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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을 다시 본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아마도 많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의 근원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녀의 교묘한 관계를 재미있게 이끌어나가는 재미가 언제 봐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여러번 영화와 또는 드라마화 되었었다. 아마도 가장 유명했던 것은 지금의 콜린 퍼스를 있게 한 BBC의 미니 시리즈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런 작품을 '노팅 힐'과 '러브 액츄얼리'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했으니 기본은 하겠지? 아니다. 기본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상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원작의 힘과 워킹 타이틀이 기획성이 더해져 오랜만에 보는 기분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탄생하였다. 키어라 나이틀리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다아씨의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200년도 지난 이야기가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면 사랑은 정말 인간의 영원한 테마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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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 색다른 정치 풍자 스릴러

난 매트릭스 시리즈를 그리 좋아한 편은 아니었다. 다음편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영화속 세계관을 분석하기 보단 그냥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구나 하면서 부담없이 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단순한 재미로만은 볼 수 없었다. 매트릭스 시리즈와 이 영화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난 주저없이 이 영화를 택할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아마도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을까 싶다. '매트릭스'의 액션을 기대하고 보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90% 이상은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이 영화는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진지한 정치 스릴러물에 가깝다. DC코믹스의 만화를 기본으로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가 각본을 쓴 이 영화에는 여러가지의 장르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스릴러, 미스테리, 액션, 멜로, 풍자... 딱히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가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정치적인 풍자이다. 절대 권력속의 대중들의 관계가 그려지며 주인공인 V는 이런 권력의 본질을 해체하고자 한다. 2040년이 배경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미래도 알게 모르게 계속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배경속에 영화는 9.11 테러 이후 새로운 시점으로 테러리즘의 근원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중반까지는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종반부의 사건들을 위한 이유있는 전개이며 마지막 장면은 이런 단점을 모두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트라팔가 광장을 가득 매운 가이 폭스의 가면들과 영국 국회의사당의 폭파 장면에서는 정말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꼈다.

한번도 제대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휴고 위빙은 목소리만으로도 V라는 캐릭터의 심리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나탈리 포트만도 삭발까지 마다 않고 V를 돕는 이비 역을 훌륭히 보여준다. 머리가 없어도 어찌나 이쁜지... ^^;; 존 허트가 연기한 히틀러를 연상시키고 이름까지 비슷한 아담 셔틀러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역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이 생각났다. 조만간 다시 한번 그 영화를 봐야 겠다. 참,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도 찾아 들어봐야지. 'Cry Me a River'도 ^^

DVD 출시할때 가이 폭스 가면을 사은품으로 주면 필히 구매할텐데... -_-;;

몬테 크리스토 백작, 셰익스피어 그리고 가이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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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 영화와는 관계없는 괜한 씁쓸함...

중학생 시절부터 팝음악을 들어오긴 했지만 사실 Johnny Cash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물론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컨트리 뮤직쪽에는 그다시 관심이 없었던지라 일부 컨트리가수 외에는 그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그래도 귀여운 리즈가 나오고 또 이번에 아카데미 상까지 탔으니 안 볼 수가 있나!

처음으로 리즈 위더스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일렉션'이란 영화였다. 물론 그 전에 '플레전트빌'도 있었고, 더 히트했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도 있었지만 '일렉션'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앙코르'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개인적으론 그녀의 최고의 연기는 '일렉션'에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그녀는 그 후 '금발이 너무해'로 일약 톱스타로 등극했고 요즘은 여배우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거기다 연기까지 인정받았으니 라이언 필립은 여자 보는 눈이 참 대단했었던 것 같다. 부러워라... -_-;;

영화는 꽤 만족스러웠다. 물론 쟈니 캐쉬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흥겨운 컨트리 음악과 그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잘 연결되어 드라마적인 면에서도 흥미롭게 보았다. 40번째 프로포즈에 성공했다니... 리즈는 물론이고 와킨 피닉스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괜히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2004년에 '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2005년 세상을 떠난 레이 찰스에 대한 영화였다. 난 '앙코르'를 보면서 '레이'가 교차되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미국의 흑백인종간의 보이지 않는 묘한 경쟁 심리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이클 잭슨과 브루스 스프링스틴, MC 해머와 바닐라 아이스, 그리고 레이와 앙코르까지... 물론 내가 너무 크게 확대해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걸 어떻해...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은 꼬리동...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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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크래셔 : 미국식 코미디의 전형

너무나도 전형적인 헐리우드 식의 코미디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자체였다.

재치있는 대사와 적당한 슬랩스틱에 로맨스를 첨가해 주는 센스. 오락영화로서 이만하면 되었지 뭘 더 바라겠는가. 하지만 거기까지. 개인적으론 코드가 그리 맞지 않았지만 그런데로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괜찮았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꽤 흥행이 되었다고 하니 확실히 미국식 코미디인 듯... '미트 페어런트'를 보고 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키가 거의 2m나 되는 거구 빈스 본의 또 다른 매력과 크리스토퍼 월킨의 무표정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빈스 본은 요즘 코미디 쪽으로 거의 굳힌 듯 해서 좀 아쉽긴 하다. '사이코'나 '더 셀'에서의 그의 모습이 그립다. 그런데 과연 그와 제니퍼 애니스톤과의 관계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둘만 알겠지... 내 관점으론 브래드 보다 빈스가 훨씬 나아 보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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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 Jack, I Swear...

외딴 산속에서 여름동안 양을 치던 두 남자. 그들은 환경때문이었건 그동안 묻어두었던 본능때문이었건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4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그들은 격정적인 키스와 함께 힘든 사랑을 시작한다.

히스 레져의 모습은 '기사 윌리엄'이나 '그림 형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니스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있으며 제이크 길렌할 또한 잭 트위스트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 주었다. 또한 알마 역의 미셀 윌리암스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다.

'결혼 피로연'에 이어 두번째로 동성애 소재의 영화를 만들면서 이안 감독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남성적인 이미지의 상징인 카우보이와 동성애의 접합이라... 물론 단편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게다가 영화의 스타일은 큰 감정의 기복없이 장엄한 대자연과 두 남자의 사랑을 조심스레 교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가 많이 연상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배경음악이 이런 느낌에 큰 몫을 한 듯 하다.

이안 감독은 이 영화를 퀴어영화가 아닌 사랑이야기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두 남자가 아니라 두 남자가 나누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현실에서 인정받기 힘들고 숨어서만 할 수 있었던 사랑이라 더욱 애틋하고 애절했을 것이다. 보수적인 일부 영화 평론가들마저도 이 영화에 대해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것을 보면 과연 이안 감독의 표현은 정확한 것이리라...

에니스는 만난지 1년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20년간을 사랑했지만 함께 살 수 없었던 잭에게 미안하고 또 자신들의 숨겨진 사랑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식에 못 갈 것 같다는 말에 실망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예전 잭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일을 그만 두더라도 결혼식에 가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잭이 보관하던 자신의 자켓과 브로크백 산의 엽서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에니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는 잭에게 마치 결혼 서약을 하듯 맹세했을 것이다... Jack... I S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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