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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연인 : 엽기적인 그들

2000년 부천영화제때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 중 '너무 많이 본 사나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제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 중 하나였다. 이 블로그에 예전에 이 영화를 본 후 쓴 글도 있다.

아무튼 그 영화를 본 후 손재곤 감독이라는 이름은 한동안 내 기억에서 지워졌었다. 그러다 '재밌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소식을 들었었고 또 다시 잊고 있다가 이 영화의 홍보물을 보고 '앗 그 감독이다!'하며 다시 기억이 나게 되었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에서와 마찬가지로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여러가지 장르가 복합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 범죄 등등... 그러면서도 적절히 각각의 장르가 혼합되면서 지금껏 한국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선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예전에 봤었던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라는 영화도 생각이 난다. 박용우는 '혈의 누'에 이어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굳힐 수 있을 듯 하다. 최강희도 톡톡 튀는 그녀만의 매력을 보여준다. 다만 영화 자체에서 미나라는 캐릭터가 좀 더 강렬하게 그려졌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약간 남는다.

본격적인 장편상업영화를 만들면서 '너무 많이 본 사나이'의 신선함이 조금은 상쇄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던 기존의 한국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차별화로서 관객들의 기억에 많이 남을 수 있을 듯 하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가 다시 보고 싶다. DVD 출시때에 포함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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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 : 우린 모두 가해자이며 피해자이다.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카피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더이상 먹히질 않나보다. 하기야 뭐 너무 늦게 개봉한 탓도 있겠지...

이 영화는 미국내의 인종 차별에 대해서 매우 진지하고 심각하게 접근하고 있다. 여러 캐릭터가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하며 서로서로 연관된 관계들 속에서 인종 차별에 대해서 때로는 가해자가 되고 또 때로는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또한 처음에는 인종에 대한 편견이 가장 없어보이던 캐릭터가 결국엔 자신만의 편견에 빠지는 불행을 겪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미국의 메이저영화답게 서로 화해하고 갈등이 해소되는 어느정도 해피 엔딩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열쇠 수리공 다니엘과 그의 딸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부녀의 모습은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로 쓰이기도 했다. 결국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둘씩 편견이 생기게 되는 것인지...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에 데해서 불만이 있지는 않다. 그만큼 잘 만들어졌고 진지한 문제제기와 현실 비판을 담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전형적인 스타일의 스토리 전개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결말이 좀 아쉽다. 난 개인적으로 '브로크백 마운틴'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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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본능 2 : 샤론 누님, 왜 그러셨어요... -_-;;

한 여자가 남자의 어깨 너머로 요염한 눈빛을 보내며 남자의 등을 움켜주고 있던 인상적인 포스터와 당시만해도 메이저 영화로서는 파격적인 섹스 신들이 화제가 되었던 '원초적 본능'이 만들어진지도 벌써 1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후 속편 제작 소식이 간혹 들려오다 이제야 샤론 스톤이 그대로 출연하는 속편이 공개되었다. 왜... -_-;;

이제 5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의학의 발달로 1편때보다 더 젊어 보이는 샤론 스톤이지만 이젠 그리 섹시해 보이지가 않다. 오히려 천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더구나 1편의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마이클 더글라스에서 한끗만 틀린 마이클 글라스라는 속편의 캐릭터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1편만큼 쇼킹한 섹스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3분정도 잘려나간 장면은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전편에서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측불허하게 했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마지막 반전을 대사로 알려주는 과한 친절함까지 이 영화는 선사하고 있다.

사람들이 속편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전편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원초적 본능 2'에 대한 실망감은 몇배가 되는 듯 하다. 원초적 본능의 속편은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한 10년쯤 전에 좀 더 실력있는 감독에 의해 만들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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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을 다시 본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아마도 많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의 근원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녀의 교묘한 관계를 재미있게 이끌어나가는 재미가 언제 봐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여러번 영화와 또는 드라마화 되었었다. 아마도 가장 유명했던 것은 지금의 콜린 퍼스를 있게 한 BBC의 미니 시리즈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런 작품을 '노팅 힐'과 '러브 액츄얼리'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했으니 기본은 하겠지? 아니다. 기본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상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원작의 힘과 워킹 타이틀이 기획성이 더해져 오랜만에 보는 기분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탄생하였다. 키어라 나이틀리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다아씨의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200년도 지난 이야기가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면 사랑은 정말 인간의 영원한 테마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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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 색다른 정치 풍자 스릴러

난 매트릭스 시리즈를 그리 좋아한 편은 아니었다. 다음편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영화속 세계관을 분석하기 보단 그냥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구나 하면서 부담없이 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단순한 재미로만은 볼 수 없었다. 매트릭스 시리즈와 이 영화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난 주저없이 이 영화를 택할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아마도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을까 싶다. '매트릭스'의 액션을 기대하고 보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90% 이상은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이 영화는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진지한 정치 스릴러물에 가깝다. DC코믹스의 만화를 기본으로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가 각본을 쓴 이 영화에는 여러가지의 장르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스릴러, 미스테리, 액션, 멜로, 풍자... 딱히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가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정치적인 풍자이다. 절대 권력속의 대중들의 관계가 그려지며 주인공인 V는 이런 권력의 본질을 해체하고자 한다. 2040년이 배경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미래도 알게 모르게 계속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배경속에 영화는 9.11 테러 이후 새로운 시점으로 테러리즘의 근원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중반까지는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종반부의 사건들을 위한 이유있는 전개이며 마지막 장면은 이런 단점을 모두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트라팔가 광장을 가득 매운 가이 폭스의 가면들과 영국 국회의사당의 폭파 장면에서는 정말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꼈다.

한번도 제대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휴고 위빙은 목소리만으로도 V라는 캐릭터의 심리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나탈리 포트만도 삭발까지 마다 않고 V를 돕는 이비 역을 훌륭히 보여준다. 머리가 없어도 어찌나 이쁜지... ^^;; 존 허트가 연기한 히틀러를 연상시키고 이름까지 비슷한 아담 셔틀러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역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이 생각났다. 조만간 다시 한번 그 영화를 봐야 겠다. 참,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도 찾아 들어봐야지. 'Cry Me a River'도 ^^

DVD 출시할때 가이 폭스 가면을 사은품으로 주면 필히 구매할텐데... -_-;;

몬테 크리스토 백작, 셰익스피어 그리고 가이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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