연 : 덴젤 워싱턴, 러셀 크로우, 쿠바 구딩 주니어, 조쉬 브롤린
당대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레였던 영화. 소름끼칠 정도로 건조하게 보여주는 마약왕 프랭크 루카스의 삶이 영화의 사실감을 더 해 준다. '가상현실' 이후 다시 만난 덴젤과 러셀의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최고.

아메리칸 갱스터 포스터 1아메리칸 갱스터 포스터 2

4. 조디악 (Zodiac, 2006)
- 감독 : 데이빗 핀처
- 출연 : 제이크 길렌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 안소니 에드워즈, 브라이언 콕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봤을까? 영화를 보니 헐리우드판 살인의 추억이라 불릴만 하다. 스토리도 비슷하고 두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까지도 비교대상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물론 따로 봐도 두편 모두 충분히 인상적인 작품. 기존의 매우 스타일리쉬한 화면에서 사실적인 표현으로 변모한 감독의 연출 변화도 인상적이다.

조디악 포스터 1조디악 포스터 2

5.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 2006) 
- 감독 :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 출연 : 울리치 뮈헤, 세바스찬 코치, 마르티나 게덱
사실 극의 전개를 조금은 지루한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마지막 5분은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인상적인 엔딩을 보여준다. 더구나 울리치 뮈헤의 연기는 섬세한 심리를 잘 표현해 준 것 같다. 특히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마지막 대사인 'Das ist fur mich'를 말하던 그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지난 7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명복을 빈다.

타인의 삶 포스터 1타인의 삶 포스터 2

6. 다즐링 주식회사 (The Darjeeling Limited, 2007)
- 감독 : 웨스 앤더슨
- 출연 : 오웬 윌슨, 애드리안 브로디, 제이슨 슈왈츠맨
3형제가 어머님을 뵈러 가는 여정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작은 소품의 느낌이 나는 영화이긴 하지만 잔재미도 있고 뭉클한 감동도 있다. 이 영화의 기본이 된 단편 '호텔 쉬발리에'를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나탈리 포트만의 누드... ^^;;

다즐링 주식회사 포스터 1다즐링 주식회사 포스터 2

7. 블랙 북 (Zwartboek, 2006)
- 감독 : 폴 버호벤
- 출연 : 캐리스 밴 허슨, 세바스찬 코치, 톰 호프만(한스), 할리나 레이진, 크리스찬 버켈
오랜만에 보는 정통 전쟁 로맨스 영화라고나 할까. 한동안 헐리우드에서 실패와 성공을 모두 맛보았던 폴 버호벤 감독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색계'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재미을 더해 준다. 정리하다 보니 '타인의 삶'의 세바스찬 코치는 이 영화에서도 주연이네.

블랙 북 포스터 1블랙 북 포스터 2

8. 스타더스트 (Stardust, 2007)
- 감독 : 매튜 본
- 출연 : 찰리 콕스, 클레어 데인즈, 미셸 파이퍼, 로버트 드 니로
별 기대하지 않고 봤었는데 완전 대박이었던 영화. 2007년 여름의 기대작들은 '라따뚜이', '심슨', '다이하드 4.0', '본 얼티메이텀'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실망스러웠다. 이 영화는 그런 대작들 틈에서 건진 수확이라고나 할까. 신인과 중견 배우들의 고른 캐스팅과 연기도 볼만 했고, 적당한 볼거리와 잔재미,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와 전개가 이 영화의 장점이다.

스타더스트 포스터 1스타더스트 포스터 2

9. 헤어스프레이 (Hairspray, 2007)
- 감독 : 아담 쉥크만
- 출연 : 존 트라볼타, 미셸 파이퍼, 니키 블론스키, 퀸 라티파, 크리스토퍼 월킨
원래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 뮤지컬을 기본으로 다시 영화화가 되었다. 취향을 좀 타는 음악이긴 하지만 상영시간 내내 흥겨운 리듬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았던 영화. 뮤지컬의 전통을 그대로 적용해서 여장을 한 존 트라볼타의 코믹 연기는 일품. 주연 역시 뮤지컬 전통에 따라 신인을 기용했다고 한다.

헤어스프레이 포스터 1헤어스프레이 포스터 2

10. 원스
- 감독 : 존 카니
- 출연 : 알라이스테어 폴리, 글렌 한사드, 마르케타 이르글로바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 특히나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흘러 나오는 음악들은 마치 뮤지컬 영화처럼 영화와 일체가 되어 관객들에게 들여지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OST 앨범을 사고 싶게 만드는 진솔하고 따뜻한 영화였다.

원스 포스터 1원스 포스터 2

1. 좋지아니한가 (Shim's Family, 2006)
- 감독 : 정윤철
- 출연 : 천호진, 김혜수, 정유미, 유아인, 황보라
2006년에 '가족의 탄생'이 있었다면 2007년에는 이 영화가 있다. '가족의 탄생'이 현시대의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는 해체되어가는 현재의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전작인 '말아톤'에서 한층 진화된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 구성원과의 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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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담 (Epitaph, 2007)
- 감독 : 정식,정범식
- 출연 : 김보경, 김태우, 진구, 이동규, 고주연
2007년에도 어김없이 몇편의 한국 공포영화가 극장에 걸렸지만 대부분이 구시대적인 관습을 되풀이한 반면 이 영화는 독창적인 자신의 색을 가지고 있다. 3개의 옴니버스식의 스토리가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 단순한 말초적인 공포보다는 감성적인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알포인트'이후 한국 공포영화 최고의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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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븐데이즈 (Seven Days, 2007)
- 감독 : 원신연
- 출연 : 김윤진, 김미숙, 박희순, 오광록, 장항선
기존 한국영화에서는 볼수없었던 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와 화면 전환을 보여주었던 영화. 헐리우드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편집는 새로운 감각의 한국영화를 만나게 해 주었다. 중반에 어느정도 노출이 되지만 마지막의 반전도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5월의 일기'의 그저 그런 반응을 한번에 만회한 김윤진의 활약과 박희순의 발견이 돋보였던 영화. 그런데 원래 캐스팅대로 김선아가 주연을 맡았다면...
세븐데이즈 포스터 1 세븐데이즈 포스터 2

4. 밀양 (Secret Sunshine, 2006)
- 감독 : 이창동
- 출연 : 전도연, 송강호
보는 사람을 심하게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 영화는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감독과 배우들 아닌가 최악의 상황속에서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상황속에서도 인간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밀양 포스터 1 밀양 포스터 2

5. 스카우트 (Scout, 2007)
- 감독 : 김현석
- 출연 : 임창정, 엄지원, 박철민, 백일섭, 이대연
코미디 영화인줄 알고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 그렇다고 웃기지 않은 건 아니다. 어느 코미디영화 못지않게 재미있으면서도 또 어떤 사회성있는 영화보다도 강렬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스카우트 포스터 1 스카우트 포스터 2

- 한국영화 개봉작 (가나다 순, 총 20편)
검은집 / 궁녀 / 극락도 살인사건  / 기담 / 디 워 / 밀양  / 바르게 살자 / 세븐데이즈 / 수 / 스카우트 / 식객 / 오래된 정원 / 올드미스 다이어리 (극장판) / 우리동네 / 우아한 세계  / 좋지아니한가  / 죽어도 해피엔딩 / 즐거운 인생 / 행복 / M /

- 외국영화 개봉작 (가나다 순, 총 53편)
300 / 1408 /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Music and Lyrics)  /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 (National Treasure : The Book of Secrets) / 넘버 23 (The Number 23)  / 다이하드 4.0 (Live Free Or Die Hard) / 다즐링 주식회사 (The Darjeeling Limited) / 더블타겟 (Shooter)  / 데쓰 프루프 (Death Proof) / 데자뷰 (Deja Vu)  / 드림걸즈 (Dreamgirls)  / 디센트 (The Descent) / 디스터비아 (Disturbia) / 뜨거운 녀석들 (Hot Fuzz) / 라따뚜이 (Ratatouille) / 라비앙로즈 (La Vie en rose) / 레지던트 이블 3 : 인류의 멸망 (Resident Evil : Extinction) / 렌트 (Rent) / 로빈슨 가족 (Meet the Robinsons)  / 록키 발보아 (Rocky Balboa)  /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 / 미스터 브룩스 (Mr. Brooks) / 베오울프 (Beowulf) /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 / 블랙 북 (Zwartboek)  / 블러드 다이아몬드 (Blood Diamond)  / 색, 계 (Lust, Caution) / 선샤인 (Sunshine)  / 쉬즈더맨 (She's the Man)  / 슈렉 3 (Shrek the Third) / 스모킹 에이스 (Smokin' Aces) / 스타더스트 (Stardust) / 스파이더맨 3 (Spider-Man 3)  / 심슨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Movie) / 쏘우 4 (Saw IV) / 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 / 원스 (Once) /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 조디악 (Zodiac) /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 /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Pirates of the Caribbean : At World's End)  / 커버넌트 (The Covenant) / 킹덤 (The Kingdom) /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 /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 판타스틱4 : 실버서퍼의 위협 (Fantastic Four : Rise of the Silver Surfer) /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  / 헤어스프레이 (Hairspray) / 황금나침반 (The Golden Compass) / 히트맨 (Hitman)

- 영화제 등 관람영화
1. 제 1회 충무로 영화제 (2007.10.25~11.2)
나의 화려한 인생 (My Brilliant Career, 1979)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 사운드 복원작 (Dr. Strangelove or : How I Learn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1964)
매드 맥스 2: 로드 워리어 (Mad Max 2 : The Road Warrior, 1981)
북 오브 레버레이션 (The Book of Revelation. 2005)
서스페리아 (Suspiria, 1977)
아버지와 아들 (After This Our Exile, 2006)
엑스칼리버 (Excalibur, 1981)
열 척의 카누 (Ten Canoes, 2006)
이프… (If…, 1968)
프루프 (Proof, 1991)
2. 스탠리 큐브릭 특별전 (2007.11.26. ~ 12.02)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 A Space Odyssey, 1968)
샤이닝 (The Shining, 1980)


주요 캐릭터 수도 배, 제작비도 배, 스케일도 배. 모든것이 전작들에 비해서 많이 늘어났다. 그만큼 얻은 것도 있고 읽은 것도 있는 듯 하다. 감독이 바뀌었으니 변화가 없을 수 없었겠지.

일단 여름 블록버스터답게 재미면에서는 충분한 만족을 준다. 아마도 올해 지금까지 공개된 여름용 블록버스터 영화 중에 단연 압도적인 듯 하다. 늘어난 캐릭터들의 각각의 능력을 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지만 짧은 런닝타임 내에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보니 캐릭터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도 있고 산만한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사비에 교수와 매그니토의 카리스마는 여전했고 다크 피닉스 역시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키티도 귀엽고 엔젤도 멋졌다. 울버린, 스톰, 미스틱은 두말 하면 잔소리지. 물론 새로운 캐릭터의 빛에 가려 기존의 몇몇 메인 캐릭터들은 너무 홀대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싸이클롭스와 로그.

브라이언 싱어의 소수계층의 인권을 은유하며 돌연변이로서 표현한 조금은 심각한 블록버스터에서 브렛 래트너의 때로는 코믹스럽기까지 한 전형적인 여름용 블록버스터로 변모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나의 트릴로지를 마무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까지 뚝 떼어내어 알카트라즈를 도시와 연결해 버리기까지 하는데 뭘 더 바랄 수 있을까. 이제 남은건 이 시리즈의 외전 작품들이 언제 공개될지를 기다리는 것 뿐. 뭐 어쩌면 4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반전은 어김없이 보여지고 있으니까...
보고 나면 너무나도 뻔한 얘기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영화들이 있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하거나 인간 승리 또는 성취감을 그린 것들이 많다. 여기에 이런 또 하나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 감동을 준다.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잘나가는 피아니스트인 동창을 둔 동네 피아노 교실 선생님,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 거기에 피아노 선생님에게 필이 꽂힌 아래층 피자가게 총각. 뭐 이렇게 등장인물만 봐도 스토리가 그려진다.

이렇게 예상 가능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마도 과하지 않은 감정의 절제에 있는 듯 하다. 감독의 연출은 관객들에게 억지 감정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엄정화의 연기는 그에 어울리게 오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주인공인 지수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이입된다. 이런 단조로운 스토리에 양념같은 광호(박용우 분)의 캐릭터는 극의 재미를 한층 살려주고 있다. '달콤, 살벌한 연인'에 이어 제격인 캐릭터를 만난듯 한 박용우의 연기는 앞으로 그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음악영화답게 이병우 음악감독의 음악도 좋았다.

'샤인', '빌리 엘리어트' 등 비슷한 소재나 내용의 많은 영화들이 연상되긴 하지만 그래도 국내영화중에서 음악적인 소재로 이렇게 잘 만든 영화를 찾기는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여고괴담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은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두번째 이야기를 민규동 감독과 함께 연출했던 김태용 감독이 민규동 감독이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선보인지 얼마 안 되어 역시 오랜만에 새로운 영화를 공개했다. 묘하게도 두 영화 모두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각각 서로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사랑은 황당하고, 화나고, 엇갈린다는 세가지 카피를 기본으로 세가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감독은 과연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이제 우리나라도 대가족제도가 무너져버린지 오래이며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른 다른 의미의 가족이 형성되어가는 모습을 깔끔한 연출로 표현해 주고 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오다가 핏줄도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살을 맞대고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정말 제목 그대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다. 결국은 가족을 이루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랑'과 '정'인 것이다.

이런 감독의 의도에 맞게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정말 멋졌다. 중견배우 고두심, 김혜옥에 연기파 배우 문소리 거기에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엄태웅, 공효진, 봉태규, 정유미까지 각자 맡은 연기를 충실히 소화해 내 주고 있다.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운식의 캐릭터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엔딩 타이틀이 나오기 전 플랫폼 장면은 영화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여유를 주고 있다. 영화 보시게 되면 꼭 보고 좌석을 나서시길... 이런 영화가 관객이 많아야 하는데... 아마도 올해 한국 영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을 영화이다.

저질 코미디와 조폭 영화들의 끊임없는 논란속에 있는 한국영화계에 단비같은 영화이며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다양한 영화들이 선보였으면 한다.

미국 TV 드라마 시리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듯한 JJ 에이브람스. 그가 미션 임파서블 3의 메가폰을 잡는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궁금했었다. 역시 그의 이력은 영화에서 그대로 들어났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그의 시리즈 '앨리어스'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리 많이 본 장면인지... 더구나 스토리 전개까지도... 게다가 그의 시리즈에서 많이 본 배우들도 등장한다. '펠리시티'의 케리 러셀과 그와는 유치원 동창이라 그의 작품에 자주 나오는 그렉 그룬버그까지...

엄청난 제작비용이 들어간 영화답게 부술때는 확실하게 부셔주는 시원한 액션을 보여 준다. 오락영화로서는 손색이 없다. 2편의 아쉬움이었던 톰의 원맨쇼보다는 팀웍을 많이 보여준 것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톰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듯한 로맨스의 과잉과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하게 하는 여러가지 요소들, 그리고 TV 드라마 위주의 활동을 해서인지 큰 스크린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듯한 화면의 답답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마도 감독은 작정하고 한국의 하드보일드 영화를 만들려 했던 것 같다. 그런 그의 의도는 영화 전편에 아주 잘 나타나 있다. 또한 두 주연배우 황정민과 류승범의 멋진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피곤한 상태에서 심야영화로 봐서 집중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충분히 몰입하며 느낄 수 없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봐야 겠다. -_-;;

그나저나 황정민 정말 대단하다. 출연하는 영화들마다 캐릭터를 어쩌면 이렇게 자유자재로 바꿀 수가 있을까... 다음 영화를 또 기대해 본다.

이제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의 전유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흥행 작품도 디즈니가 아닌 드림웍스의 '슈렉2'이다. 최근에는 폭스나 워너 또한 애니메이션에서 상당한 수준의 작품들을 보여 주고 있다. '아이스 에이지'는 '로봇'과 함께 폭스의 대표 애니메이션이 되었으며 과연 3편도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벌써 든다.

우선 '아이스 에이지 2'는 전편 못지않은 재미를 준다. 점점 발전해 가는 3D 효과로 인하여 캐릭터들은 훨씬 자연스러워졌으며 이야기 또한 흥미로워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토이 스토리 2'에서 이미 여성 캐릭터가 추가된 적이 있어서 스토리 면에서는 좀 아쉽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재미를 주는 부분은 역시 중간 중간 포함되어 있는 스크랫이다. 도토리를 차지하기 위한 녀석의 노력이 정말 눈물겹다. 언젠간 차지하게 되겠지^^

2000년 부천영화제때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 중 '너무 많이 본 사나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제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 중 하나였다. 이 블로그에 예전에 이 영화를 본 후 쓴 글도 있다.

아무튼 그 영화를 본 후 손재곤 감독이라는 이름은 한동안 내 기억에서 지워졌었다. 그러다 '재밌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소식을 들었었고 또 다시 잊고 있다가 이 영화의 홍보물을 보고 '앗 그 감독이다!'하며 다시 기억이 나게 되었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에서와 마찬가지로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여러가지 장르가 복합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 범죄 등등... 그러면서도 적절히 각각의 장르가 혼합되면서 지금껏 한국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선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예전에 봤었던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라는 영화도 생각이 난다. 박용우는 '혈의 누'에 이어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굳힐 수 있을 듯 하다. 최강희도 톡톡 튀는 그녀만의 매력을 보여준다. 다만 영화 자체에서 미나라는 캐릭터가 좀 더 강렬하게 그려졌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약간 남는다.

본격적인 장편상업영화를 만들면서 '너무 많이 본 사나이'의 신선함이 조금은 상쇄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던 기존의 한국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차별화로서 관객들의 기억에 많이 남을 수 있을 듯 하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가 다시 보고 싶다. DVD 출시때에 포함 되었으면...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카피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더이상 먹히질 않나보다. 하기야 뭐 너무 늦게 개봉한 탓도 있겠지...

이 영화는 미국내의 인종 차별에 대해서 매우 진지하고 심각하게 접근하고 있다. 여러 캐릭터가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하며 서로서로 연관된 관계들 속에서 인종 차별에 대해서 때로는 가해자가 되고 또 때로는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또한 처음에는 인종에 대한 편견이 가장 없어보이던 캐릭터가 결국엔 자신만의 편견에 빠지는 불행을 겪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미국의 메이저영화답게 서로 화해하고 갈등이 해소되는 어느정도 해피 엔딩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열쇠 수리공 다니엘과 그의 딸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부녀의 모습은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로 쓰이기도 했다. 결국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둘씩 편견이 생기게 되는 것인지...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에 데해서 불만이 있지는 않다. 그만큼 잘 만들어졌고 진지한 문제제기와 현실 비판을 담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전형적인 스타일의 스토리 전개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결말이 좀 아쉽다. 난 개인적으로 '브로크백 마운틴'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한 여자가 남자의 어깨 너머로 요염한 눈빛을 보내며 남자의 등을 움켜주고 있던 인상적인 포스터와 당시만해도 메이저 영화로서는 파격적인 섹스 신들이 화제가 되었던 '원초적 본능'이 만들어진지도 벌써 1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후 속편 제작 소식이 간혹 들려오다 이제야 샤론 스톤이 그대로 출연하는 속편이 공개되었다. 왜... -_-;;

이제 5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의학의 발달로 1편때보다 더 젊어 보이는 샤론 스톤이지만 이젠 그리 섹시해 보이지가 않다. 오히려 천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더구나 1편의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마이클 더글라스에서 한끗만 틀린 마이클 글라스라는 속편의 캐릭터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1편만큼 쇼킹한 섹스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3분정도 잘려나간 장면은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전편에서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측불허하게 했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마지막 반전을 대사로 알려주는 과한 친절함까지 이 영화는 선사하고 있다.

사람들이 속편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전편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원초적 본능 2'에 대한 실망감은 몇배가 되는 듯 하다. 원초적 본능의 속편은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한 10년쯤 전에 좀 더 실력있는 감독에 의해 만들어져야 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아마도 많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의 근원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녀의 교묘한 관계를 재미있게 이끌어나가는 재미가 언제 봐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여러번 영화와 또는 드라마화 되었었다. 아마도 가장 유명했던 것은 지금의 콜린 퍼스를 있게 한 BBC의 미니 시리즈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런 작품을 '노팅 힐'과 '러브 액츄얼리'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했으니 기본은 하겠지? 아니다. 기본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상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원작의 힘과 워킹 타이틀이 기획성이 더해져 오랜만에 보는 기분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탄생하였다. 키어라 나이틀리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다아씨의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200년도 지난 이야기가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면 사랑은 정말 인간의 영원한 테마인가보다.

난 매트릭스 시리즈를 그리 좋아한 편은 아니었다. 다음편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영화속 세계관을 분석하기 보단 그냥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구나 하면서 부담없이 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단순한 재미로만은 볼 수 없었다. 매트릭스 시리즈와 이 영화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난 주저없이 이 영화를 택할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아마도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을까 싶다. '매트릭스'의 액션을 기대하고 보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90% 이상은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이 영화는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진지한 정치 스릴러물에 가깝다. DC코믹스의 만화를 기본으로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가 각본을 쓴 이 영화에는 여러가지의 장르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스릴러, 미스테리, 액션, 멜로, 풍자... 딱히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가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정치적인 풍자이다. 절대 권력속의 대중들의 관계가 그려지며 주인공인 V는 이런 권력의 본질을 해체하고자 한다. 2040년이 배경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미래도 알게 모르게 계속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배경속에 영화는 9.11 테러 이후 새로운 시점으로 테러리즘의 근원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중반까지는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종반부의 사건들을 위한 이유있는 전개이며 마지막 장면은 이런 단점을 모두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트라팔가 광장을 가득 매운 가이 폭스의 가면들과 영국 국회의사당의 폭파 장면에서는 정말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꼈다.

한번도 제대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휴고 위빙은 목소리만으로도 V라는 캐릭터의 심리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나탈리 포트만도 삭발까지 마다 않고 V를 돕는 이비 역을 훌륭히 보여준다. 머리가 없어도 어찌나 이쁜지... ^^;; 존 허트가 연기한 히틀러를 연상시키고 이름까지 비슷한 아담 셔틀러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역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이 생각났다. 조만간 다시 한번 그 영화를 봐야 겠다. 참,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도 찾아 들어봐야지. 'Cry Me a River'도 ^^

DVD 출시할때 가이 폭스 가면을 사은품으로 주면 필히 구매할텐데... -_-;;

몬테 크리스토 백작, 셰익스피어 그리고 가이 폭스...

중학생 시절부터 팝음악을 들어오긴 했지만 사실 Johnny Cash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물론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컨트리 뮤직쪽에는 그다시 관심이 없었던지라 일부 컨트리가수 외에는 그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그래도 귀여운 리즈가 나오고 또 이번에 아카데미 상까지 탔으니 안 볼 수가 있나!

처음으로 리즈 위더스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일렉션'이란 영화였다. 물론 그 전에 '플레전트빌'도 있었고, 더 히트했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도 있었지만 '일렉션'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앙코르'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개인적으론 그녀의 최고의 연기는 '일렉션'에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그녀는 그 후 '금발이 너무해'로 일약 톱스타로 등극했고 요즘은 여배우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거기다 연기까지 인정받았으니 라이언 필립은 여자 보는 눈이 참 대단했었던 것 같다. 부러워라... -_-;;

영화는 꽤 만족스러웠다. 물론 쟈니 캐쉬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흥겨운 컨트리 음악과 그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잘 연결되어 드라마적인 면에서도 흥미롭게 보았다. 40번째 프로포즈에 성공했다니... 리즈는 물론이고 와킨 피닉스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괜히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2004년에 '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2005년 세상을 떠난 레이 찰스에 대한 영화였다. 난 '앙코르'를 보면서 '레이'가 교차되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미국의 흑백인종간의 보이지 않는 묘한 경쟁 심리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이클 잭슨과 브루스 스프링스틴, MC 해머와 바닐라 아이스, 그리고 레이와 앙코르까지... 물론 내가 너무 크게 확대해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걸 어떻해...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은 꼬리동... -_-;;

너무나도 전형적인 헐리우드 식의 코미디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자체였다.

재치있는 대사와 적당한 슬랩스틱에 로맨스를 첨가해 주는 센스. 오락영화로서 이만하면 되었지 뭘 더 바라겠는가. 하지만 거기까지. 개인적으론 코드가 그리 맞지 않았지만 그런데로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괜찮았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꽤 흥행이 되었다고 하니 확실히 미국식 코미디인 듯... '미트 페어런트'를 보고 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키가 거의 2m나 되는 거구 빈스 본의 또 다른 매력과 크리스토퍼 월킨의 무표정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빈스 본은 요즘 코미디 쪽으로 거의 굳힌 듯 해서 좀 아쉽긴 하다. '사이코'나 '더 셀'에서의 그의 모습이 그립다. 그런데 과연 그와 제니퍼 애니스톤과의 관계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둘만 알겠지... 내 관점으론 브래드 보다 빈스가 훨씬 나아 보인다. ㅋㅋㅋ

외딴 산속에서 여름동안 양을 치던 두 남자. 그들은 환경때문이었건 그동안 묻어두었던 본능때문이었건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4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그들은 격정적인 키스와 함께 힘든 사랑을 시작한다.

히스 레져의 모습은 '기사 윌리엄'이나 '그림 형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니스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있으며 제이크 길렌할 또한 잭 트위스트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 주었다. 또한 알마 역의 미셀 윌리암스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다.

'결혼 피로연'에 이어 두번째로 동성애 소재의 영화를 만들면서 이안 감독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남성적인 이미지의 상징인 카우보이와 동성애의 접합이라... 물론 단편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게다가 영화의 스타일은 큰 감정의 기복없이 장엄한 대자연과 두 남자의 사랑을 조심스레 교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가 많이 연상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배경음악이 이런 느낌에 큰 몫을 한 듯 하다.

이안 감독은 이 영화를 퀴어영화가 아닌 사랑이야기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두 남자가 아니라 두 남자가 나누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현실에서 인정받기 힘들고 숨어서만 할 수 있었던 사랑이라 더욱 애틋하고 애절했을 것이다. 보수적인 일부 영화 평론가들마저도 이 영화에 대해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것을 보면 과연 이안 감독의 표현은 정확한 것이리라...

에니스는 만난지 1년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20년간을 사랑했지만 함께 살 수 없었던 잭에게 미안하고 또 자신들의 숨겨진 사랑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식에 못 갈 것 같다는 말에 실망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예전 잭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일을 그만 두더라도 결혼식에 가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잭이 보관하던 자신의 자켓과 브로크백 산의 엽서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에니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는 잭에게 마치 결혼 서약을 하듯 맹세했을 것이다... Jack... I Swear...

무기력하고 소심해 보이는 윤서. 그의 음란한 상상은 정빈을 보게 되면서 시작되고 유기전에서 그 시대의 난잡한 책을 보면서 본격화된다. 이에 문장에 능한 실력을 이용하여 직접 음란한 소설을 쓰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와진다. 그 과정에서 삽화를 그리게 될 광헌이 가세하게 되고 그들의 소설은 점점 대담해져 간다. 과연 그들의 미래는...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신분적인 이유로 인하여 성적인 욕구에 억압받고 있다. 이런 욕구들을 아주 은밀한 방법으로 해소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윤서는 색안경을 쓰고 글로서, 광헌은 가면을 쓰고 삽화로서, 정빈은 윤서와의 만남으로서... 그런 과정에서 이야기는 얽히고 섥히면서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긴장감을 때로는 눈물을 준다. 그러면서 과연 사랑한다는 것과 음란하다는 것의 구분이 모호해져 버리는 상황까지 전개된다. 하기야 어쩌면 이 두가지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으니...

'음란서생'은 기대만큼 음란하거나 웃음을 많이 주는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직접적이고 단편적인 웃음보다는 은유적이며 간접적이라 되씹어볼 수록 재미가 느껴지는 유머들이 곳곳에 내재되어 있다. 게다가 현재의 인터넷 통신 언어의 교묘한 접합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 온다. 윤서가 음란한 소설을 쓰는 것 자체도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야한 댓글들을 올리는 세태가 생각이 나기도 한다. 윤서의 음란함 또한 겉으로 내어 보이기 보다는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유를 남겨 주고 있다. 영화에서의 표현 방식도 극중에서의 윤서의 성격 그대로인 듯 하다. 윤서와 정빈의 멜러 코드도 사랑과 음란의 미묘한 상관관계를 표현해 주기 위한 중요한 스토리 라인으로 진행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뛰어나다. 한석규는 정말 오랜만에 제 역을 만난 듯 하다. 거의 무표정하고 심각한 모습을 하고 이렇게 사람들에 웃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는 복잡미묘한 심리를 가지고 있고 때로는 뻔뻔스럽기까지 한 윤서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한석규와 더불어 가장 멋진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바로 조내관 역의 김뢰하였다. 그의 마지막 대사는 정말 인상깊었다. 오달수의 감초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음란서생'은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을만한 영화는 아닌 듯 하다. 현재 보여지는 극과 극의 감상평들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실망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리 음란하지 않고 그리 웃기지 않기 때문일 듯 하다. 하지만 뭐 남들이야 뭐라고 하던 내가 좋으면 된거지 뭐...

1편이 이어서 이번에도 관객들과 흥미로운 게임을 즐긴다. 참신한 소재와 허를 찌르는 결말로서 새로운 범죄공포영화 시리즈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답게 2편에서도 1편 못지 않은 충격과 반전을 보여 주고 있다. 1편이 하나의 공간에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면 이번엔 공간과 공간이 확장되면서 그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혼란과 공포감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마치 '큐브'에서 다른 큐브로 옮겨 가며 새로운 사건을 접하게 되듯이... 역시 인간은 성급함과 개인적인 욕심때문에 파멸하고 만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룰만 지키면 될 것을... 그래 지킬건 지켜야지...

스필버그는 2006년판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기 원했을까? 물론 실제 일어났던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그 사실이 11명의 선수들이 살해당한 테러였다면 더욱 그랬겠지...

스필버그는 의도적으로 영화를 건조하게 연출한 듯 하다. 아마도 사실적인 스토리 자체를 더욱 살리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결과적으로 영화가 너무 지루하게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대사가 너무 많다... 모든 것을 너무나 대사로 설명해 주려 한다. 하지만 너무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았던 것과 결말의 은근한 충고는 마음에 들었다. 엄청난 실망감을 주었던 '우주 전쟁'과 비한다면 훨씬 나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좀 아쉽다.

차기작인 링컨 대통령 스토리나 '인디아나 존스 4'는 잘 만들어 주세요, 스필버그!

벌써 몇년 전에 김윤진이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 것이라고 해서 더 화제가 되었던 영화. 하지만 결국 김윤진은 그 역을 고사했고 TV드라마 '로스트'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으며 스필버그도 제작만 하고 감독은 '시카고'의 롭 마샬이 맡게 되었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영화 자체보다 그 외의 가십들이 더 화제가 된 듯 하다. 중국계 배우들이 게이샤 역으로 캐스팅 되었던 것도 그렇고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상영 금지까지 되었다는데...

그럼 영화는 어땠을까... 개인적으론 좀 지루했다. 홍콩 배우들의 게이샤 연기도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고 또 게이샤에 대한 단편적인 묘사도 좀 아쉬웠다. 공리나 장지이, 양자경 같이 멋진 배우들이 기모노를 입고 영어로 연기하는 모습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하기야 뭐 미국 사람들이 그들이 중국계 배우인지 일본계 배우인지 따질리도 만무하고 또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것을 생각하니 좀 착잡하기까지 했다. 그들에겐 중국계든 일본계든 한국계든 모두 아시아인일 뿐일테니까...

와호장룡과 영웅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중국영화의 경향이 그 비슷한 영화들을 계속 양산해 내고 있는 듯 하다. 이안, 장예모에 이어 이제 챈 카이거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젠 더 이상 이런 비슷한 영화들에 대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나 비슷 비슷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화려한 화면들을 2시간동안 보고 있노라면 이제 식상해지지까지 하다. 한국배우 장동건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단점이 덮여질 수는 없다. 더구나 '파이란'의 그 청순했던 장백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사실 그리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두 주연배우에게 그리 마음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태양은 없다'의 감독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동명이인 감독이라니... 하지만 봤다. 그래서 실망했다... -_-;;

일단 난 두 주인공에게 전혀 감정이입이 되지가 않았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내 왜 저들은 저렇게 행동할까... 하는 의구심뿐이었다. 배우들에 대한 내 개인적인 느낌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손병호씨의 연기는 역시 멋졌으며 결말도 식상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개봉하길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 그래서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가 관람했고 역시 기다렸던 만큼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그때만해도 사실 지금의 현황처럼 1000만을 넘고 최고의 흥행 기록을 깨는 것도 시간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로서 보면 참 흥미롭고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 영화에는 몇가지 약점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째로 사극이라는 점이고 둘째로 동성애 코드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약점조차도 그동안 보아오지 못했던 흔하지 않은 소재라는 강점으로 전환이 되어버린 분위기다. 또한 이런 소재들의 영화가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사실 사극이나 동성애 코드의 소재들은 최근들어 조금씩 메이저 영화들속으로 도입되었다. '왕의 남자'가 아마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킬 듯 하다.

어쨌든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작품성, 배급의 힘, 개봉 시기의 적절함 이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져 아마도 앞으로 한동안은 깨기 힘든 흥행 기록을 낼 것이 거의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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