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서울퀴어영화제가 '기쁨! 이 새로운 세기'라는 모토를 내걸고 9월 1일 7시 종로의 아트선재 센터에서 개막되었습니다. 식장으로 가는 길은 조금은 썰렁하더군요. 주변 담장에 몇장의 전단지가 붙어 있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흔한 프랭카드 하나 없더군요... 아마도 서동진 프로그래머가 개막식때 강조한 바와 같이 '열악한 환경'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씁쓸함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개막시간이 다가오자 식장은 영화제 관계자, 자원봉사자 그리고 관람객들의 열기로 조금씩 활기를 띄었습니다. 250여석 되는 아트선재센터는 보조석을 놓고 앉아야 할 정도로 관객들이 가득 찼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습니다.



개막식은 영화배우 김중기씨와 어어부밴드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진행자가 자신들은 동성애자와 관계가 없슴을 계속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은 좀 눈에 거슬리더군요. 과연 퀴어영화제의 사회자로서의 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아무튼 개막식은 2000퀴어영화제의 오프닝 필름 상영과 최민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한채윤 잡지 버디 편집장, 서동진 퀴어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의 인사로 간단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개막작인 '세사람'의 상영으로 이어졌습니다. 장내 조명이 아무런 안내 없이 갑자기 꺼져서 영화시작 후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죠.

개막작인 '세사람'은 왕가위의 거의 모든 영화의 촬영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도일의 감독 데뷰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아사노, 수지, 케빈 이 세명의 남녀의 모습을 통해서 외롭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쩔수 없이 왕가위 영화의 느낌을 많이 발견할 수 있더군요. 노출, 필터, 조명, 편집 등에서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 색깔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개막작이 끝나고 영화제 참가자들은 주최측에서 제공한 버스를 이용해서 이태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퍼'라고 하는 곳에서 개막 파티가 벌어졌거든요. 개막식에 아무런 공연이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이태원에서의 개막 파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댄스홀인 '지퍼'에서 벌어진 개막 파티에서는 말로만 듣던 드랙퀸들의 공연과 '미인'의 몸 연출로 널리 알려진 현대 무용가의 안은미씨의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드랙 퀸들의 공연은 관객들의 절대적인 반응이 일으켰습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공연을 할 수 없었던 이유를 알겠더군요. '베사메무쵸', '난 괜찮아', 'Strong Enough'등을 열창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은미씨의 공연도 우리들의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 주었죠.

이성애 동성애 구분 없이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즐겼던 분위기가 끝나고 모였던 사람들 모두 참여하는 디스코 파티가 이어지면서 퀴어영화제의 첫날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일정도 개막식때의 열기만큼이나 활기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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