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7/14 (2)
PIFAN2000 - 마녀에 대한 집착
이제 오늘부터 부천영화제는 본격적인 영화상영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꼬리동이 처음으로 선택한 영화는 '위치 크래프트'였습니다.
이번 영화제의 공식경쟁부분에 올라있는 영화죠.
제목인 '위치크래프트(마녀)'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신학교의 수석으로 졸업을 하게 된 리버랜드는 사제가 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죽은 전 사제의 미망인과 결혼을 해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미망인은 그에겐 너무나 나이가 많은 상대죠.
리버랜드는 사제직을 맞게 되면서 자신의 침대 아래 악마의 주문으로 여겨지는 물건을 가져다 놓은 한 젊은이를 화형에 처하려 하고 그의 여동생인 투리더는 그를 구하기 위해 사제에게 애원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제는 투리너에게 욕정을 느끼게 되죠. 과연 악마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일랜드 영화인데 중세적인 분위기는 그럴 듯 했지만 일단 영화의 진행이 좀 느려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도 해 주었습니다.
극적인 반전같은 것도 거의 없고 그저 물 흐르듯 진행이 되었습니다.
소재나 스토리로만 본다면 훨씬 음울하고 긴장감 넘치며 미스테리컬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위치 크래프트'를 본 후 우리나라의 설춘환 감독의 '아티스트(집착)'을 보았습니다.
한 남자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담은 조금은 진부하지만 표현방식은 그리 흔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기 힘든, 그리고 성공하기도 힘든 저예산 영화의 시도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의 시체를 보관하고 또 그의 모습을 유지하고 결국에는 그와 함께 영원한 사랑을 이루는 한 여인의 모습이 어둡지만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위치크래프트'처럼 보다 하드고어적이고 호러적이며 미스테리적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오히려 여주인공인 사미경의 심리적인 상태 진행에 따라서 무미건조하고 느리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설춘환 감독도 그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더군요.

관객들에게 가장 의문을 가지게 한 점은 바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어떤 장면인지 쓰면 나중에 영화를 보게 될 때 허무하실 수도 있으니까 쓰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장면이었죠.
아무튼 이 마지막 장면은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의 완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아티스트(집착)'은 원래 한달 쯤 후에 극장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늘 상영 필름은 영화제를 위해서 조금은 급하게 편집이 된 것이라서 완성작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조금 더 편집을 하고 음향이나 색 보정 작업이 있은 후 극장개봉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나중에 개봉하면 우리나라의 저예산 영화의 모습을 보실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이제 조금 후면 '록큰록 프랑켄슈타인' 상영과 시네락나이트 행사가 열립니다.
오늘 출연 밴드는 레이니 선,크라잉너트&쟈이로얄,시나위입니다.
그럼 꼬리동은 광란의 밤을 즐기기 위해 이만 여기서 줄입니다.
잠시 후 다시 찾아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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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2000 - 자유, 저항, 반항의 9일간의 축제
이제 부천영화제가 개막식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개막식이 진행된 부천시민회관은 개막식 시작 2,3시간 전부터 조금씩 분위기가 활발해 지더군요.
외국 영화제에서 많이 본 빨간 카펫트도 보였습니다.
검은 양복을 빼 입은 경호원분들도 보였구요.
개막식 시간이 가까워지자 여러 유명인사들이 도착했습니다. 많이 아실만한 분들을 몇 명 꼽아보자면, 영화배우 문성근, 박중훈, 강수연, 배두나(그녀는 이번 영화제 홍보걸이기도 하죠.), 서정, 허윤정, 영화감독 신상옥, 이장호, 음악인 남궁연 등...
예상보다는 그리 혼잡하지 않게 개막식장 입장이 진행되었습니다.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도 만만치 않았죠.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외국인사들은 그리 많이 보이질 않았다는 겁니다.
영화제가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 앞으로를 기대해봐야 겠네요.

오후 7시.
홍은철 아나운서와 영화배우 이은주의 사회로 개막식은 시작되었습니다.
1회부터 3회까지의 상영작들로 이루어진 영상들의 무대를 가득 메웠고 마침내 영화제 개막이 선언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박지원 문화부 장관 등의 여러 유명인사의 축사도 이어졌습니다.
축사가 끝난 후 피아노와 색소폰이 어루러진 퓨전공연이 관객들의 흥을 돋구기도 했죠.
이번 영화제 홍보걸인 영화배우 배두나도 무대에 나와서 앞으로의 영화제 기간동안의 홍보활동을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정초신, 송유진씨는 상영작들의 전체적인 성격과 특성을 간략하게 소개했죠.
화면에는 상영작들의 여러장면들이 보여졌는데 기대되는 영화들이 꽤 있더라구요.
특히 꼬리동은 심야영화에서 선보일 '링0'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장이신 신상옥감독도 무대에서 영화제의 성공과 심사기준에 대한 설명을 하셨죠.
그리고 사물놀이와 관현악단이 어우러진 공연으로 개막식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개막식 중에 있었던 2가지의 공연이 모두 퓨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좀 특이했습니다.
피아노와 색소폰, 사물놀이와 관현악단...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묘한 어울림을 관객들에게 선사했죠.
아마도 이번 영화제 주제인 '자유, 저항, 반항'도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느낌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네요.

개막식이 끝나고 개막작인 '아메리칸 사이코'의 상영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영화제 진행상의 미숙함이 좀 보이더군요.
개막공연 후 방송이나 간단한 멘트를 통해서 몇분정도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언제 개막작의 상영이 있을 것이라는 공지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방송이 없더군요.
그래서 언제까지 상영장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지 어리둥절했습니다.
아무튼 어느정도의 어수선함은 있었지만 무리없이 개막작 상영이 시작되어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개막작인 '아메리칸 사이코'는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못했지만 1996년 '나는 앤디 워홀를 쏘았다'로 선댄스의 화제를 몰고 왔던 매리 해런의 작품입니다.
하버드를 나오고 아버지 회사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하는 일이라곤 사무실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친구나 동료들과 마약과 술을 즐기는 것 뿐인 베이트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겉은 깔끔하고 멋진 엘리트죠.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선탠기로 살을 태우고 최고급 양복과 화장품으로 외모를 가꾸죠.
하지만 그의 본능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살인, 폭력, 섹스에 대한 그의 욕망은 조금씩 그 한계를 넘어 위험하게 변하죠.
친구인 폴 앨런을 살해하게 되면서 그의 본능은 표면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살인행각은 점점 대담하고 잔인해지죠.
마침내 그 자신도 그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그의 변호사에게 사실을 말하게 되지만 믿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가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죠.
영화는 마지막 반전으로 끝을 맸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주연인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일 것입니다.
여러 가지 성격을 보여주는 주인공 베이트먼의 묘사를 매우 사실적으로 해 주고 있죠.
때로는 결벽증 넘치는 왕자병자로 때로는 히스테릭컬한 정신병자로 베이트먼의 성격을 만들어주고 있죠.
또 영화 전반에 흐르는 80년대 후반의 유행음악들을 듣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New Order의 'True Faith'를 시작으로 Huew Lewis And The New의 'Hip To Be Square', Genesis의 'In Too Deep', Phil Collins의 'Sussudio'... 등등.
정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꼬리동이 음악을 제일 많이 듣던 시기의 노래들이라서 그런지 잠깐 옛날 추억에 잠기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옛기억을 되살리게 할 만한 것은 아니었죠.
아무튼 '아메리칸 사이코'는 이번 영화제의 '자유, 저항, 반란'의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고 그런 이유로 개막작으로의 선정은 이유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꼬리동은 내일 3편의 영화를 예매했습니다.
'위치크래프트', '아티스트', '록큰롤 프랑켄슈타인'.
'록큰롤 프랑켄슈타인'은 상영 후 시네록 나이트라는 이벤트도 함께 준비되어 있습니다.
내일은 어쩌면 광란의 밤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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