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으로 전주 시내는 전주 국제 영화제 상영작들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이 좋아야 한다는데 꼬리동의 영화제 참여 시작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예매를 위해서 ID카드도 받고 창구로 향했습니다.
한 50M 정도 줄을 서 있더군요.
음... 걱정...
하지만 꿋꿋이 기다렸습니다.
제 차례까지 오기는 한 1시간 반정도가 걸리더군요.
자신있게 ID카드를 내 밀었죠.
근데 이게 왠 날벼락.
'이 카드로는 예매가 안 되는데여?!'
헉!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프레스 센터에서 무료 티켓을 마련해 주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답니다.

얘기가 나와서 전주 국제 영화제의 티켓 예매 시스템에 대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영화제의 티켓 예매는 전북대 문화관 외의 지정된 예매소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스의 수도 부족할 뿐더러 예매 처리도 늦어서 관람객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죠.
보통 평균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표를 예매할 수 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오늘은 토요일이라는 상황이 어느정도 작용을 했겠지만요.
좀 더 원활한 티켓 예매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암튼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꼬리동은 오늘 3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티켓 문제가 처리된 후 우선 '안나의 랑데뷰'를 보기 위해서 고사동 영화의 거리로 갔답니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많은 학생들과 일반인들로 붐비더군요.
게다가 영화제와 관련해서 여러가지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어서 영화제 분위기를 물씬 풍겼습니다.

'안나의 랑데뷰'는 프랑스의 샹탈 애커만 감독의 1978년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영화감독인 주인공 안나의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외롭고 방황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관객들은 그녀의 모습이 유태인들을 대변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태인들과 독일인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보여주는 상탈 애커만의 연출은 극도로 무료하고 지루하게 나타납니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없고 대사도 별로 없죠.
그런 지루함을 참을성 있게 끝까지 본다면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2번째로 본 영화는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의 1999년작인 '홀리 스모크'입니다.
페미니즘과 오리엔탈리즘이 결함된 독특한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인도를 여행하던 중 힌두교에 빠지게 된 루스를 부모는 걱정하여 PJ에게 치료를 맡기게 되면서 극이 전개됩니다.
이 영화에는 여러가지 대립관계가 많이 나타납니다.
여성과 남성, 서양과 동양, 이단과 종교...
하지만 결국은 육체적인 대립으로 결론짓게 되죠.
그러면서도 서로 타협하고 이해하며 보완해주게 됩니다.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의 조금은 육감적인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하비 케이틀이 여장을 한 것도 놀라웠답니다.
'여인의 초상'이 흥행이나 비평에서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해서 감독은 이 영화를 준비하는데 어느정도 부담이 되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까지 저에게는 제인 캠피온 하면 '스위티'나 '내 책상위의 천사'가 떠오를 것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영화는 오늘 상영작 중에서 아마도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무라카미 류 원작의 '오디션'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매우 깔끔하더군요.
7년전 아내와 사별한 야오야마는 아들의 권유로 재혼을 생각하게 되고 친구인 요시카와의 도움으로 이상형의 여자를 오디션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과연 이게 무라카미 류 소설이 맞나?'하고 의아해할 정도로 유쾌하고 코믹하기까지 하죠.
그런데 야오야마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이상하게 일이 꼬여갑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과거에 대한 얘기가 덧붙여지죠.
이제부터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엄청난 호러영화로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 버립니다.

이 영화는 상상과 현실의 반복되는 번복을 통해서 관람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죠.
그러면서 공포영화와 무라카미 류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지절단, 새디즘 등의 요소들이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특히 야마자키가 야오야마의 배와 눈에 침을 놓는 장면은 '리빙 데드 3'에서 사라가 자신의 몸을 자해하면서 쾌감을 느끼던 장면 이후 새디즘의 압권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화제가 될 작품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관객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러 곳에서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후후후~~~
호러영화를 좋아하는 꼬리동으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아마 곧 일반 상영관에서 개봉을 할 것 같더군요.
그때 꼭 보시길...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전 심야영화보러 갑니다.
오늘의 심야영화는 '로저코만의 밤'이예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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