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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국제 영화제 4일째 - 로망스, 그리고 아시아의 위험한 밤
영화제 4일째인 5월 1일.
꼬리동은 무리를 했습니다.
하루 4회를 상영하는데 2곳의 상영관을 오가며 3편의 영화 3편의 단편 영화와 8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았거든요.
게다가 미드나잇 스페셜 3편까지...
영화가 많으니까 빨리 간단히 시작하겠슴다.

우선 '샤워'를 보았습니다.
영화에 대해 쓰기 전에 영사 사고에 대해서 써야 할 것 같네요.
원래 11시에 상영하기로 되어있었던 이 작품은 11시 50분이 되어야 제대로 상영할 수 있었습니다.
필름통의 순서와 내용의 순서가 달라서 중간부터 상영이 되었었거든요.
그래서 필름 순서대로 상영하느라고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었답니다.
이런 영사 사고가 다른 극장에서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제 1회 영화제여서 그런지 진행상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 듯 합니다.

'샤워'는 중국 영화인데 아주 따뜻한 영화였어요.
영화에서 많이 다루지 않는 부성애와 형제애를 중심으로 우리들이 점점 잊어가고 있는 것들을 마치 옛 사진들을 보듯 그리워하게 만들죠.
게다가 배경이 목욕탕이라는 것도 우리들에게 향수를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목욕탕 하니까 우리나라 영화인 '억수탕'두 생각 나시죠?
예전에는 일요일마다 목욕탕 가서 동네 사람들두 만나구 바나나 우유 한잔 마시는 것이 한주마다 있는 행사였잖아요.
요즘은 샤워시설이 있는 집들이 많아서 목욕탕에 잘 안 가지만...
암튼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잘낫건 못난건 없이 모두 동등한 한 인간으로 돌아가는 평등의 공간, 목욕탕.
그 속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정을 나누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마치 우리들 삶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본연의 인간으로 돌아가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안타깝네요.

'샤워'의 상영시작이 많이 늦추어 져서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뛰어서 겨우 상영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본 것이 단편 11편.

우선 크리스티앙 부스타니의 3편의 단편영화 '과거에서 온 도시들 - 브루게, 시에나', 그리고 '항해' 이 3편은 마치 초현실주의의 그림이나 팝아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브루게, 시에나, 포르투칼의 일본 입항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독특하게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구미도 마눌리의 단편 애니메이션 4편은 재치와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작품입니다.
남성의 성기의 코믹하고 적나라한 표현 '포르노 천국', 성격의 우주적인 해석 '판타비블리컬', 남과 영의 역사에 대한 그럴듯한(?) 가설 'S.O.S' 그리고 유명 오페라들의 유머러스한 재해석 '못말리는 오페라'.
정말 황당하기까지 한 발상의 전환을 느낄 수 있었죠.

그리고 우리나라의 단편 애니메이션 4편을 보았습니다.
CF로도 유명한 김홍종 감독의 '할로윈 보이즈'는 '크리스마스의 악몽' 분위기 보다는 좀더 유쾌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조금은 기괴한 작품이었고, 역시 같은 감독의 '소나기'는 관객과의 대화 중 감독 자신이 직접 말한바와 같이 환경과 우리 학생들의 현실을 진지하게 보여줍니다.
'마스크' 는 사랑이라는 것이 단순이 남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환경과 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고, '아빠하고 나하고'는 유아 성폭력문제를 미디어와 결부하여 표현하면서도 가정문제도 함께 제시합니다.

일본 영화인 '아드레날린 드라이브'는 지금까지 꼬리동이 본 영화중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작품입니다.
일단 재미있거든요.
우연히 아쿠자의 돈을 가지게 된 두 남여와 그 돈을 되찾으려는 야쿠자들의 추격전이 빠른 스피드로 펼쳐집니다.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이 영화는 내용이나 스타일은 많이 틀리지만 재미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주유소 습격사건'을 연상케 하더군요.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에 많이 보아왔던 장면들이지만 그래도 기본에 충실해서인지 코미디 영화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여주인공 시즈코의 놀랄만한 극중 변신도 인상적입니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거짓말'이 있었다면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는 '로망스'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출연배우들의 실제 정사 장면으로 화제가 되었고 그 덕분에 이번 영화제에서 티켓 예매가 가장 먼저 매진이 된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영화는 폴이라는 현재 애인에게 집착하는 마리의 나레이션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마리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집착하면서도 성적인 욕구를 위해서 다른 남자들과 만납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다시 폴에게 돌아오죠.
한편 폴은 마리에게 관심을 갖지 않다가 마리의 외도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마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마리는 폴의 아이를 갖게 되지만 결국은 그를 죽이고 마는 광적인 사랑을 보여주죠.
정말 여자들의 심리는 이해하기 힘들더라구요.
여자들의 심리를 이해 못해서인지 영화두 잘 모르겠구요.
게다가 새디즘과 마조히즘은 정말 이해가 안되요...
하지만 그건 성향이니 제가 뭐라 할 처지는 못되죠.
암튼 성적인 노출이나 표현이 화제가 된 만큼 영화에서는 남녀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면 아이 출산 장면도 여과없이 보여집니다.
이 영화가 수입된다고 하던데 과연 어느정도까지 일반 상영때 보여질지 의문입니다.

정말 숨가쁘게 하루종일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또 볼 영화가 남았군요.
바로 두번째 미드나잇 스페셜인 '아시아의 위험한 밤'입니다.

첫 상영작은 너무나도 유명한 츠카모토 신야의 '철남'.
영화 상영 전에 이번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정성일씨가 그러더군요.
'아마도 전에 비디오로 이 영화를 보신분도 이곳에서 보시면 과연 내가 이 영화를 봤었나?'하고 느낄꺼라구요.
정말 그랬습니다.
비디오로 보았던 '철남'과는 차원이 틀리더군요.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음과 헤비한 사운드, 그리고 눈을 땔 수 없게 만드는 현란한 카메라 기술, 편집, 극단적인 클로즈 업은 과연 1988년 당시 새로운 형식의 영화이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죠.
이 영화는 츠카모토 신야 자신이 연출, 각본, 특수효과 등 1인 7역을 하며 만들어낸 아이디어러 승리한 저예산 영화입니다.
요즘들어서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영화게 일반인들에게 많이 선보이고 있죠.
얼마전 개봉했던 '쌍생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총알발레'.
아마 '철남'도 곧 개봉을 할 것 같더군요.

두번째 상영작은 올해 일본에서 개봉했다는 '어나더 헤븐'입니다.
철저하게 헐리우드식으로 만든 일본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세븐'이나 '신체 강탈자','다크 엔젤(Fallen)' 같은 영화들을 합쳐놓은 듯 한 스토리에 스피드있는 전개와 화면으로 젊은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기엔 충분한 영화였죠.
게다가 음악을 인기그룹 'Luna Sea'가 맡고 있으니 인기가 없을 수 없는 영화겠죠.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SF(?) 스릴러의 성격이 훨씬 강합니다.
거기에 어느정도의 사랑 얘기가 곁들여지죠.
하지만 살인의 연관성에 관한 깊이나 극이 주는 긴장감은 좀 모자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게다가 마지막 결말은 마치 액션 영화의 종말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거든요.
아마도 오락성이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죠.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은 소설 '링2'를 영화화한 '라센'을 만들었던 이다 조지 입니다.

'사국'는 우리나라의 TV프로였던 '전설의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공포적인 면보다는 한 소녀의 애틋한 사랑이 더욱 강조되고 있죠.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시코쿠(死國)는 지명인 동시에 죽은 자의 나라라는 의미로 고대 신앙에서 모티브를 얻어왔다고 합니다.
한 소녀의 죽음과 사랑 그리고 죽은 딸을 살려내려는 어머니의 시도가 분위기를 점점 괴기스럽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앞의 '어나더 헤븐'과는 정반대로 철저히 동양적인 표현을 위주로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마도 비슷난 소재의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공포의 묘지(Pat Semetery)'와 비교해 보시면 그 차이를 확실히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언가 일어날 듯한 그러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소름끼치게 고요한 분위기, 그리고 누군가가 옆에 있는 듯한 오싹한 느낌들, 산발을 한 여자 귀신, 그리고 죽은 여자의 애틋한 한과 사랑.
정말 우리나라 정서와 맞아 떨어지는 듯 하죠.


이렇게 '아시아의 위험한 밤'이 끝났습니다.
근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생기더라구요.
이건 '아시아의 위험한 밤'이 아니라 '일본의 위험한 밤'이잖아...
상영작이 모두 일본 영화였죠.
대만이나 필리핀, 아니면 우리나라 영화도 상영했었으면 좋았을껄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태국 영화였던 '303 연쇄살인사건'같은 영화는 참 재미있었는데...

휴~~
다 썼다.
꼬리동은 지금 너무 너무 피곤하답니다.
지금 비몽 사몽간에 이 글을 쓰고 있어요.
그래두 좋은 영화 많이 많이 봐서 너무 좋았어요.
빨리 가서 푹 자구 또 좋은 영화 보구 글 올리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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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코만의 밤 그리고 셋째날
꼬리동은 말로만 듣던 로저 코만의 '흡혈식물 대소동'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답니다.
이번 영화제의 '로저 코만의 밤'덕분이죠.
29일 밤 12시 전북대 문화관의 무대에는 B급 영화의 대부라고 불리는 로저 코만 감독이 직접 자리하여 관객들에게 상영작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전주 영화제 일정 중 첫 미드나잇 스페셜이 시작되었죠.

처음 상영된 영화는 '환각 특급'.
사이키델릭한 히피 문화의 중심시대였던 1967년에 만들어진 영화답게 그 시대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이혼을 앞두고 있는 폴이 친구의 초대로 간 파티장에서 LSD를 하면서 화면은 현란한 문양과 환상으로 채워지죠.
마치 로저 코만 판 '트레인스포팅'같더군요.
'트레인스포팅'을 대니 보일 판 '환각특급'이라고 해야 하나?
이 영화에서는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후 '이지 라이더'에서 다시 만나죠.
참, 이 영화의 각본은 잭 니콜슨이 썼답니다.

'기관총 엄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영화입니다.
어렸을 적 가족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던 케이트 바커와 그녀의 4명의 아들의 강도, 유괴행각을 그리고 있죠.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들들 중 하나로 나온 젊은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가 만들어진 1970년의 상황과 비교해 본다면 실화를 바탕으로 베트남 전에 대한 은근한 비판과 풍자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흡혈식물 대소동'은 프랭크 오즈 감독이 1986년에 뮤지컬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었고 브로드웨이에서 상영도 되었죠.
한 꽃집 점원이 피를 빨아먹는 식물을 키우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되죠.
로저 코만 감독은 이 영화를 2일만에 촬영을 끝냈다고 하더군요.
그는 거의 모든 영화 속에 그 시대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점이 B급 영화들의 특성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요.
이 영화(1960년작)는 케네디 시대에 대한 풍자를 보여주죠.
영화 중간 중간의 화면에서도 볼 수 있구요.
아주 유쾌한 공포영화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단 한장면에 나오면서도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잭 니콜슨의 연기였습니다.
그는 치과에서 치료를 받기를 원하며 아픔속에서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스트 역을 너무나도 익살스럽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심야영화를 본 후 꼬리동은 숙소로 돌아와 깊은 단잠을 잤죠.
물론 밤을 샜으니 당연한 거겠죠...

한숨 잔 후 이번엔 애니메이션을 골랐습니다.
퀘이 형제와 얀 슈만크마이에르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았죠.
퀘이 형제의 작품은 좀 어렵더군요.
내러티브 보다는 이미지가 강한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위기도 기괴하고 음침하고 우울했습니다.
반면 안 슈만크마이에르의 작품은 풍자와 위트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상대편 선수를 죽임으로서 점수를 얻는 '살인 축구', 소련의 변화에 대한 풍자 '보헤미안의 스탈린', 그리고 현대인의 권력과 욕망의 초상 '죽음의 식탁'.
3편 모두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실랄한 비판과 풍자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죽음의 식탁'은 매우 인상적이더군요.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아침에서는 패스트푸드로 점찰되는 현대인의 식성, 점심에서는 바쁜 웨이터들의 시중을 받지 못하여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히스테릭한 현대인, 그리고 저녁에서는 온간 허세를 부리며 자신들의 몸의 일부까지도 요리해 먹는 현대인들의 사치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얀 슈만크마이에르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단편 말고도 '쾌락의 공범자들'이라는 장편도 이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됩니다.
단편에 이어 장편도 보고 싶다는 기대를 하게 되더군요.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는 디지탈 영화를 선보입니다.
영화제 측에서 제작 지원했다는 3편의 디지탈 영화가 공개되었죠.
박광수 감독의 '빤스벗고 덤벼라', 김윤태 감독의 '달세뇨 - 밤의 이름', 장 위엔 감독의 '진 싱 화일' 입니다.
영화에 대한 느낌 보다는 디지탈 영화를 본 느낌에 대해서 몇자 적을까 합니다.

일단은 기대했던 것 보다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번에 상영된 영화에 사용된 디지탈 6mm 카메라는 디지탈 영화 장비 중 최하급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화면의 느낌은 TV화면을 크게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화질은 TV화면보다는 좋겠죠.
하지만 초당 프레임 수는 일반 영화에 비해 좀 적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는 차이가 안난다고 하던데...
해상도도 좀 떨어지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디지 베타 카메라를 쓰면 고화질 TV 수준의 깨끗한 화면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카메라를 쓴 작품도 상영이 됩니다.
하지만 전 아직 보질 못해서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군요.

암튼 여러가지 시도와 보완을 거친다면 디지탈 영화는 앞으로 영화 기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것은 틀림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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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국제 영화제 2일째 - 오디션
이제 본격적으로 전주 시내는 전주 국제 영화제 상영작들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이 좋아야 한다는데 꼬리동의 영화제 참여 시작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예매를 위해서 ID카드도 받고 창구로 향했습니다.
한 50M 정도 줄을 서 있더군요.
음... 걱정...
하지만 꿋꿋이 기다렸습니다.
제 차례까지 오기는 한 1시간 반정도가 걸리더군요.
자신있게 ID카드를 내 밀었죠.
근데 이게 왠 날벼락.
'이 카드로는 예매가 안 되는데여?!'
헉!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프레스 센터에서 무료 티켓을 마련해 주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답니다.

얘기가 나와서 전주 국제 영화제의 티켓 예매 시스템에 대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영화제의 티켓 예매는 전북대 문화관 외의 지정된 예매소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스의 수도 부족할 뿐더러 예매 처리도 늦어서 관람객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죠.
보통 평균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표를 예매할 수 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오늘은 토요일이라는 상황이 어느정도 작용을 했겠지만요.
좀 더 원활한 티켓 예매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암튼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꼬리동은 오늘 3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티켓 문제가 처리된 후 우선 '안나의 랑데뷰'를 보기 위해서 고사동 영화의 거리로 갔답니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많은 학생들과 일반인들로 붐비더군요.
게다가 영화제와 관련해서 여러가지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어서 영화제 분위기를 물씬 풍겼습니다.

'안나의 랑데뷰'는 프랑스의 샹탈 애커만 감독의 1978년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영화감독인 주인공 안나의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외롭고 방황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관객들은 그녀의 모습이 유태인들을 대변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태인들과 독일인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보여주는 상탈 애커만의 연출은 극도로 무료하고 지루하게 나타납니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없고 대사도 별로 없죠.
그런 지루함을 참을성 있게 끝까지 본다면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2번째로 본 영화는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의 1999년작인 '홀리 스모크'입니다.
페미니즘과 오리엔탈리즘이 결함된 독특한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인도를 여행하던 중 힌두교에 빠지게 된 루스를 부모는 걱정하여 PJ에게 치료를 맡기게 되면서 극이 전개됩니다.
이 영화에는 여러가지 대립관계가 많이 나타납니다.
여성과 남성, 서양과 동양, 이단과 종교...
하지만 결국은 육체적인 대립으로 결론짓게 되죠.
그러면서도 서로 타협하고 이해하며 보완해주게 됩니다.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의 조금은 육감적인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하비 케이틀이 여장을 한 것도 놀라웠답니다.
'여인의 초상'이 흥행이나 비평에서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해서 감독은 이 영화를 준비하는데 어느정도 부담이 되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까지 저에게는 제인 캠피온 하면 '스위티'나 '내 책상위의 천사'가 떠오를 것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영화는 오늘 상영작 중에서 아마도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무라카미 류 원작의 '오디션'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매우 깔끔하더군요.
7년전 아내와 사별한 야오야마는 아들의 권유로 재혼을 생각하게 되고 친구인 요시카와의 도움으로 이상형의 여자를 오디션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과연 이게 무라카미 류 소설이 맞나?'하고 의아해할 정도로 유쾌하고 코믹하기까지 하죠.
그런데 야오야마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이상하게 일이 꼬여갑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과거에 대한 얘기가 덧붙여지죠.
이제부터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엄청난 호러영화로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 버립니다.

이 영화는 상상과 현실의 반복되는 번복을 통해서 관람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죠.
그러면서 공포영화와 무라카미 류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지절단, 새디즘 등의 요소들이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특히 야마자키가 야오야마의 배와 눈에 침을 놓는 장면은 '리빙 데드 3'에서 사라가 자신의 몸을 자해하면서 쾌감을 느끼던 장면 이후 새디즘의 압권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화제가 될 작품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관객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러 곳에서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후후후~~~
호러영화를 좋아하는 꼬리동으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아마 곧 일반 상영관에서 개봉을 할 것 같더군요.
그때 꼭 보시길...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전 심야영화보러 갑니다.
오늘의 심야영화는 '로저코만의 밤'이예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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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전주영화제 개막식과 '오! 수정'
전주하면 뭐가 생각 나시나요? 비빔밥? 대사습놀이?
영화를 좋아하시는 여러분들은 앞으로 국제 영화제를 기억하셔야 할 것 같군요.

꼬리동은 전주 방문이 처음입니다.
영화제 개막식은 7시였지만 전주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영화제 본부로 가서 ID카드 문제를 해결하고 숙소를 잡고 일단 영화가 상영될 극장들이 모여있는 교사동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교사동은 전주내의 거의 모든 영화관들이 총집합되어있는 것 같더군요.
영화제 상영작들을 상영하는 5개 영화관 외에도 서너곳의 영화관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개막식 전날이었던 27일날 저녁에는 교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전야제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차량도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리 활기차 보이지는 않더군요.
아직 공식적인 영화 상영이 시작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게다가 어떤 영화관은 아직까지도 내부 수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교사동을 둘러본 뒤 개막식이 열리는 전북대 문화관으로 돌아왔습니다.
개막식 30분 정도를 남겨둔 입구 앞은 사람들로 붐비더군요.
기자, 스탭, 관람객 등 모두 어느정도 가슴 설레이는 마음으로 개막식을 기다리는 듯 했습니다.
개막식 시간이 다가오면서 영화제에 참관하는 유명인사들이 속속히 등장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장미희, 임권택 감독, 신상옥 최은희 부부, 강수연, 그리고 가장 높은 인기를 모여준 영화제 홍보 사절이기도 한 이정현 등등...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외국 영화제처럼 붉은 융단은 깔지는 못할 망정 그래도 식장 입구는 좀 번듯한 느낌이 들었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런 장식 없이 사람들의 인파에 시달리며 들어오는 배우들이나 감독들을 보니 좀 안타깝더군요.

7시로 예정되었던 개막식은 조금 늦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식전 공연으로 대금연주, 피아노 아쟁합주, 사물놀이, 레이저 쇼가 진행되었고 안성기, 김민의 사회로 개막식이 치루어졌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의 축하 메세지도 스크린에 보여지더군요.
초청된 여러 감독과 배우, 기타 영화 관련 인사들이 무대 위에 모두 올라가 인사를 하며 개막식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시간은 8시 30분.
원래 개막작품 상영시간인 8시를 훨씬 넘긴 시간이었죠.
그래서 개막작인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은 8시 40분이 되어서야 시작되었습니다.

영화제의 진행에 대해서 몇가지 얘기를 하자면 우선 처음이어서인지 진행상의 어수선함이 좀 보이더군요.
개막식 준비나 식장 시설,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전북대생이 위주가 된 듯한 자원봉사자들은 친절하긴 했지만 영화제 전반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듯 하더군요.
아마도 회를 거듭하게 되면 이런 점들은 차차 나아지겠죠.

개막작으로 선정된 '오! 수정'은 홍상수 감독의 3번째 영화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흥행에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었죠.
하지만 작품성만은 인정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 홍상수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작가주의 감독의 선두주자로 불리우고 있죠.
'오! 수정'은 '강원도의 힘'에 이어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크게 5가지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구성작가인 수정, 프로듀서인 영수, 화랑을 경영하는 재훈.
이 3명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흑백으로 찍은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무엇 하나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고 있죠.
영수의 소개로 재훈을 알게 된 수정, 수정과의 섹스를 시도하는 재훈, 경험이 없다며 재훈과의 섹스를 거부하는 수정.
큰 줄거리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지만 1부와 3부, 2부와 4부는 같은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진행해 나가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5부에서 재훈과 수정은 섹스를 나누고 행복한 앞날을 기약하지만 그들의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겠죠.

그런데 2부와 4부의 내용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아니 어쩌면 어느것이 진실이든 그렇지 않든 그건 상관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은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니까요.

'오! 수정'은 홍상수 감독의 예전 두영화처럼 무료하고 불투명하며 부조리하며 운명론적인 현대인들의 일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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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
닐 조단 감독이 ''애수''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난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건 아마도 ''푸줏간 소년''의 인상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닐 조단 감독은 거의 신파에 가까운 원작 소설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까...

1955년에 만들어졌던 데보라 커 주연의 ''애수''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렸을 때 명화극장 같은 프로를 통해서 본 것은 같은데...
아마도 닐 조단 감독의 영화처럼 과감한 성적 표현은 없었겠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은 아마도 사람들마다 모두 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떤 사람는 소유하길 원하고 어떤 사람은 지켜보길 원하고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사랑을 완성하려고 하고...
''애수''의 세명의 주인공도 각기 다른 사랑의 방법을 택한다.
그리고 주인공 수잔은 모리스에게 인상적인 말을 남긴다.
''보지 못한다고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니예요'' 라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그의 곁을 떠난다.
보이지 않는 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다니...

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사랑하면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 것 아닌가?
암튼 등장인물들의 애절한 감정은 충분히 느껴진다.

닐 조단은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단순한 멜러물을 만들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
약간은 미스테리적인 분위기와 섹슈얼한 장면들, 그리고 적절한 음악들이 21세기에도 어울릴 만한 수준 높은 사랑 영화를 만들어 주고 있다.
게다가 전쟁이 배경이라니 정말 낭만적이지 않는가.
하지만 전쟁에 대한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랄프 파인즈는 ''잉글리쉬 페이션트'' 이후로 사랑에 집착하면서 질투감을 느끼는 모리스 역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매그놀리아''에서도 볼 수 있는 줄리안 무어도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사랑을 완성시키려 하는 수잔 역에 잘 어울린다.

데보라 커가 나왔던 예전의 애수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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