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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 마이클 베이에게 뭘 더 바라겠어

사실 그리 기대하진 않았다. 아니 그래도 혹시나 이번엔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바램은 있었다. 그러나 역시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마이클 베이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역시 난 그의 영화와 맞는 것 같진 않다. 아무리 박스오피스 최고의 흥행력을 과시한다고 해도 난 그의 영화를 보고 나면 착찹한 마음이 들곤 했다. 물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임을 알고 보았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래도 '나쁜 녀석들'이나 '더 록'은 괜찮았었는데...

그의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아일랜드'처럼 컸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그의 영화들은 여름용 블록버스터 답게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통쾌하고 시원한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화면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블록버스터 치고는 너무 진지한 소재를 택했다. 인간의 DNA로 부터 복제된 클론이라...

일단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아일랜드'는 손색이 없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액션과 추격장면은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을 금새 지나가게 한다. 중반까지는 두 주인공의 자아를 찾게 되는 과정이 긴박감있게 그려지지만 그들이 탈출하여 LA로 이동한 후에는 전반부의 진지함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총탄과 폭발, 폭력과 학살이 난무하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로 변모한다. 차라리 전반부의 분위기를 좀 더 살려 미스테리 스릴러적인 영화가 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사실 난 처음 '아일랜드'의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 미국주의 영화의 대표 감독 중 하나인 마이클 베이 감독이 부시 대통령을 위해서 영화를 만드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아무튼 인간 복제라는 민감한 소재로서 단순히 때려부수기만 하는 영화를 만들어낸 것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소재도 이제 갈 때까지 가 보자는 심산인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소재에 대한 나의 민감한 반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블레이드러너'여서인지도 모르겠다.

클론들을 위해 모든것을 아니 목숨까지 희생하는 맥코드나 방금 전까지만해도 눈 깜짝하지 않고 클론을 처형하던 알버트가 갑자기 돌변해서 클론들을 위해서 싸우는 것도 내 상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 설정이었다. 링컨 6 에코와 톰 링컨이 만나게 되는 장면에서도 어찌 그리 자신을 클론을 직접 보게되는 것이 간단한 문제일 수 있는 것인지... 게다가 마지막의 마이클 베이 특유의 어설픈 감동주기까지...

여름용 블록버스터 영화에 뭘 더 바라냐고?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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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 : 스필버그, 당신의 능력은 어디로 갔나요.

인류에게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건 인간간의 전쟁이 아니라 인간과 외계인과의 전쟁이 될지도 모르겠다. 외계인과의 전쟁이라... 지금에도 과연 일어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벌써 100년도 전인 1898년에 '우주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썼으니 H.G. 웰즈는 정말 천재였던 것 같다. 아시모프와 함께 가장 유명한 SF 소설가 중 한명인 그의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기고 있으면서 영화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우주 전쟁'은 이미 50년대에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 고전 중 하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까지 이 작품에 관심을 보여 영화로 만들어졌으니 많은 영화팬들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하지만 기대는 단지 기대일 뿐이다.

스필버그의 '우주 전쟁'은 외계인이 왜, 어떻게 지구를 침략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엄청난 위력을 보이던 외계인들이 갑자기 무기력하게 된 것도 모건 프리먼의 단 몇마디 나레이션으로 알려준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인간과 외계인과의 전쟁이 아니라 한 가족의 유대관계의 회복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혼하여 혼자 살고 있는 존재감이 상실되어버린 가장 레이에게 아들과 딸이 맡겨진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니 인류에게 닥치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 시작된다. 엄청난 제작비에 걸맞는 화려한 볼거리와 특수효과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런 대재앙속에서 레이는 그의 아들과 딸을 보호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그리고 결국은 가장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확인시키고 그의 두 자식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이미 언급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원작에서의 외계인에 대한 과학적인 탐구나 인간들의 필사적인 대항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외계인의 침공에서 외계인들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의 모습도 보여진다. 이런 과정에서 스필버그 감독은 이야기 전개의 당위성이나 치밀한 구성보다는 파괴되어가는 지구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결말의 허무함은 피할 수 없어보인다. 사실 스필버그의 최근 영화들이 예전에 비해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보이곤 한다. 벌어놓은 일을 수습하지 못하고 대충 마무리한다고나 할까... 또한 번뜩이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보다는 기존 작품이나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아진 듯 하다. 이젠 그의 창조적인 상상력에도 한계가 온 것인지.

개인적으로 이런 비슷한 류의 재난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딥 임팩트'이다. 이 영화에는 인류에게 닥친 재앙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있고, 또 너무 감상적일 수도 있지만 그 재앙속에서 다시금 피어나는 사람들간의 유대감과 인류애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주전쟁'을 보고 나니 과연 한 가장의 존재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서 그렇게 엄청난 전쟁을 보여줬어야 했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난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없었다. '조스', '인디아나 존스', '칼라 퍼플', '태양의 제국'같은 영화들을 만들때의 스필버그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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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 : 최고의 배트맨 시리즈

최근 들어 헐리우드에서는 널리 알려진 시리즈물들의 프롤로그 성격의 작품이 종종 만들어지고 있다. 즉 시리즈의 1편의 전 이야기들을 후속 영화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터미네이터 3', '엑소시스트 : 비기닝' 등... '스타워즈' 시리즈도 성격은 약간 틀리지만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헐리우드 영화 뿐만이 아니다. '링', '무간도' 처럼 아시아 영화 또한 그러했다. 이제 또 다른 한편의 프롤로그 영화가 개봉한다. 바로 '배트맨 비긴즈'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관객들은 음흉한 고담시에 어울리는 컬트적인 분위기에 열광했다. 이런 여세는 역시 팀 버튼이 감독한 '배트맨 리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엘 슈마허 감독이 연출한 '배트맨 & 로빈'과 '배트맨 포에버'는 기존의 두작품에 비하면 외형만 커지고 내용은 없어져 버린 그져 그런 후속작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추락하던 '배트맨' 시리즈가 '배트맨 비긴즈'를 기점으로 다시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처음 '배트맨'의 후속작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과연 어떤 감독과 배우가 선택될지 매우 궁금했었다. 결국은 '메멘토'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과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찬 베일이 캐스팅 되었다. 나처럼 아마도 많은 관객들은 캐스팅에 어느정도 만족을 했을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과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블록버스터 영화를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된 지금 그것은 기우였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영화는 브루스 웨인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그리하여 박쥐에 대한 공포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복수, 그리고 배트맨으로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최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탐구, 아시아권 무술의 접목, 또한 슈퍼 히어로가 아닌 고뇌하는 인간적인 영웅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더이상 무작정 때려 부수는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브루스 웨인의 내적인 갈등을 중심으로 보여주다 보니 다소 긴장감은 떨어진다. 하지만 히말라야의 멋진 설경과 수련 과정, 아버지와의 드라마적인 요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중반 이후부터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로 변모한다. 배트맨의 의상과 배트카가 제작되고 악당을 물리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흥미로운 사실은 이 영화속의 배트맨은 거미에 물린 '스파이더맨'이나 유전자변이가 이루어진 '엑스맨', 외계에서 온 '슈퍼맨'처럼 초인간적인 인물이 아니라 상처를 입고 피도 흘리며 멍도 드는 매우 인간적인 영웅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배트맨으로 출연한 크리스찬 베일은 그 역을 충분히 소화해 내고 있다. '머셔니스트'이후에 다시 몸 만드는게 그리 쉽지는 않았을텐데 정말 자기 관리는 철저한 배우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 외에도 마이클 케인, 리암 니슨, 게리 올드만, 모건 프리만 등의 멋진 노장배우들의 연기가 여름용 블록버스터 영화이긴 하지만 너무 가볍지 않게 이 영화를 지탱해 주고 있다.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라이너스 로치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가 전반적으로 너무나 어둡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지도 모르지만...) 물론 배트맨의 탄생 과정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여 지기도 하지만 조금은 기존 시리즈의 히스테릭칼하고 유머러스한 악당의 모습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앞으로 계속 후속 시리즈가 만들어진다면 과연 어느 시점부터 다시 시작이 될까? 참고로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 1편의 바로 전 시점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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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 : 진실은 인간의 탐욕속에 사라지는가

2001년 특이한 이름의 영화 하나가 개봉했다.
번지 점프를 하다...
영화에 대한 별다른 정보도 없이 시사회에서 본 이 영화는 당시로선 나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결국은 사랑이라는 진부한 주제였지만 매우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소재로 이렇게 감각적이고 신선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표현해 내었던 감독의 연출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김대승 감독은 전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영화로 다시 관객들에게 돌아왔다.

사실 개봉이 되기 전부터 난 이 영화에 대한 은근한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감독을 믿었기에...

감독은 국내영화에서는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은 사극을 택했다. 더구나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테리 스릴러 형식과 외국의 슬래쉬 영화에서나 봄직한 유혈이 낭자하는 충격적인 장면들도 보여진다. 하지만 역시 전작처럼 이 영화에서도 사랑이란 주제는 빠지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인간은 재물에 대한 욕망 앞에서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나를 진저리치게 깨닷게 된다. 또한 영화의 배경인 후기 조선시대의 신분계급간의 갈등도 엿볼 수 있다.

걱정을 했었던 차승원의 연기는 기존의 코믹한 캐릭터를 극복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하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동안 그리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박용우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올가미'에서 보여주었던 마마보이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잠깐 등장했던 오현경씨의 강렬한 연기도 잊을 수 없다.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여지는 역사 고증과 배경 세트는 이 영화에 대한 믿음감을 더욱 갖게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재미를 기대한다면 긴장감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스포일러가 한동안 인터넷에서 퍼져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물론 범인이 누구냐라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한 흥미를 극대화시키는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어쩌면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해답을 몰라도 감독이 말하고 하던 인간의 잔혹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까... 또한 이 영화의 진정한 반전은 어쩌면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원규의 행동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사람들이 살고있던 조용한 섬을 피비가 내리는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인간의 탐욕, 이기심과 잔혹성. 이것을 느꼈다면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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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 그는 갔지만 그의 음악은 영원하리

2004년 미국 음악계에서는 커다란 별 하나를 잃었다. 바로 소울음악의 대부 레이 찰스의 죽음이 그것이었다. 그는 그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 이 영화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미국의 흑인음악을 논하면서 그의 이름을 제외한다면 어쩌면 그 어떤 얘기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현재의 흑인음악 아니 미국 팝음악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런 그의 일생을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영화화하기로 했었고 그의 최고의 영화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작품으로 선보였다.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사관과 신사', '어게인스트', '백야' 등을 통해서 영화 속 음악에 대한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주었었다. 그의 능력은 이 영화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음악인의 전기 영화 답게 영화 전편에 그의 음악들이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맹인이며 흑인으로서 넘어야 했던 한계들도 잘 표현해 주었다.

이 영화를 말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제이미 폭스의 연기이다. 그의 모습은 실제 레이 찰스보다도 더 레이 찰스답다. 이 영화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과연 덴젤 워싱턴의 뒤를 이을만한 멋진 배우인 듯 하다.

P.S :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레이 찰스의 앨범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1990년작 'Would You Believe?'이다. 이 앨범을 샀던 이유는 단 하나 'Elly, My Love'. 물론 Southern All Stars의 원곡도 좋지만 난 레이 찰스의 곡을 더 좋아한다. 뽀얀 먼지가 쌓인 그 앨범을 다시 꺼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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