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천영화제가 개막식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개막식이 진행된 부천시민회관은 개막식 시작 2,3시간 전부터 조금씩 분위기가 활발해 지더군요.
외국 영화제에서 많이 본 빨간 카펫트도 보였습니다.
검은 양복을 빼 입은 경호원분들도 보였구요.
개막식 시간이 가까워지자 여러 유명인사들이 도착했습니다. 많이 아실만한 분들을 몇 명 꼽아보자면, 영화배우 문성근, 박중훈, 강수연, 배두나(그녀는 이번 영화제 홍보걸이기도 하죠.), 서정, 허윤정, 영화감독 신상옥, 이장호, 음악인 남궁연 등...
예상보다는 그리 혼잡하지 않게 개막식장 입장이 진행되었습니다.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도 만만치 않았죠.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외국인사들은 그리 많이 보이질 않았다는 겁니다.
영화제가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 앞으로를 기대해봐야 겠네요.

오후 7시.
홍은철 아나운서와 영화배우 이은주의 사회로 개막식은 시작되었습니다.
1회부터 3회까지의 상영작들로 이루어진 영상들의 무대를 가득 메웠고 마침내 영화제 개막이 선언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박지원 문화부 장관 등의 여러 유명인사의 축사도 이어졌습니다.
축사가 끝난 후 피아노와 색소폰이 어루러진 퓨전공연이 관객들의 흥을 돋구기도 했죠.
이번 영화제 홍보걸인 영화배우 배두나도 무대에 나와서 앞으로의 영화제 기간동안의 홍보활동을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정초신, 송유진씨는 상영작들의 전체적인 성격과 특성을 간략하게 소개했죠.
화면에는 상영작들의 여러장면들이 보여졌는데 기대되는 영화들이 꽤 있더라구요.
특히 꼬리동은 심야영화에서 선보일 '링0'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장이신 신상옥감독도 무대에서 영화제의 성공과 심사기준에 대한 설명을 하셨죠.
그리고 사물놀이와 관현악단이 어우러진 공연으로 개막식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개막식 중에 있었던 2가지의 공연이 모두 퓨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좀 특이했습니다.
피아노와 색소폰, 사물놀이와 관현악단...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묘한 어울림을 관객들에게 선사했죠.
아마도 이번 영화제 주제인 '자유, 저항, 반항'도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느낌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네요.

개막식이 끝나고 개막작인 '아메리칸 사이코'의 상영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영화제 진행상의 미숙함이 좀 보이더군요.
개막공연 후 방송이나 간단한 멘트를 통해서 몇분정도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언제 개막작의 상영이 있을 것이라는 공지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방송이 없더군요.
그래서 언제까지 상영장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지 어리둥절했습니다.
아무튼 어느정도의 어수선함은 있었지만 무리없이 개막작 상영이 시작되어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개막작인 '아메리칸 사이코'는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못했지만 1996년 '나는 앤디 워홀를 쏘았다'로 선댄스의 화제를 몰고 왔던 매리 해런의 작품입니다.
하버드를 나오고 아버지 회사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하는 일이라곤 사무실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친구나 동료들과 마약과 술을 즐기는 것 뿐인 베이트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겉은 깔끔하고 멋진 엘리트죠.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선탠기로 살을 태우고 최고급 양복과 화장품으로 외모를 가꾸죠.
하지만 그의 본능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살인, 폭력, 섹스에 대한 그의 욕망은 조금씩 그 한계를 넘어 위험하게 변하죠.
친구인 폴 앨런을 살해하게 되면서 그의 본능은 표면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살인행각은 점점 대담하고 잔인해지죠.
마침내 그 자신도 그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그의 변호사에게 사실을 말하게 되지만 믿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가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죠.
영화는 마지막 반전으로 끝을 맸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주연인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일 것입니다.
여러 가지 성격을 보여주는 주인공 베이트먼의 묘사를 매우 사실적으로 해 주고 있죠.
때로는 결벽증 넘치는 왕자병자로 때로는 히스테릭컬한 정신병자로 베이트먼의 성격을 만들어주고 있죠.
또 영화 전반에 흐르는 80년대 후반의 유행음악들을 듣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New Order의 'True Faith'를 시작으로 Huew Lewis And The New의 'Hip To Be Square', Genesis의 'In Too Deep', Phil Collins의 'Sussudio'... 등등.
정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꼬리동이 음악을 제일 많이 듣던 시기의 노래들이라서 그런지 잠깐 옛날 추억에 잠기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옛기억을 되살리게 할 만한 것은 아니었죠.
아무튼 '아메리칸 사이코'는 이번 영화제의 '자유, 저항, 반란'의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고 그런 이유로 개막작으로의 선정은 이유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꼬리동은 내일 3편의 영화를 예매했습니다.
'위치크래프트', '아티스트', '록큰롤 프랑켄슈타인'.
'록큰롤 프랑켄슈타인'은 상영 후 시네록 나이트라는 이벤트도 함께 준비되어 있습니다.
내일은 어쩌면 광란의 밤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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