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4일째인 5월 1일.
꼬리동은 무리를 했습니다.
하루 4회를 상영하는데 2곳의 상영관을 오가며 3편의 영화 3편의 단편 영화와 8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았거든요.
게다가 미드나잇 스페셜 3편까지...
영화가 많으니까 빨리 간단히 시작하겠슴다.

우선 '샤워'를 보았습니다.
영화에 대해 쓰기 전에 영사 사고에 대해서 써야 할 것 같네요.
원래 11시에 상영하기로 되어있었던 이 작품은 11시 50분이 되어야 제대로 상영할 수 있었습니다.
필름통의 순서와 내용의 순서가 달라서 중간부터 상영이 되었었거든요.
그래서 필름 순서대로 상영하느라고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었답니다.
이런 영사 사고가 다른 극장에서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제 1회 영화제여서 그런지 진행상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 듯 합니다.

'샤워'는 중국 영화인데 아주 따뜻한 영화였어요.
영화에서 많이 다루지 않는 부성애와 형제애를 중심으로 우리들이 점점 잊어가고 있는 것들을 마치 옛 사진들을 보듯 그리워하게 만들죠.
게다가 배경이 목욕탕이라는 것도 우리들에게 향수를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목욕탕 하니까 우리나라 영화인 '억수탕'두 생각 나시죠?
예전에는 일요일마다 목욕탕 가서 동네 사람들두 만나구 바나나 우유 한잔 마시는 것이 한주마다 있는 행사였잖아요.
요즘은 샤워시설이 있는 집들이 많아서 목욕탕에 잘 안 가지만...
암튼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잘낫건 못난건 없이 모두 동등한 한 인간으로 돌아가는 평등의 공간, 목욕탕.
그 속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정을 나누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마치 우리들 삶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본연의 인간으로 돌아가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안타깝네요.

'샤워'의 상영시작이 많이 늦추어 져서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뛰어서 겨우 상영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본 것이 단편 11편.

우선 크리스티앙 부스타니의 3편의 단편영화 '과거에서 온 도시들 - 브루게, 시에나', 그리고 '항해' 이 3편은 마치 초현실주의의 그림이나 팝아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브루게, 시에나, 포르투칼의 일본 입항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독특하게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구미도 마눌리의 단편 애니메이션 4편은 재치와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작품입니다.
남성의 성기의 코믹하고 적나라한 표현 '포르노 천국', 성격의 우주적인 해석 '판타비블리컬', 남과 영의 역사에 대한 그럴듯한(?) 가설 'S.O.S' 그리고 유명 오페라들의 유머러스한 재해석 '못말리는 오페라'.
정말 황당하기까지 한 발상의 전환을 느낄 수 있었죠.

그리고 우리나라의 단편 애니메이션 4편을 보았습니다.
CF로도 유명한 김홍종 감독의 '할로윈 보이즈'는 '크리스마스의 악몽' 분위기 보다는 좀더 유쾌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조금은 기괴한 작품이었고, 역시 같은 감독의 '소나기'는 관객과의 대화 중 감독 자신이 직접 말한바와 같이 환경과 우리 학생들의 현실을 진지하게 보여줍니다.
'마스크' 는 사랑이라는 것이 단순이 남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환경과 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고, '아빠하고 나하고'는 유아 성폭력문제를 미디어와 결부하여 표현하면서도 가정문제도 함께 제시합니다.

일본 영화인 '아드레날린 드라이브'는 지금까지 꼬리동이 본 영화중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작품입니다.
일단 재미있거든요.
우연히 아쿠자의 돈을 가지게 된 두 남여와 그 돈을 되찾으려는 야쿠자들의 추격전이 빠른 스피드로 펼쳐집니다.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이 영화는 내용이나 스타일은 많이 틀리지만 재미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주유소 습격사건'을 연상케 하더군요.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에 많이 보아왔던 장면들이지만 그래도 기본에 충실해서인지 코미디 영화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여주인공 시즈코의 놀랄만한 극중 변신도 인상적입니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거짓말'이 있었다면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는 '로망스'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출연배우들의 실제 정사 장면으로 화제가 되었고 그 덕분에 이번 영화제에서 티켓 예매가 가장 먼저 매진이 된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영화는 폴이라는 현재 애인에게 집착하는 마리의 나레이션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마리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집착하면서도 성적인 욕구를 위해서 다른 남자들과 만납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다시 폴에게 돌아오죠.
한편 폴은 마리에게 관심을 갖지 않다가 마리의 외도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마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마리는 폴의 아이를 갖게 되지만 결국은 그를 죽이고 마는 광적인 사랑을 보여주죠.
정말 여자들의 심리는 이해하기 힘들더라구요.
여자들의 심리를 이해 못해서인지 영화두 잘 모르겠구요.
게다가 새디즘과 마조히즘은 정말 이해가 안되요...
하지만 그건 성향이니 제가 뭐라 할 처지는 못되죠.
암튼 성적인 노출이나 표현이 화제가 된 만큼 영화에서는 남녀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면 아이 출산 장면도 여과없이 보여집니다.
이 영화가 수입된다고 하던데 과연 어느정도까지 일반 상영때 보여질지 의문입니다.

정말 숨가쁘게 하루종일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또 볼 영화가 남았군요.
바로 두번째 미드나잇 스페셜인 '아시아의 위험한 밤'입니다.

첫 상영작은 너무나도 유명한 츠카모토 신야의 '철남'.
영화 상영 전에 이번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정성일씨가 그러더군요.
'아마도 전에 비디오로 이 영화를 보신분도 이곳에서 보시면 과연 내가 이 영화를 봤었나?'하고 느낄꺼라구요.
정말 그랬습니다.
비디오로 보았던 '철남'과는 차원이 틀리더군요.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음과 헤비한 사운드, 그리고 눈을 땔 수 없게 만드는 현란한 카메라 기술, 편집, 극단적인 클로즈 업은 과연 1988년 당시 새로운 형식의 영화이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죠.
이 영화는 츠카모토 신야 자신이 연출, 각본, 특수효과 등 1인 7역을 하며 만들어낸 아이디어러 승리한 저예산 영화입니다.
요즘들어서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영화게 일반인들에게 많이 선보이고 있죠.
얼마전 개봉했던 '쌍생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총알발레'.
아마 '철남'도 곧 개봉을 할 것 같더군요.

두번째 상영작은 올해 일본에서 개봉했다는 '어나더 헤븐'입니다.
철저하게 헐리우드식으로 만든 일본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세븐'이나 '신체 강탈자','다크 엔젤(Fallen)' 같은 영화들을 합쳐놓은 듯 한 스토리에 스피드있는 전개와 화면으로 젊은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기엔 충분한 영화였죠.
게다가 음악을 인기그룹 'Luna Sea'가 맡고 있으니 인기가 없을 수 없는 영화겠죠.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SF(?) 스릴러의 성격이 훨씬 강합니다.
거기에 어느정도의 사랑 얘기가 곁들여지죠.
하지만 살인의 연관성에 관한 깊이나 극이 주는 긴장감은 좀 모자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게다가 마지막 결말은 마치 액션 영화의 종말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거든요.
아마도 오락성이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죠.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은 소설 '링2'를 영화화한 '라센'을 만들었던 이다 조지 입니다.

'사국'는 우리나라의 TV프로였던 '전설의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공포적인 면보다는 한 소녀의 애틋한 사랑이 더욱 강조되고 있죠.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시코쿠(死國)는 지명인 동시에 죽은 자의 나라라는 의미로 고대 신앙에서 모티브를 얻어왔다고 합니다.
한 소녀의 죽음과 사랑 그리고 죽은 딸을 살려내려는 어머니의 시도가 분위기를 점점 괴기스럽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앞의 '어나더 헤븐'과는 정반대로 철저히 동양적인 표현을 위주로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마도 비슷난 소재의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공포의 묘지(Pat Semetery)'와 비교해 보시면 그 차이를 확실히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언가 일어날 듯한 그러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소름끼치게 고요한 분위기, 그리고 누군가가 옆에 있는 듯한 오싹한 느낌들, 산발을 한 여자 귀신, 그리고 죽은 여자의 애틋한 한과 사랑.
정말 우리나라 정서와 맞아 떨어지는 듯 하죠.


이렇게 '아시아의 위험한 밤'이 끝났습니다.
근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생기더라구요.
이건 '아시아의 위험한 밤'이 아니라 '일본의 위험한 밤'이잖아...
상영작이 모두 일본 영화였죠.
대만이나 필리핀, 아니면 우리나라 영화도 상영했었으면 좋았을껄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태국 영화였던 '303 연쇄살인사건'같은 영화는 참 재미있었는데...

휴~~
다 썼다.
꼬리동은 지금 너무 너무 피곤하답니다.
지금 비몽 사몽간에 이 글을 쓰고 있어요.
그래두 좋은 영화 많이 많이 봐서 너무 좋았어요.
빨리 가서 푹 자구 또 좋은 영화 보구 글 올리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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