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동은 말로만 듣던 로저 코만의 '흡혈식물 대소동'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답니다.
이번 영화제의 '로저 코만의 밤'덕분이죠.
29일 밤 12시 전북대 문화관의 무대에는 B급 영화의 대부라고 불리는 로저 코만 감독이 직접 자리하여 관객들에게 상영작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전주 영화제 일정 중 첫 미드나잇 스페셜이 시작되었죠.

처음 상영된 영화는 '환각 특급'.
사이키델릭한 히피 문화의 중심시대였던 1967년에 만들어진 영화답게 그 시대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이혼을 앞두고 있는 폴이 친구의 초대로 간 파티장에서 LSD를 하면서 화면은 현란한 문양과 환상으로 채워지죠.
마치 로저 코만 판 '트레인스포팅'같더군요.
'트레인스포팅'을 대니 보일 판 '환각특급'이라고 해야 하나?
이 영화에서는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후 '이지 라이더'에서 다시 만나죠.
참, 이 영화의 각본은 잭 니콜슨이 썼답니다.

'기관총 엄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영화입니다.
어렸을 적 가족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던 케이트 바커와 그녀의 4명의 아들의 강도, 유괴행각을 그리고 있죠.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들들 중 하나로 나온 젊은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가 만들어진 1970년의 상황과 비교해 본다면 실화를 바탕으로 베트남 전에 대한 은근한 비판과 풍자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흡혈식물 대소동'은 프랭크 오즈 감독이 1986년에 뮤지컬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었고 브로드웨이에서 상영도 되었죠.
한 꽃집 점원이 피를 빨아먹는 식물을 키우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되죠.
로저 코만 감독은 이 영화를 2일만에 촬영을 끝냈다고 하더군요.
그는 거의 모든 영화 속에 그 시대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점이 B급 영화들의 특성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요.
이 영화(1960년작)는 케네디 시대에 대한 풍자를 보여주죠.
영화 중간 중간의 화면에서도 볼 수 있구요.
아주 유쾌한 공포영화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단 한장면에 나오면서도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잭 니콜슨의 연기였습니다.
그는 치과에서 치료를 받기를 원하며 아픔속에서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스트 역을 너무나도 익살스럽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심야영화를 본 후 꼬리동은 숙소로 돌아와 깊은 단잠을 잤죠.
물론 밤을 샜으니 당연한 거겠죠...

한숨 잔 후 이번엔 애니메이션을 골랐습니다.
퀘이 형제와 얀 슈만크마이에르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았죠.
퀘이 형제의 작품은 좀 어렵더군요.
내러티브 보다는 이미지가 강한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위기도 기괴하고 음침하고 우울했습니다.
반면 안 슈만크마이에르의 작품은 풍자와 위트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상대편 선수를 죽임으로서 점수를 얻는 '살인 축구', 소련의 변화에 대한 풍자 '보헤미안의 스탈린', 그리고 현대인의 권력과 욕망의 초상 '죽음의 식탁'.
3편 모두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실랄한 비판과 풍자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죽음의 식탁'은 매우 인상적이더군요.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아침에서는 패스트푸드로 점찰되는 현대인의 식성, 점심에서는 바쁜 웨이터들의 시중을 받지 못하여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히스테릭한 현대인, 그리고 저녁에서는 온간 허세를 부리며 자신들의 몸의 일부까지도 요리해 먹는 현대인들의 사치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얀 슈만크마이에르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단편 말고도 '쾌락의 공범자들'이라는 장편도 이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됩니다.
단편에 이어 장편도 보고 싶다는 기대를 하게 되더군요.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는 디지탈 영화를 선보입니다.
영화제 측에서 제작 지원했다는 3편의 디지탈 영화가 공개되었죠.
박광수 감독의 '빤스벗고 덤벼라', 김윤태 감독의 '달세뇨 - 밤의 이름', 장 위엔 감독의 '진 싱 화일' 입니다.
영화에 대한 느낌 보다는 디지탈 영화를 본 느낌에 대해서 몇자 적을까 합니다.

일단은 기대했던 것 보다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번에 상영된 영화에 사용된 디지탈 6mm 카메라는 디지탈 영화 장비 중 최하급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화면의 느낌은 TV화면을 크게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화질은 TV화면보다는 좋겠죠.
하지만 초당 프레임 수는 일반 영화에 비해 좀 적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는 차이가 안난다고 하던데...
해상도도 좀 떨어지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디지 베타 카메라를 쓰면 고화질 TV 수준의 깨끗한 화면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카메라를 쓴 작품도 상영이 됩니다.
하지만 전 아직 보질 못해서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군요.

암튼 여러가지 시도와 보완을 거친다면 디지탈 영화는 앞으로 영화 기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것은 틀림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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