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스페셜 - 사탄 탱고의 밤>

국내 상영작 중 아마도 가장 상영시간이 긴 영화로 얼마간은 기록이 깨지기 힘든 영화가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의 마지막 미드나잇 스페셜로 상영되었습니다.
헝가리 감독 벨라 타르의 7시간 18분짜리 대 서사시 '사탄 탱고'입니다.
영화 상영 전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정성일씨가 무대에 나와서 입이 마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저같은 일반인들이 좋아하기에는 너무 어렵더군요. -.-
이 영화는 헝가리 대평원 가운데 한 마을을 배경으로 이루어집니다.
마을을 떠나려는 마을 사람들의 갈등과 환상 등을 다루고 있죠.
흑백으로 된 이 영화는 감독이 전 세계적으로 비디오 상영을 금지시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극장에서밖에 볼 수 없는 작품인데 세상에 7시간 18분짜리 영화를 상영할 극장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서 아마도 극소수의 매니아들만이 이 영화를 보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비평가들의 평가는 대단해서 'Monsterpiece'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솔직히 꼬리동의 느낌은 지루했습니다.
마치 타르코프스키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듯한 카메라의 움직임(정말 왠만한 인내심 없이는 보기 힘들죠.) 게다가 등장 인물들의 극단적인 클로즈업, 심미적인 대사 등은 이 영화를 매우 관념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정성일씨의 말은 처음 30분을 버티면 그 다음은 문제 없다고 했는데 꼬리동은 워낙에 피곤한 상태에서 영화를 봐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도중 잠깐 졸기도 했었슴다. -.-
그래도 꿋꿋이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벌써 해는 중천에 뜬 8시더군요.
세상에...
아마도 꼬리동 생애 다시 이렇게 긴 영화를 볼 수 있을런지...

영화제 마지막 날인 4일에는 극장마다 2회의 상영만을 했습니다.
꼬리동은 밤을 새서 영화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11시에 다시 영화를 보았죠.
대단한 꼬리동...

<쾌락의 공범자들>

그래서 본 작품은 영화제 2일째 단편 애니메이션을 소개해 드렸던 얀 스반크마이어의 '쾌락의 공범자들'이라는 장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장면보다 실사 영화장면이 더 많더군요.
6명의 남녀의 기괴한 마스터베이션 준비 과정과 실행이 주된 내용입니다.
정말 황당한 방법이 많더군요.
그런 방법이... 후후후~~~
독신남, 서점 주인, 우체부, 중년부인, 형사와 아나운서 부부.
이렇게 6명은 모두 마스터베이션을 통해서 연결이 되어있죠.
한번의 마스터베이션이 끝난 그들은 서로 방법을 바꾸면서 다시 새로운 관계를 맺어지게 됩니다.
암튼 어떻게 본다면 현대인들의 숨겨진 욕구의 비 정상적인 표출이 아닌가도 생각되더군요.

<디지털 필름 워크숍>

이번 영화제 모토 중 하나인 디지털 영화를 위해서 영화제 측은 3달정도의 기간을 걸쳐서 자체적인 워크숍을 구성하여 디지털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그 중 6편을 영화제에서 선보였죠.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처음 디지털 영화작업을 하신 분들이라고 하더군요.
학생에서 부터 직장인들까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한 것 같았습니다.
3달을 준비해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들이더군요.
6작품 모두 각각의 특색을 물씬 풍기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작품들을 보고 있으니 꼬리동두 욕심이 생기더군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음...
영화제 내내 횡설수설하는 꼬리동... -.-

<페막식>

이제 7일간의 영화여행도 끝났습니다.
메인 상영관인 전북대 문화관에서 예정보다 조금 늦은 7시 15분부터 페막축하공연이, 35분부터 페막식이 문성근, 방은진의 사회로 시작되었습니다.
제 1회 전주 국제 영화제의 시상 부분은 크게 4개 부분으로 나뉩니다.
시네마 스케이프의 전주 시민상, 아시아 인디 포럼의 우석상, N- 비젼의 디지털 모험상, 단편영화부분의 온고을 단편영화상이죠.
그럼 수상작을 보겠습니다.

전주시민상 : 오디션 (미케이 다카시, 일본)
우석상 : M/other (스와 노부히로, 일본)
디지털 모험상 : 폭동 (존 아캄프라, 영국)
온고을 단편영화상 : 가위 (이기천, 한국)

그런데 수상자가 직접 수상한 것은 온고을 단편영화상의 이기천 감독 뿐이었습니다.
다른 감독들은 참석을 못했다고 하더군요.
음...
실망...

암튼 수상작을 발표하고 우석상 수상작인 M/Other를 페막작으로 상영하고 영화제는 막을 내렸습니다.

<페막작 - M/Other>

이 작품은 테츠로의 전처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8살난 아들 슌이 동거중인 테츠로와 아키와 함께 한달을 지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면 테츠로와 아키의 관계에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게 되죠.
인디영화 답게 저예산영화이면서도 현대의 삶을 잘 반영해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챠이밍량 감독의 스타일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났어요.
조금은 지루한 느낌도 있지만 사실적인 촬영과 대사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에 불이 켜지면 한 가정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우리들이 얼마나 여유없이 현대를 살아가는지 생각하게 되실꺼예요.

<영화제를 마치며>

꼬리동은 이번 영화제가 처음 참여하는 영화제였답니다.
그래서 기대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죠.
과연 좋은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을까? 진행은 잘 될까???

글을 쓰면서 몇번 언급을 하긴 했지만 제1회라는 이유때문인지 영화제 진행은 모자라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잦은 영사사고, 부족한 예매 창구, 노후한 상영관 시설 등등...
어떻게 보면 조금 신경을 썼더라면 보다 나은 진행이 이루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진행 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기분좋게 만들더군요.
매우 친절했거든요.
노력도 많이 하는 것 같았구요.
아마도 이번 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매우 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상영작들도 일반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제라구 작품성있는 영화만 하면 재미 없잖아요.
그래서인지 관객 점유율도 생각보다 높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일본영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제 수상작에서도 나타나지만 '오디션',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등의 일본영화들이 큰 인기를 얻었죠.
애니메이션 역시 관심을 많이 끌었었습니다.
디지털 영화에 대한 영화제 측의 배려도 느낄 수 있었구요.

암튼 처음 시작된 영화제였지만 매우 알찼던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앞으로 회를 거듭하게 되면 진행도 원활해지겠고, 프로그램 또한 더욱 더 좋아져서 좋은 영화 많이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영화제를 위해 수고하셨던 스탭분들과 자원봉사자분들께 격려의 박수 보냅니다.
짝짝짝~~~

그럼 꼬리동의 제 1회 전주 국제 영화제 방문기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