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34)
앙코르 : 영화와는 관계없는 괜한 씁쓸함...

중학생 시절부터 팝음악을 들어오긴 했지만 사실 Johnny Cash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물론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컨트리 뮤직쪽에는 그다시 관심이 없었던지라 일부 컨트리가수 외에는 그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그래도 귀여운 리즈가 나오고 또 이번에 아카데미 상까지 탔으니 안 볼 수가 있나!

처음으로 리즈 위더스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일렉션'이란 영화였다. 물론 그 전에 '플레전트빌'도 있었고, 더 히트했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도 있었지만 '일렉션'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앙코르'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개인적으론 그녀의 최고의 연기는 '일렉션'에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그녀는 그 후 '금발이 너무해'로 일약 톱스타로 등극했고 요즘은 여배우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거기다 연기까지 인정받았으니 라이언 필립은 여자 보는 눈이 참 대단했었던 것 같다. 부러워라... -_-;;

영화는 꽤 만족스러웠다. 물론 쟈니 캐쉬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흥겨운 컨트리 음악과 그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잘 연결되어 드라마적인 면에서도 흥미롭게 보았다. 40번째 프로포즈에 성공했다니... 리즈는 물론이고 와킨 피닉스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괜히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2004년에 '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2005년 세상을 떠난 레이 찰스에 대한 영화였다. 난 '앙코르'를 보면서 '레이'가 교차되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미국의 흑백인종간의 보이지 않는 묘한 경쟁 심리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이클 잭슨과 브루스 스프링스틴, MC 해머와 바닐라 아이스, 그리고 레이와 앙코르까지... 물론 내가 너무 크게 확대해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걸 어떻해...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은 꼬리동... -_-;;
  Comments,     Trackbacks
웨딩 크래셔 : 미국식 코미디의 전형

너무나도 전형적인 헐리우드 식의 코미디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자체였다.

재치있는 대사와 적당한 슬랩스틱에 로맨스를 첨가해 주는 센스. 오락영화로서 이만하면 되었지 뭘 더 바라겠는가. 하지만 거기까지. 개인적으론 코드가 그리 맞지 않았지만 그런데로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괜찮았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꽤 흥행이 되었다고 하니 확실히 미국식 코미디인 듯... '미트 페어런트'를 보고 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키가 거의 2m나 되는 거구 빈스 본의 또 다른 매력과 크리스토퍼 월킨의 무표정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빈스 본은 요즘 코미디 쪽으로 거의 굳힌 듯 해서 좀 아쉽긴 하다. '사이코'나 '더 셀'에서의 그의 모습이 그립다. 그런데 과연 그와 제니퍼 애니스톤과의 관계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둘만 알겠지... 내 관점으론 브래드 보다 빈스가 훨씬 나아 보인다. ㅋㅋㅋ
  Comments,     Trackbacks
브로크백 마운틴 : Jack, I Swear...

외딴 산속에서 여름동안 양을 치던 두 남자. 그들은 환경때문이었건 그동안 묻어두었던 본능때문이었건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4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그들은 격정적인 키스와 함께 힘든 사랑을 시작한다.

히스 레져의 모습은 '기사 윌리엄'이나 '그림 형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니스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있으며 제이크 길렌할 또한 잭 트위스트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 주었다. 또한 알마 역의 미셀 윌리암스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다.

'결혼 피로연'에 이어 두번째로 동성애 소재의 영화를 만들면서 이안 감독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남성적인 이미지의 상징인 카우보이와 동성애의 접합이라... 물론 단편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게다가 영화의 스타일은 큰 감정의 기복없이 장엄한 대자연과 두 남자의 사랑을 조심스레 교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가 많이 연상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배경음악이 이런 느낌에 큰 몫을 한 듯 하다.

이안 감독은 이 영화를 퀴어영화가 아닌 사랑이야기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두 남자가 아니라 두 남자가 나누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현실에서 인정받기 힘들고 숨어서만 할 수 있었던 사랑이라 더욱 애틋하고 애절했을 것이다. 보수적인 일부 영화 평론가들마저도 이 영화에 대해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것을 보면 과연 이안 감독의 표현은 정확한 것이리라...

에니스는 만난지 1년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20년간을 사랑했지만 함께 살 수 없었던 잭에게 미안하고 또 자신들의 숨겨진 사랑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식에 못 갈 것 같다는 말에 실망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예전 잭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일을 그만 두더라도 결혼식에 가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잭이 보관하던 자신의 자켓과 브로크백 산의 엽서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에니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는 잭에게 마치 결혼 서약을 하듯 맹세했을 것이다... Jack... I Swear...
  Comments,     Trackbacks
음란서생 :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음란하다

무기력하고 소심해 보이는 윤서. 그의 음란한 상상은 정빈을 보게 되면서 시작되고 유기전에서 그 시대의 난잡한 책을 보면서 본격화된다. 이에 문장에 능한 실력을 이용하여 직접 음란한 소설을 쓰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와진다. 그 과정에서 삽화를 그리게 될 광헌이 가세하게 되고 그들의 소설은 점점 대담해져 간다. 과연 그들의 미래는...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신분적인 이유로 인하여 성적인 욕구에 억압받고 있다. 이런 욕구들을 아주 은밀한 방법으로 해소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윤서는 색안경을 쓰고 글로서, 광헌은 가면을 쓰고 삽화로서, 정빈은 윤서와의 만남으로서... 그런 과정에서 이야기는 얽히고 섥히면서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긴장감을 때로는 눈물을 준다. 그러면서 과연 사랑한다는 것과 음란하다는 것의 구분이 모호해져 버리는 상황까지 전개된다. 하기야 어쩌면 이 두가지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으니...

'음란서생'은 기대만큼 음란하거나 웃음을 많이 주는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직접적이고 단편적인 웃음보다는 은유적이며 간접적이라 되씹어볼 수록 재미가 느껴지는 유머들이 곳곳에 내재되어 있다. 게다가 현재의 인터넷 통신 언어의 교묘한 접합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 온다. 윤서가 음란한 소설을 쓰는 것 자체도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야한 댓글들을 올리는 세태가 생각이 나기도 한다. 윤서의 음란함 또한 겉으로 내어 보이기 보다는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유를 남겨 주고 있다. 영화에서의 표현 방식도 극중에서의 윤서의 성격 그대로인 듯 하다. 윤서와 정빈의 멜러 코드도 사랑과 음란의 미묘한 상관관계를 표현해 주기 위한 중요한 스토리 라인으로 진행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뛰어나다. 한석규는 정말 오랜만에 제 역을 만난 듯 하다. 거의 무표정하고 심각한 모습을 하고 이렇게 사람들에 웃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는 복잡미묘한 심리를 가지고 있고 때로는 뻔뻔스럽기까지 한 윤서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한석규와 더불어 가장 멋진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바로 조내관 역의 김뢰하였다. 그의 마지막 대사는 정말 인상깊었다. 오달수의 감초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음란서생'은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을만한 영화는 아닌 듯 하다. 현재 보여지는 극과 극의 감상평들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실망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리 음란하지 않고 그리 웃기지 않기 때문일 듯 하다. 하지만 뭐 남들이야 뭐라고 하던 내가 좋으면 된거지 뭐...
  Comments,     Trackbacks
쏘우 2 : 1편 못지 않는 아이디어의 흥미로움

1편이 이어서 이번에도 관객들과 흥미로운 게임을 즐긴다. 참신한 소재와 허를 찌르는 결말로서 새로운 범죄공포영화 시리즈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답게 2편에서도 1편 못지 않은 충격과 반전을 보여 주고 있다. 1편이 하나의 공간에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면 이번엔 공간과 공간이 확장되면서 그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혼란과 공포감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마치 '큐브'에서 다른 큐브로 옮겨 가며 새로운 사건을 접하게 되듯이... 역시 인간은 성급함과 개인적인 욕심때문에 파멸하고 만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룰만 지키면 될 것을... 그래 지킬건 지켜야지...
  Comments,     Trackb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